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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간 화합과 평화에 관한 UN총회 결의문 연구
김경재 박사 (한신대 명예교수)
2013.12.01
-논문목차-
1. 논문의 동기, 자료, 그리고 연구목적
2. 『세계 종교간 화합과 평화에 관한 유엔총회 결의문집』 내용분석
3. ‘종화평 유엔결의문집’ 핵심이념과 사상에 관한 해석학적 조명
4.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의 비젼과 한국사회 안에서 실천적 과제
1. 논문의 동기, 자료, 그리고 연구목적
1.1. 이 글의 동기와 문헌자료 소개
이 논문은 2012년 한글로 번역 출판된 『세계 종교간 화합과 평화에 관한 UN총회 결의문집』(이하 약어 표기: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에 포함된 11개의 UN총회결의문의 중요내용과, 그 이념과, 실천적 열정을 실천해석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하려는 글이다. 앞에 언급한 ‘종화평 유엔 결의문집’ 안에는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 기간 동안 UN총회가 결의하여 채택한 중요한 인류종교문명의 미래의 꿈과 오늘의 인류고민이 담겨져 있다.
한국인으로서 거의 평생을 UN산하기구 ‘유엔개발’기구에서 봉사해온 ‘유엔 종교간 평화 추진 한국협회’(KSUNIPAR) 대표 김윤열 님의 헌신적인 활동과 조용한 봉사를 지켜보면서, 특히 언급한 기관이 번역 출판한 ‘종화편 유엔결의문집’을 읽으면서 필자는 스스로의 무지에 부끄러웠고 이 단행본 속에 포함된 UN집단지성의 비젼과 열정에 감탄했다. 필자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 이유는, UN총회란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 분야 분쟁조정과 해결에 주로 관심을 가진 인류국가들의 연합기구일 뿐이지 종교와 철학과 문명의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결과를 UN총회결의문으로서 채택해온 국제기구 인줄을 몰랐던 것이다.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에 실려있는 아래의 11개 자료들은, 한국의 종교간 대회협력 운동에 종사하는 각종단의 지도자들과 학자들에게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모든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알려주어야 할 중요한 정보자료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언급한 책 머리말에서 간행의 이유를 김윤열대표는 다음같이 말한다.
"종교간의 화합은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입니다. 그간 발표된 UN총회
결의문은 종교의 순기능을 살려 종교가 인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가장 명확
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종교인들과 시민사회단체에게 UN총회 결의문의
정신을 알리고 그 뜻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이 책을 펴냅니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 안에서 일어나는 정치, 경제, 군사문제만이 아니라 UN총회에서는, 한국사회에서도 대두되는 다른 종교와 신앙을 지닌 집단들 간의 상호이해와 대화와 협력을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서 진지하게 논의하였고 결의문을 채택했다는 것, UN 회원국으로서 한국인들은 그 정신을 숙지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신성한 의무가 있음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에 실린 결의문의 정신과 이념은 필자의 학문적 관심문야인 ‘해석학적 종교 신학’의 중심의제가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본론에서 구체적으로 내용을 다루겠지만, ‘종화편 유엔결의문집’에 포함된 11개의 결의문 제목을 UN총회에서 결의문으로 채택한 년대 순서로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① 1981 (A/RES/36/55), 종교나 신앙에 근거한 모든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 제거에 관한 선언
② 1998 (A/RES/53/140), 모든 형태의 종교적 비타협적 태도 제거
③ 1999 (A/RES/53/243), 평화문화 선언과 행동 강령
④ 2002 (A/RES/57/6),세계 아동을 위한 평화문제와 비폭력 세계 10년 안 (2001-2010)
⑤ 2003 (A/RES/58/128), 종교, 문화의 이해, 화합, 협력 촉진
⑥ 2005 (A/RES/60/4), 문명 간 대화를 위한 글로벌 의제
⑦ 2009 (A/RES/64/14), 문명을 위한 동맹
⑧ 2009 (A/RES/64/81), 평화를 위한 종교간, 문화 간 대화, 이해, 협력 촉진
⑨ 2010 (A/RES/64/164), 종교에 근거한 모든 형태의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의 제거
⑩ 2010 (A/RES/65/5), 세계 종교간 화합 주 행사(週行事)
⑪ 2011 (A/RES/66/168), 평화를 위한 종교간, 문화 간 대화 협력 촉진
위에 열거한 종교간 화합과 협력을 촉구하는 내용에 관련된 11개의 UN총회 결의문은, 그 역사적 문건으로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민사회와 종교계에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한국은 정부수립과 한국전쟁 과정에서 UN총회와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그 내용을 검토하여 한국인들과 종교계에 알리는 것은 그 의미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UN총회는 2012년에도 계속 결의문을 채택 하였고 금년 (2013)에도 새로운 결의문을 상정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국 협회에 통고 해 왔습니다.]
협1.2. 이 글의 세가지 목적
이 논문에서 필자는 세가지 목적을 추구하려고 시도하려 한다. 첫째는 ‘종화평 유엔결의문’ 내용의 분석과 소개이다. 둘째는 지구촌 종교사에서 종교간 차이, 갈등, 분쟁, 대화, 협력이 왜 발생하고 필요하고 가능한가를 ‘해석학적 인간학’을 통해서 조명하려고 한다.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이거나 질병발생의 원인진단은 치료치유에 필수불가결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이 오늘의 한국사회 특히 종교계에 갖는 의미를 살피고, 그 실천적 방안모색을 시도 할 것이다. 다시 이글의 방향성과 서술순서를 적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논문 제2장에서 약 30년에 걸쳐 11개의 UN총회결의문의 형태로 발표된 “세계 종교간 화합과 평화에 관한” 결의문 내용이 무엇인지 그 본질적 내용과 근본정신을 간파하여 제2장에서 진술하려고 한다.
둘째, 이 논문 제3장에서 세계 종교간에 화합과 평화를 촉구하는 UN총회결의문은 지구촌 인류문명 속에 다양한 종교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그 종교들 간의 긴장 갈등 분쟁의 위협이 있어왔다는 역사적 사실, 인류사회의 화합과 평화를 위하여 종교간의 대화 협력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는 사실을 유엔결의문을 참고하여 적시 할 것이다. 그리고, 왜 종교간의 차이와 다양성이 발생하게 되는가, 관용정신과 대화협력정신을 갖추기 위해서 어떤 ‘해석학적 인간이해’가 요청되는가를 집중적으로 논술하려고 한다.
셋째, 이 논문 제4장에서, 결론을 대신해서 한국적 종교다원사회에서 안에서 종교간 협력과 평화증진을 도모하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해 볼 것이다.
2. ‘종화평 유엔결의문집’ 내용분석
2.1. ‘종화편 유엔결의문집’ 바탕에 놓여있는 ‘유엔헌장’과 ‘유엔인권선언’의 기본철학
인류 지구역사에서 1945년 10월 UN (United Nations)기구의 탄생은 비록 그것의 탄생 주도국이 제2차 세계대전연합국중 미국, 영국, 프랑스등 구미제국 강대국들이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문명사의 획기적 이정표임에 틀림없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역사철학자요 문명비평가인 함석헌도 UN창설은 국가주의시대의 종언을 고하며 새로운 ‘하나의 인류공동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UN창립 이후 얼마되지 않았던 시기 곧 1950년 ‘한국전쟁’ 발발시 유엔군의 파송은 동서 냉전시대 정치경제 이념간의 싸움이면서도, 국가나 국제문제를 폭력적 힘으로 해결하려는 ‘힘의 숭배’를 극복하고 이성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인류자각과 “세계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이다”는 자각의 표현이라고 함석헌은 보았다.
유엔개발계획(UNDP)기구에서 봉사하면서 UN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곧 UN 설립정신의 채충전과 기구조직의 갱신필요성을 지켜본 김윤열은, 유엔헌장과 유엔인권선언의 정신사적 뿌리가, 영국의 ‘대헌장 (Magna Carta,1215) 63개조 정신’과 ‘프랑스혁명’(1787-99)에로까지 소급해 올라간다고 본다. 그것의 기본정신은 어떤 전제군주나 국가권위로도 박탈 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과 천부적 인권존중’ 그리고 프랑스혁명 정신의 3대모토인 ‘만인의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이다.
UN이라는 국제기구가 어떤 근거 위에서 지구촌의 정치, 경제, 군사문제등 사회정치적 문제 해결에만 관여하지 않고 ‘종교간의 화합과 평화’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UN결의문을 채택하게 되는가?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결의하는 11개 결의문 앞에는 그 근거를 ‘유엔헌장’ 정신과 ‘세계인권선언’과 ‘인권에 관한 국제협약’에 기초하고 있음을 명백하게 선언하고 있다. 1981년 UN총회에서 세계종교간 화합과 평화에 관한 최초 결의문 인 「종교나 신앙에 근거한 모든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 제거에 관한 선언」의 맨 처음 시작 문단에서 다음같이 선언하고 있다.
“유엔헌장의 기본 원칙중 하나는, 인류의 천부적 권한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원칙 임을 고려하고(considering), 또한 모든 회원국은 집단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유엔과 협력하여 인종, 성별, 언어 또는 종교에 관계없이 만인의 인권과 기본 자유권 존중을 서약했음을 고려하고, ‘세계 인권선언’과 ‘인권에 관한 국제협약’은 법 앞에 모든 사람 이 평등하고 차별이 없으며 사상, 양심, 종교(religions) 또는 신앙(belief)의 자유를 가 질 권리가 있다는 원칙을 선포하고 있음을 고려하며(considering) ..........총회는(The General Assembly)는 ‘종교와 신앙에 근거한 모든 형태의 비타협적 태도와 제거’ 에 관한 본 선언문을 선포한다.”
위의 인용문에서 유의할 점은 개인, 집단, 혹은 국가사회 안에서 사상, 양심,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어떤 국가사회가 어떤 정치경제형태의 이데올로기를 채택하더라도 필수적 의무라는 것이다. 적어도 유엔에 가입한 회원국이라면, 회원국가로서 유엔헌장을 준수할 의무와 권리를 지니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이름으로 대한민국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신청하고 회원국임을 인정받은 북한사회는 아무리 ‘조선식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국가이념과 헌법이 존재할지라도 ‘유엔헌장’이 상위법으로서 권위를 갖는다. 그러므로 만약 북한사회에서 국가 자율권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사상, 양심,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거나 제약하다면, UN총회는 그러한 회원국에게 시정조처를 권고 혹은 명령할 수 있다. 오늘날 G2국가로서 부상한 중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산당의 특수한 위상을 중국헌법에 명기했더라도, 중국이 UN회원국인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사상, 양심, 종교,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새삼스럽게 인지해야하는 것은, 종교 및 신앙이란 개인의 지성소에서 이뤄지는 신성불가침한 일거리이기 때문에, 자기의 종교와 신앙이 귀중하다면, 타인의 종교와 신앙도 귀중하고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상호존중의 윤리적 의미’가 요청된다는 점이다. 흔히 종교적 가치와 신앙적 신념이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의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종교나 신앙의 자유 명분’ 을 내걸고 자신의 종교나 신앙과 다른 개인 혹은 집단의 인간존엄성과 기본 자유권을 침해하거나 손상시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들면, 일부 예수교 신자가 명동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팻말을 들고 확성기를 가지고 전도행위를 하면, 그 내용과 행동이 ‘종교자유’ 이거나나 ‘전도자유’가 아니다. 그런 행위는 타종교인 혹은 무종교인을 지옥갈 대상자로서 폄훼하고 협박하는 간접행위 이기에 그런 행동은 종교포교의 자유행동이 아니라 인권침해이며 사회적 불법행위가 된다.
자신들의 종교와 신앙에 근거해서 자기와 다른 입장의 종교나 신앙생활을 하는 타자들에게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을 가하는 태도는 제거되어야 하고 금지되어야할 의무적 사항인 것이지, 교양인에게 권고하는 권고사항이 아니라는 말이다. 종교 간의 화합과 평화로운 관계증진의 인간존엄성과 인간 기본 권리에 기초한 것이어서, “특히 사상, 양심, 종교나 신앙의 자유권 침해와 무시는 직간접으로 인류에게 전쟁과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 히틀러 정권이 유대인을 600만 명이나 학살한 사건, 인도독립시기에 힌두교와 이슬람 종교 간의 갈등으로 인한 인도와 파키스탄 폭력적 내전과 국가분립,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중동전쟁, 아일랜드내전, 달라이라마를 추종하는 티벧 불교도와 중국 당국 사이의 끊임없는 분쟁이 보여주는 것은 대표적 사례이다. “종교 간의 평화 없이 세계평화 없다”는 한스 큉의 명언은 이제 인류의 상식이 되었다.
2.2. 종교와 신앙에 근거한 모든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제거에 관한 결의문의 정신
세계 종교간 화합과 평화에 관한 유엔 총회의 결의문이 채택되고 회원 국가들의 적극참여를 독려하는 30년간(1981-2011)의 역사는, 서기 2000년 새로운 제3천년이 시대 개막을 기점으로 크게 전후 두 단계로 구별되는 특징을 나타내 보인다.
전 단계는(1981 -2002) 지구촌에 편만한 “종교나 신앙에 근거한 모든 형태의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결의문정신이 주류를 이룬다. 후 단계(2003-2011)는 아직도 잔존하는 전단계의 과제의식을 가지면서도 좀더 적극적으로, 종교간 그리고 문화간의 대화와 협력을 촉구하고, 지구촌의 종교와 문화의 다양성이 지니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정신으로 충만해있다. 전 단계에서는 종교 간의 관용정신과 적대적 배타심의 제거에 초점을 둔다면, 후단 계에서는 인류평화와 복지를 위한 종교 간의 적극적 협력과 새로운 문명출산을 위한 다양한 종교문화 간의 대화협력을 촉구하는 특징을 지닌다.
‘종화편 유엔결의문집’에 실린 11개의 선언문 혹은 결의문 내용을 개별적으로 분석하고 소개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이 논문 구조 속에서는 제2장 두 소절(2.1, 2.2)에서 앞에서 언급한 전 단계 정신과 후단계 정신을 총괄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전단계 곧 “종교와 신앙에 근거한 모든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을 제거하는데 유엔회원국 193개 국가대표들이 뜻을 모아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구체적 규정사항들(Articles)을 통해서 천명하는데 그 중요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① 인간은 누구나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므로 종교나 신앙선택 자유를 억압받아서는 안 된다. 단, 종교자유와 신앙표현에 대한 자유제한은 공공의 안 전, 질서, 건강, 도덕 및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보호를 위한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서 규정되어야 한다.
② ‘종교나 신앙에 근거한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이라는 표현의 의미는 왜곡되고 병든 종 교의 관습적 전통이나 교리적 권위를 가지고, 타인의 인간존엄성을 침해하거나 손상시 키는 일체의 비인간적 반생명적 행위를 뜻한다.
③ 세계도처에서 종교적인 비타협적 태도에 기인하여 자행되는 여성차별, 아동인권유린, 폭력적 협박과 강요, 종교관련 성소(성지)와 종교상징물 훼손 등의 제거에 UN회원국들 은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④ 법집행 기관의 직원, 공무원, 군인, 교육종사자, 기타 공공요원들은 그들의 공적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타종교와 신앙을 존중하고 자신과 다른 종교나 신앙을 가진 사람들 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⑤ 종교와 신앙에 따른 모든 형태의 증오심과 비타협적 태도를 제거해야 하며 인종차별 과 외국인 혐오증의 제거에 노력해야 한다. 이슬람염오증, 반유태주의, 기독교나 다른 종교 염오증을 선동하는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활자나 영상매체 폭력을 제거해야 한 다.
이상의 내용은 ‘종교나 신앙에 근거한 모든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을 제거하는 과제와 관련된 ‘종화평 유엔결의문집’ 정신의 일부분을 그 핵심정신에서 요약한 것이다. 매우 역설적이게도 인류공동사회 생활에서 타자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와 차별을 강화해온 집단이 ‘종교와 신앙에 근거한’ 집단이라는 점을 ‘종화평 UN결의문’이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풍성한 생명력이 이미 고갈되어 화석처럼 굳어진 종교들, 왜곡되고 닫힌 종교들의 피해가 얼마나 인간 공동사회에 심각한 문제인가를 웅변적으로 잘 말해준다.
위에서 총괄한 5가지 정신중, 한국과 같은 전형적인 종교다원사회에서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증가가 날로 강화되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제 ④항과 ⑤항의 결의문 정신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3. 다양한 종교와 문화 간의 상호이해, 화합, 협력촉진에 관한 선언문 정신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에 실린 11개의 결의문 중에서 특히 2009년에 채택된 결의문(A/RES/64/81)과 2011년의 결의문(A/RES/66/168) 내용은 지구촌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들의 가치와 의미를 좀 더 적극적으로 보기 시작한 관점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다시말하면, 종교와 신앙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이 단순히 관용정신을 가지고 ‘차이’를 용인하고 인내하고 태도를 넘어서서 ‘다양성’과 ‘차이들’이 인류공동체의 보다 풍요롭고 창조적인 정신문화창조에 공헌 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강조한다.
이해심, 관용, 존중심을 선양하는 단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차이를 배우고 협력함으로서 창조적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결의문 내용의 중요한 점을 간추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서로 다른 신앙, 문화, 언어 속에서 인류가 상호 존중하며. 사회 간 또는 사회 내부의 다 름을 억제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그 다름을 인류의 귀중한 자산으로 간직하여 문 명간 평화와 대화를 장려한다는 ‘유엔 새천년 선언’(2000.9.8)을 상기한다(137쪽).
② 모든 문명은 인류의 동일성과 다양성을 수용하고 풍요롭게 하였으며, 다른 문명과의 대 화를 통해 진화해 왔으며, 비타협적 태도와 분쟁과 전쟁으로 야기된 여러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인류역사를 통해 문명 간 적극적이며 호혜적 상호교류가 계속되어 왔음을 강조 한 다 (139쪽).
③ 세계의 다양성과 모든 문화 및 문명이 인류를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과 전 세계의 종교적 -문화적 다양성의 존중과 이해가 중요함을 인식하며, 종교와 신앙에 관한 문제에 관용을 축 진함에 있어서 종교 간의 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네스코(UNESCO)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한다(149쪽).
④ 2000년을 ‘국제 평화문화의 해’로 선언한바 있는 유엔결의안(1997.11.20)과 ‘세계 아동 을 위한 국제평화문제 및 비폭력 10년(2001-2010)’ 으로 선포한 유엔결의안(1998.11.10) 정신을 추구하는 유엔회원국들은, 평화란 분쟁이 없는 상태로서 소극적 평화를 의미하지 않고 대화, 상호이해, 협동정신 속에서 분쟁이 해소되는 참여적-역동적 평화 만들어가기 를 강조한다.
⑤ 평화의 문화는 가치관, 태도, 전통, 행동양식, 삶의 방식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하여 이뤄지는 것인바, 특히 교육과 대화와 협력을 통한 생명존중, 폭력종식, 비폭력실천을 권장하되, 사회계층과 국가 간에 자유와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가치실현, 관용과 결속과 협동을 강조하고 삶의 다원성과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깊은 이해심을 육성해야 한다. (UN총회 평화문화 선언과 행동강령 참조.제53차 전체회의 의제번호 31)
이상의 5가지 내용은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의 후반부 결의문 내용중에서 간추린 핵심정신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UN총회는 21세기라고 부르는 새 천년기에 접어들면서, 서로 다른 종교와 신앙의 현실성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 가치부여를 하고 있으며, 종교와 신앙의 다양성과 문명의 서로다른 특징들을 ‘충돌과 분쟁’의 원인제공으로 보지 말고 ‘상호성숙과 배움과 평화만들기의 창조적 계기’로 삼을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UN총회의 결의문 정신과 철학은 자기종교 전통에 칩거하여 우월성과 배타성을 속성으로 갖기 쉬운 한국종교들에게 자기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
2.4. UN총회의 평화문화선언, 문명을 위한 동맹, 그리고 종교간 화합 주행사
지난 30여년동안 UN총회가 세계 종교간 화합과 평화 실현을 위해 11개의 총회결의문을 채택했다는 것을 이미 말했다. 그 과정에서 특별히 ‘평화문화 선언과 행동강령’(1999, A/RES/243), ‘문명을 위한 동맹’(2009, A/RES/64/14), 그리고 ‘세계종교간 화합 주 행사’(2010, A/RES/65/5) 등 3가지 결의문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UN총회와 회원국들이 새로운 천년의 문명전환기라는 의식을 가지고서, 좀 더 지구촌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인류들에게 ‘하나를 지향하는 인류문명시대’가 분명히 도래했음을 자각시키고, 지난 인류역사 3천년동안 지녀왔던 온갖 자기방어적 울타리를 극복하자는 취지가 돋보이는 정신선언이자 행동강령이다. 위 세가지 선언적 결의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가) ‘평화문화 선언과 행동강령’
제 107차 유엔전체회의에서(1999.9.13) 결의되고 채택된 ‘평화문화 선언과 행동강령’은 서론에 이어 전체가 8조항(Articles)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종교나 신앙은 그것을 믿는 사람의 인생관의 기본 요소임을 인정하고, 종교나 신앙의 자 유는 전적으로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한다. 사상, 종교, 신앙의 자유권 침해와 무시는 직 간접적으로 인류에게 전쟁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 결과 국민들과 국가들 간에 증오심 을 증대시켰다.
② 종교나 신앙의 자유는 세계평화, 사회정의, 타민족과의 친선 등의 목표달성에 이바지 해 야하고, 식민주의적, 인종차별적 이념이나 행동을 제거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
③ 어느 누구도 종교와 신앙 때문에 국가, 제도, 집단, 혹은 개인으로부터 차별받아서는 않된 다. 차별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법률제정 폐기를 위한 투쟁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한다.
④ ‘어린이의 이익을 최우선 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어린이는 종교나 신앙을 근거로한 모든 형태의 차별로부터 보호되어야 하고, 관용과 우애와 평화와 보편적 형제애 정신 속 에서 교육되어야 한다.
⑤ 종교집회와 예배의 자유를 가지며, 종교신앙 내용을 저술 출판 배포할 자유를 가지며, 개인 혹은 기관으로부터 자발적 의사에 따른 재정지원이나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를 가지며, 종교에 따른 각자의 휴일과 축제를 가질 권리를 갖는다.
(나) ‘문명을 위한 동맹’
‘문명을 위한 동맹’이라고 번역된 UN총회 전체회의 제64차 결의문 제목을 영어로 표기하면 ‘The Alliance of Civillizations’ 이다.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한 연구』를 보면, 현재 지구촌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문명사회 단위 개수는 열 여섯 개의 크고 작은 문명단위체가 있다. 유럽과 북미의 구미문명, 아프리카 문명, 지중해 그리스문명, 인도문명, 중국등 동아시아 문명, 라틴아메리카문명, 동남아시아문명, 호주 문명등은 지금도 그 독특한 세계관 및 개성을 가지고 살아 숨쉬고 있다. ‘문명을 위한 동맹’은 다양한 문명 혹은 문화의 가치와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문명과 문화와 종교가 다른 인류 집단간에 보다 높은 이해와 상호존중을 이룩해가자는 목적이다.
위 목적을 위하여 국제기구, 각국 정부, 문명연합체 대표, 시민단체대표등이 모여 ‘문명연합체 포럼’을 개최하여 실질적으로 실현성 있는 프로젝트를 연구 개발하여 문명 간의 상호협력, 이해증진, 평화수립에 공헌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마드리드(2008), 이스탄불(2009), 브라질(2010), 카타르(2011), 호주(2012) 등지에서 문명동맹포럼 혹은 문명 연합체 포럼을 개최해 왔다.
(다) ‘세계종교간 화합 주간 행사’(World Interfaith Harmony Week)
UN총회 제34차 전체회의(2010.10.20)에서 다음같이 중요한 결의를 하였다. 그것은 세계종교들이 서로 구체적 예배전례 혹은 종교행사에 교차방문 하고, 서로를 알리고 서로가 배우면서 종교의 목적중 중요한 존재 이유가되는 세계인류 평화 협력증진에 이바지 하려는 것이다.
UN총회는 2011년부터 매년 2월 첫째주간을 ‘세계종교화합주간’(World Interfaith Harmony Week)으로 선포하였다. 해마다 2월 둘째주일 기간에, UN 회원국들은 각 국가사회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들과 신앙단체들의 상호교류행사, 자유롭고 솔직한 개별종교의 의례, 신학, 경전, 윤리, 수행방법, 종교현황등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소개받는 프로그램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고고학이나 고미술학계의 속담처럼, 인간은 이웃종교인들과 같은 시공간안에 거주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아는것이 아니다. 앎이 곧 이해로 전진해가고, 이해는 곧 상호 관용과 배려와 협력으로 나아간다. 경험에 의하면, 종교간대화(Interfaith Dialogue)의 가장 좋은 방법은 각각 고유한 종교사찰(교회당, 성당, 절,모스크,시나고그,향교)등을 방문하여 ‘신앙이 숨쉬는 삶의 현장’에서 이웃종교의 신앙이야기를 듣고, 보고, 느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국종교평화회의’(KCRP)가 주관이 되어 이 행사를 주도하고 있으며, 많은 효과의 열매를 가두어가고 있는 중이다.
3.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이 촉구하는 종교간 대화 〮화합 〮평화는 왜 가능하고 필요한가?
필자는 제2장에서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의 중요한 대화철학과 그 내용을 일부이나마 소개하였다.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은 지구촌 여러분명사회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들(Religions)와 신앙(Believes)들이 관용정신을 가지고 상호 이해하고 협력하면서 인류가 당면한 지구촌의 진정한 평화실현을 위하여 함께 화합(Harmony)할 것을 촉구한다. 중요한 키워드(key words)는 다양성, 관용, 상호대화, 상호협력, 평화 실현 등이다. 모두가 좋은 말이고 바람직한 비전이다.
그러나, ‘종화평 유엔결의문집’은 학술단체의 연구보고서가 아니고, 삶의 실천을 위한 지침서요 선언서이기 때문에, 왜 인류는 다양한 종교와 신앙이 존재하는지, 그들 사이에 차이와 다름이 엄존함에도 불구하고 왜 대화 〮 협력 〮 상호 창조적 평화운동이 가능하고 필요한지에 대하여 심층적 분석과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인간 개인과 집단의 정신적 삶, 혹은 종교적 삶에 대한 필요 충분한 ‘해석학적 조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필자는 여기 제3장에서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3.1.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와 종교들의 독단주의와 비타협적 태도
플라톤(BC.428-348)이 남긴 명저 「국가」(Politeia)안에 제7권내용을 전개하는 가운데 유명한 ‘동굴의 비유’가 있다. 동굴 안은 억측과 편견과 독단으로 물들어 있는 일상적인 ‘현상세계’를 상징하고, 동굴 밖은 깨달음과 이성으로 밝아진 ‘실재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 비유는 왜 진리를 말하고 가르친다는 종교마저도 독단과 독선에 빠지게 되는지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비유내용을 간추려 말하면 이렇다. 깊은 동굴 속에서 태어나서 자라난 일군의 무리들은 깊은 동굴 안을 비추는 불빛 조명도에 시각 신경계는 습관 되어 편안하고, 다소 생활이 불편하지만 동굴생활에 익숙하여 그 세계 안에서 안주한다. 어느 용감한 노예가 긴 동굴터널을 지나 동굴입구에 도달하여 동굴 밖에 태양이 빛나는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되돌아와서 동료들에게 동굴 밖에 보다 넓고 환한 세상이 존재함을 알려주지만, 동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정된 기존 동굴 안 안정된 삶의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그를 박해한다.
‘
동굴의 비유’는 종교 간의 갈등이 왜 일어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현대 종교학자들은 “종교란 거대한 삶의 문화체계이자 상징체계이라고 말한다. 특히 인간이 탄생한 이후 동일한 종교문화 속에서만 살아갈 경우, 그 종교가 아무리 위대한 ‘역사적 종교’일지라도 사람의 의식구조를 동굴속에 갇힌 무리들처럼 제약하고 가두어 놓은 역기능 역할을 할 위험이 있다.
함석헌의 말대로 “역사적 기독교는 위대하지만 진리는 더 위대하다”. 역사적 종교로서 기독교만이 아니다. 다른 위대한 세계종교들도 그러하다. 그런데 특정 종교지도자들과 그 지도를 받는 신도들은 자기들이 귀의하고 있는 종교가 유일한 진리종교라고 확신하고 다른 종교를 비진리라고 부정하고 비판하는 종교적 독선과 독단주의에 빠진다. 사람들 심성이 악해서 그런게 아니고, ‘하나의 특정종교 동굴’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인간 실존의 이러한 한계성을 보다 철학적으로 해명한 철학이 하이데거의 ‘실존철학’이다.
3.2. ‘세계-내-존재’로서 현존재(Dasein)의 삶의 제약성과 문화적 패러다임 의존성
20세기 위대한 철학자 하이데거는 플라톤 처럼 인간이라는 실존적 존재는 ‘세계’라고 부르는 일정의 더 큰 동굴에 근본적으로 제약된 존재라고 보았다. 이른바 인간은 ‘세계-내-존재’라는 것이다. 이 때 말하는 ‘세계’란 시공간적 자연세계 혹은 물리세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역사적 생활세계’를 말한다. 사람은 정신적 자기초월능력으로 말미암아 자연이나 주위생활 환경에 완전히 메여서는 동식물 같은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그의 스승 후써얼과는 다르게 인간의 자의식이 ‘세계’를 완전 초월하여 자존적으로 존재하는 ‘순수 초월적 의식’이 아니라고 본다. 종교적 용어 ‘하나님’에 해당하는 ‘존재’(Sein)와 ‘세계성’(Weltlichkeit)이 ‘거기’(Da) 곧 ‘인간실존’인 ‘현존재’(Dasein)를 통해서 알려진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인간 실존은 바위나 산 같은 자연 물리적 존재도 아니고 동식물 같은 본능에 메
인 존재가 아니다. 어느 정도 자기초월성과 창조적 자기결단성을 지니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은 ‘세계-내-존재’이다.
인간이 ‘세계-내-존재’라는 말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간의 인간다운 삶은그가 태어나서 그 안에서 자라면서 습득하는 언어, 문화, 생활관습, 가치관, 세계관등에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면서 살아가는 구체적 현실존재라는 의미인 것이다. 인간존재 자체가 ‘세계- 내-존재’이면서 동시에 ‘세계-내-존재’는 현존재(Dasein)로서의 인간실존의 근본구성틀이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세계성’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에서 ‘종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동시에 아무리 ‘계시적 종교’라고 할지라도 인간에게 이해되고 도움되는 역사적 종교는 그 자체가 ‘세계-내-존재자’이기도 하다. 셈족계의 예언자 종교들(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이 초월적 절대자의 계시를 말 할지라도, ‘신적 계시 그 자체’와 ‘계시로서 받아지고 이해된 계시’ 사이는 구별되어야 한다. 계시종교들은 종교가 발생하고 성장한 문화와 역사와 지질기후풍토와 언어와 인종에 의해 특징 지워진 종교가 된다. 역사적 종교들인 힌두교, 유대교, 불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교, 그리고 한민족 종교인 천도교가 모두 그러하다.
모든 역사적 세계종교들은 ‘세계-내-존재자’들이기에 각각 고유한 색깔과 특징을 지닌다. 추상의 보편적 종교는 없다. 구체적 형태를 통해서 보편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각 종교의 특수성과 고유성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엔총회의 종교간 협력과 평화촉구 결의문은 그 점을 깊이 주목하며 존중하려는 것이다.
흔히 셈족계 종교들인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가 그 종교의 발생과 진리성이 인간적이거나 문화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초자연적 신의 자기계시에 근거한 종교이기 때문에, 배타적 진리성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종교가 자기종교의 근원성에서 계시성을 강조하는 것은 신앙고백적 신념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역사적 종교들은 ‘세계-내-존재자’로서 ‘존재’(존재자체)를 현시하는 매개물이요 상징체계이다. 이것을 부정하면 그 역사적 종교자체가 우상이 된다. 그러한 자기종교의 절대화는 흔히 동아시아 종교들(불교, 유교,도교)을 폄훼하고 인간이 만든 사상체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해왔다. 그 결과, 종교 독선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3.3. 문명간의 교류와 상호 이해과정은 해석학적 ‘삶의 지평융합 과정’
만약 종교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위대한 정신적 결과물이 ‘세계-내-존재’로서 문화-역사적 제약성을 갖는다면, 문화간 교류와 소통 그리고 종교간의 대화는 왜(why) 어떻게(how)가능한가? 현대 철학적 해석학은 ‘이해’(理解, Understanding) 란 무엇이며 왜 정신문화의 소통이 가능한가를 치열하게 탐구했고 해답을 찾았다.
그 가능성은 인간존재가 ‘언어적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성’은 구체적 언어문자 체계들(영어, 독어, 라틴어, 고한자어, 불어, 힌두어, 한글어, 몽골어등)을 넘어서는 ‘존재와 정신의 합리적 구조’(the rational structure of being and of mind)라고 본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그것을 ‘로고스’(Logos)라고 칭했고, 동양 사람들은 ‘다르마’(Dharma) 혹은 ‘도’(道) 혹은 ‘이법’(理法)이라고 불렀다.
하이데거의 제자이며, 현대 철학적 해석학의 대가였던 가다머(Hans-Georg Gadamer)에 의하면, 인간적 삶의 과정자체가 다른 사람과 다른 문화집단의 삶의 경험을 ‘이해’라는 과정을 통해서 정신적 삶의 지평을 확장 심화해가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그러한 인간의 해석학적 삶의 과정을 ‘지평융합’(地坪融合,Fusion of Horizons)이라고 은유적으로 불렀다.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 그리고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된 기록된 우파니샤트 원전, 초기불교경전, 그리고 성경원전이 다른 언어로 번역가능하며, 번역되기 때문에 이해되며, 문화교류가 가능하다. 풍류도와 무교세계의 정신적 지평 안에서 살다가 불경과 유교경전이 들어와, 우리조상들의 삶의 철학과 세계관을 보다 넓고 높고 깊게 하였다. 가다머의 용어로 말하면 지난 2,000년간 한민족은 불교무화와 유교문화를 고유한 한민족의 삶의 지평 속에 창조적으로 융합시켜왔다. 지금부터 230년전 그리스도교가 전파됨으로우 인하여 또 다른 삶의 지평과 만나고 있는 중이다. 그 정신세계의 지펴융합은 많아서 다소 갈등과 문화충돌을 겪는다.
문화교류에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은 그래서 특히 주요하다. 다양한 개별문화의 핵심본질(Substance)속에는 ‘종교’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틸리히(Paul Tillich)가 갈파한대로 “종교는 문화의 알짬(substance)이고, 문화는 종교의 형태(form)” 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교류된다고 해서 종교가 쉽게 혼합되지 않는다. 쉽게 혼합되어 버려도 안 된다. 획일적 단색문화만이 범람하면 문화의 다양성과 고유한 값어치를 천박하게 만들기이다.
유엔총회의 “세계종교간 화합과 평화 결의문”은 결단코 세계적 ‘유엔 단일종교’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 속에서 일치와 협력’을 촉구하며 관현악단의 조화(Harmony)처럼, 각각 특징 있는 악기에 해당하는 역사적 종교들이 그들만의 고유한 음색과 멜로디를 내면서도 불협화음이 아닌 아름다운 화음이 울리기를 촉구하는 것이다. 어찌하면 그러한 화음의 연주가 가능할까? 인류의 경험으로 보면 아래 3가지 길이 돋보인다.
4. 종교간 협력과 평화운동의 3가지 길: 열린 대화, 축제초청과 방문, 생명살림운동
(1) 열린 대화를 통한 길
대화란 서로 다른 삶의 체험과 생각을 가진 양자간 혹은 다자간 주체들이 마음 문을 열고 상대방의 체험과 생각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들려주는 인간존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대화에 임하는 당사자들은 진리 앞에 겸손해야 하며, 대화상대자를 존중해야 한다. 종교간 대화란 일단 이웃종교를 바르게 이해하려는 자세이라야 한다. ‘대화’를 하자고 모였으나 내심으로는 자기종교의 우월성을 자랑하거나 상대방 종교인을 자기종교에로 개종시키려는 생각을 가지면 참다운 열린 대화가 불가능하다.
20세기에 들어서서 한국인의 종교간 대화는 3.1만세사건을 함께 도모하는 1919년 이후, 강원룡 목사가 원장으로서 일하던 (재)크리스챤 아카데미가 주최한(1965년 8월 18-19일) 당시 한국 6대종단 지도자 모임이었다. 모임의 주제는 <한국 제종교의 공동과제 - 6대종단 지도자모임> 이었다. 1965년 모임 이후, 크리스챤 아카데미는 다양한 성격의 종교간 대화모임을 수없이 많이 개최하였다.
그동안 경험에 의하면 종교간 대화모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종교인들이 지닌 신념체계와 각종교의 패러다임의 우월성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이다. 종교간 대화는 상거래나 국가외교간 사이의 대화와 다르다. 단순한 상호이익을 주고받는 대화도 아니고, 상호 분쟁이나 단순한 친교를 도모하는 모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결실 있는 종교간 대화를 위해서는 대화참여자들이 다음 같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① 종교간 차이와 다름에 대하여 인정하고 그 차이와 다름을 존중하고 왜 ‘차이와 다름’이 발생하는지 알아보고 이해하려는 진지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는 만큼 이해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종교간의 갈등과 분쟁원인은 이웃종교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발생하고 있다.
② 종교인들의 결실있는 성숙한 대화를 위해서는, 대화참가자들이 자기가 귀의하고 있는 종교진리에 대한 깊은 애정과 헌신을 지니면서도, 더 큰 진리자체에 대한 열린 마음과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진리자체인 ‘궁극적 실재’(Ultimate Reality)를 하느님, 다르다, 절대자, 상제, 진여, 법성, 충만한 빔 등등 무어라 호칭하든지간에 ‘역사적 종교’는 ‘진리자체’를 온전하게 가르킬 수는 있더라도 완전히 독점적으로 자기종교와 일치시킬 수 없다는 겸허한 자세가 요청된다.
③ 내실있는 대화는 각종교가 지닌 종교상징, 핵심 교리, 예전, 종교발전사, 교세현황등을 정보로서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진솔한 대화는 왜 자기는 지금 자기가 귀의하는 종교에 몸담게 되었는가, 그리고 자기종교가 자기의 실존에 무슨 창조적 영향을 끼쳤는가를 진솔하게 서로 나누는 대화가 좋다. 오늘날은 텔레비전전등 대중 영상매체가 발달한 시대인 만큼, 신뢰할만한 각종단의 지도급 인사들이 ‘열린 마음 종교인 대화 콘서트’ 프로그램도 대중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④ 종교간 심층적 대화가 거두는 가장 유익한 결실은, 대화를 통해서 이웃종교를 보다 깊이 이해함과 더불어, 자기종교의 특성을 좀 더 새롭게 알게 되고 자기종교 안에 있는 진리 가르침의 다른 측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하여 자기종교와 신앙이 ‘창조적으로 변화’하는 역동적 신앙성숙을 가능하게 한다. 대화란 꼭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서만 가능한 것 아니다. 책과 강의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특히 각 종단에서 전문직 성직자를 양성하는 교과과정 속에 <세계종교사>, <한국종교사>, <종교와 문화사>등의 강의 개설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2) 이웃종교의 축제와 종교현장을 참여 방문하는 길
종교간의 대화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둘째길로서 이웃종교 살아하는 숨쉬는 현장을 방문해보는 길을 제시하고 싶다. 왜냐하면 종교란 책속이나 교리 속에 숨쉬기 보다는 살아있는 종교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요, 그들이 모여 이루는 예배의식, 교육과 축제, 신앙공동체적 생활속에 더 실감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① 각 종교는 종교적 축제일을 지니고 있다. 불교의 사월초파일 연등축제, 기독교의 12월 25일 성탄절, 유교의 성균관 춘추 추모대제, 이슬람교 라마단 등이 대표적이다. 각종교의 종교 의례는 고도의 종교적 상징성을 지닌 것이기에 단지 열린 맘으로 이웃종교의 축제를 축하한다는 맘을 가지고서 구경꾼으로서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이웃종교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예들면 전남 광주 무진교회(담임목사 장관철목사) 경험에 의하면, 교회당 바로 이웃에 불교 사찰이 있었고, 어느 해 불자들이 성탄절 전야제 저녁축하예배에 참석하여 ‘예수탄생 축가’를 불러주었다. 첨엔 교인들이 모두 어색해 했으나 성탄전야제가 끝날 무렵 모두 종파를 넘어선 깊은 우애와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구 인수동에 인접하고 있는 두 종교기관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대한 불교조계종 화엄사는 서로 석가탄신일과 예수성탄절에 축하 프랭카트를 걸어주는 행사를 이어오기 15년이 지났다. 아름다운 행사라고 주민들이 칭송한다.
② 이웃종교의 성지와 기념건축물 방문도 좋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 ‘한국종교평화회의’(KCRP)는 이웃종교 건축물과 성지를 방문하여 서로를 이해하는 행사를 가지고 있다. 종교는 신앙의 ‘축적된 전통’이기에 역사적 건축물 기념성지를 방문하여 설명을 듣고 현장을 둘러보기만 해도 이웃종교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유교의 성균관 대제 건축물과 마당의 오래된 은행나무, 해인사 고찰과 팔만대장경, 천도교의 수운회관, 개신교 초기 교회당인 정동교회와 새문안 교회, 가톨릭 명동성당과 절두산의 순교자 성지 기념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이웃 종교를 교나 책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 각 종단의 수도회 방문 경험도 상호 이해에 매우 유익하다.
③ 각 종단을 이끌어가는 성직직자 양성의 교육기관을 상호 방문하여, 이웃종교 성직자들이 되기 위해서 몇 년제 학제, 커리큐럼, 영성수련방법을 시행하는가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성직자들의 교육과정 시절부터 종단지도자간 상호친교와 신뢰구축은 그들이 각종단의 실질적 지도자들이 되었을 때, 이웃종단의 종교지도자들을 자기 종단의 예배의전과 교육과정에 상호교차 교단의 상호교차 초청을 가능하게 한다.
(3) 생명살림 운동현장에서 종교간 협동과 평화운동
종교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일가? 불교전통에 의하며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고 말해왔다. 다른 말로 하면 깨달음을 얻고 불국토를 실현하는 것이다. 유교전통에 의하면 ‘극기복례 대동 세계’라고 말해왔다. 기독교전통에서는 ‘영혼구원과 하나님나라’라고 표현해 왔다. 표현용어들과 그 함의 내용이 깊이 들어가며 특성이 있어서 조금씩 의미 하는바가 다르지만, 큰 눈으로 보면 개인 실존의 완전한 자기실현이 한 가지 축이요, 다른 축은 사회적 공동체의 평화실현이다. 결국은 한마디로 종교란 “생명을 살리는 일이 궁극적 목적이다”.
①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촉진하는 3번째길 은 바로 삶의 현장에서 ‘생명살림 운동’에 같이 동참하고 일하면서 대화와 협력이 가장 창조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② 오늘날 인류의 삶의 현장은 생명을 상하게 하고 위협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신음하고 있다. 빈곤과 빈부격차에서 비롯되는 비인간화 문제, 사회의 부정과 불의로 인한 약자들의 고통, 질병과 전쟁의 고통과 비극, 물질주의 배금사상으로 인한 인간성 황폐, 무엇보다도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붕괴로 인한 생태학적 위기등이 심각하다. 한국의 시절 이명박 정권시절 소위 ‘한국 4대강 개발사업’을 행정부 권력이 강행 할 때, 특히 한터국의 종교계는 일심으로 그 환경파괴성을 지적하고 종교계가 연대하여 ‘4대강사업’강행 중단을 위해 협력적 운동을 전개했던 것은 좋은 사례이다.
③ 위에서 열거한 지구생명을 위협하는 위기극복의 과제는 너무나 심각하고 큰 문제이어서 어느 특정종교나 사회단체나 국가가 홀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문제들은 너무나 큰 전 지구적 문제요 유기체적으로 얽힌 문제이어서 ‘생명살림운동’에 동참하는 종교인들의 공동대응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과제들이다.
④ 한국사회에서 종교간 대화와 평화협력의 경험에 의하면, 가령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사회정의 운동, 북한과 지구촌 어린이 식량난 돕기 위한 인도주의 운동, 지역사회 생태환경 파괴를 막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 질병과 재난구호에 동참하는 일 등등에 지역사회 이웃종교단체협의회, 그리고 한국종교평화협의회(KCRP)는 활발한 협력을 해왔다.
‘생명 살리는 일’에 협력하면서 상호 대화와 신뢰는 깊어지고, 종교의 진면목은 교리나 이론이 아니라 ‘자기희생을 동반하는 사랑과 자비의 실천’에 있음을 경험을 통하여 확인하게 되었다. “종교평화 없이 세계평화 없다”(한스 큉). “역사적 세계종교들은 위대하다. 그러나 진리는 더 위대하다”(함석헌). “자기희생 없는 종교는 사회악이다”(마하트마 간디). 모든 종교인들이 항상 맘깊이 간직해야 할 참된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