제8부 선녀와 약속
1.벽시계
우리 집은 요
삼대가 함께 살아요
초침 분침 시침
빨리빨리
뚜벅뚜벅
엉금엉금
시간을 끌고 가는 손주
시간을 잃어버린 아버지
시간에 끌려가는 할아버지가
재깍 재깍 재깍
우리 집은 요
삼대가 함께 살아요
2.기다리고 있습니다
8월,
그 어딘가에
숨겨 놓은 것이 있습니다
임을
기다리고 있는 반디불이
개 똥 벌 레 이 녀 석
3.오늘은
오늘은
선물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거울입니다
오늘은
내일의 씨앗입니다
이생
또한 그렇습니다
4.가치관의 충돌
사자 한 마리 어깨에 메고 동굴에 들어서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
멧돼지 한 마리 꿰차고
돌아오는 모습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게 뭣고
젊은 것이 그래
토끼 한 마리 허리춤에 달고 들어오다니
저 초라한 형색
옛날 같으면 야 어림도 없지
벌써 갈아 치웠다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고
먹고사는 게 걱정인데
발로 뛰는데
새끼는 어떻게 퍼질러 놔
결혼과 출산
가치관의 대충돌
저출산
한강을 깨우는 지각변동
대한민국은 진짜 망하는가
5.꽃샘추위
산모가
해산 전
몸살이 하고있다
아기 울음소리
기다려진다
6.인간이 재단할 수 없는 무늬
그대로 두어라
터럭 하나도
건들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자연은
하늘이 내린 유산
부처님이고 예수님이다
누가 자기 몸을 도륙할 수 있단 말인가
자연은
인간이 재단할 수 없는 무늬
7.선녀와 약속
박 씨 심어 놓고
칡덩굴 걷어다가
초가지붕에 사다리 올리는데
끊어질세라
줄을 잡는 아내의 손길
표주박 만들어
옹달샘에 띄워 놓고
오고 가는 산객들에게
보름달 하나씩 모셔가게 하자 하네
적선하는 고은 심성
하늘이 동하리라
연년이 지붕 위에 핀
하얀 박꽃은
선녀의 슬픈 향수였던가
山 늙은이
열 손가락에
울어 愛는 가얏고
열 섬들이 큰 박 따서
쪽배 만들어
내 아내 싣고
저 은하수 건너
처갓집에 신행 가야지
꼭 가야 해
8.한강수 나룻배 뒤집어
이 무슨
날벼락이
하늘이 무너진
꼰대들 무능함에 스트레스 풀길 없어
이태원 좁은 길거리 핼러윈이 되었는가
뉘의 탓
하지 말라
한강은 알고 있다
집안 꼴 보자 하니 숨구멍이 막힌다
분노의 이 짙은 안개 언제나 걷으려나
세 번을
간하여도
바로잡지 못하면
한강수 이 나룻배 뒤집어 놓을 것이다
돛대, 바로 세우고 노, 잘 저어 가라
9.별이 잠드는 밤에
''할비 우리는 어디서 왔지요? 별에서 왔지요'' 손자가 묻고 답한다
''죽으면 어디로 가지?''
''고향으로 가지요''
''고향이 어딘데''
''별이랍니다'' 책벌레 손자와의 대화
날개를 단 녀석
우주의 대폭발이 있었답니다
그때 우주를 떠돌던 미세 물질이 서로 엉켜 별이 되고
또 그속에서 인연을 만나 미생물이 되고 물고기가 되고 동물이 되고 인간이 되었답니다
우리의 선조는
별에서 시작되었지요
진화해서 마침내 인간이 되었답니다
''이 할비 죽으면 별을 찾아 가겠구나''
''그렇지요 먼저 가 계셔요
''
손자별 할아버지별
손을 꼭 잡고 잠이 든다
10.천상의 꽃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입니다
어머니는
자식의 눈물속에
핀 천상의 꽃입니다
11.지옥을 보고있다
풀을 깎고 있다
잡초가 떨고 있다
칼날에 잘려나간 비릿한 풀냄새
지옥을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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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부 선녀와 약속
인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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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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