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4,32-35; 1요한 5,1-6; 요한 20,19-31
+ 찬미 예수님
지난 한 주간 안녕하셨어요? 지난 주일 본당 부활 축제 한마당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봉사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셔서 밥이 모자랐는데요, 식사를 못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다음부터는 더 넉넉히 준비하겠습니다.
부활 팔일 축제의 마지막 날인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행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지난 주일 부활 축제 한마당 행사 마지막 경품 추첨 때 밥솥에 당첨되셨는데, 여성분과에서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흔쾌히 기증하여 주신 자매님이 생각나네요.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았다.”라는 말은, 참된 우정을 나타내는 표현인데요, 신자들은 물질적인 것도 함께 나누었지만, 영적인 것 즉 믿음, 사랑, 기쁨, 고통, 그리고 성령의 열매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성령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 증거 중 하나는 ‘내주고서도 아까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2독서에서 요한 1서는, 하느님의 아들딸로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는데요, 하나는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또한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이며, “그분께서 물과 피를 통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라고 말하시는데, 여기서 물과 피는 예수님의 세례와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뜻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받은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를 의미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날 저녁에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는데,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십니다. 지난 목요일 미사 때 루카 복음에서도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 요한복음에서는 이 말씀을 세 번 반복하십니다.
제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씀드리면, 인사이고 기원이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면,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실제로 평화를 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평화의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로 말미암아 하느님과 인간의 결정적 화해가 이루어졌고, 예수님께서는 그 결실인 평화를 우리에게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한번 허리 펴시고 어깨 펴시고 앉아 보시겠어요?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어 보세요.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 진흙을 빚어 사람을 만드신 후 숨을 불어넣으시니 생명체가 되었습니다.(창세 2,7) 우리는 이처럼 하느님의 숨결로 창조된 존재입니다. 또한 부활하신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우리는 세례 때 성령을 받고 새롭게 창조되었고, 이제 주님 안에서 숨 쉬고 움직이며 살아갑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단인 교회에게 성령을 주신 후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우리가 죄를 용서받는 근거가 여기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토마스는 있지 않았습니다. 주일이었는데, 토마스가 주일미사를 궐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제자들이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라고 말하자 토마스는 ‘그분 손의 못 자국을 직접 보고 못 자국과 옆구리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고 말합니다. 믿음의 대상인 부활에 대해 자연과학적 증거를 요구하는 현대인의 의심을 토마스는 대변하고 있습니다.
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모여 있었는데, 바로 부활 제2주일인 오늘입니다. 토마스 사도는 이때는 주일미사에 나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 서시며 다시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그러고 나서 토마스에게 말씀하십니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믿지 않는 사람이 되지 말고 믿는 사람이 되어라.”
이에 토마스 사도는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대답합니다. 요한복음이 쓰일 당시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자신을 “우리 주님이며 하느님”이라고 부르게 했습니다.
토마스 사도는 우선, 로마 황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시라고 고백합니다.
또한 여기에는 더 큰 의미가 있는데요, 구약성경은 하느님을 야훼라고 부르기도 하고 엘로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두 단어가 함께 등장할 때,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번역합니다. 시편 35장(23절)에 두 단어가 함께 나오는데, “저의 하느님, 저의 주님”이라고 번역되었습니다.
토마스 사도는 예수님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부름으로써, 예수님 안에서 당신을 드러내고 계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예수님께서 바로 그분이시라는 영광송을 노래합니다.
요한복음 1장의 말씀이 이제 마지막에서 제자의 입으로 고백됩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2)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참회록’에서 자신의 회심 과정을 고백하는데요, ‘전쟁과 평화’ 같은 소설을 집필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톨스토이는, 어느 날부터인가, 젊은 시절 자신이 저지른 죄에 짓눌려 괴로운 나날을 지내기 시작했고, “하느님은 계시지 않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극심한 좌절에 빠집니다.
톨스토이는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구원해 주소서! 주님, 저의 하느님, 저를 가르치고 인도하소서!”라고 기도했지만, 마음에는 아무도 그 기도를 듣고 있지 않다는 절망감만이 가득했습니다.
오랜 세월 방황하던 톨스토이는 문득 ‘하느님에 대한 나의 관념이 어디에서 왔는가?’라고 질문하게 되고,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희열에 춤추는 생명의 연기가 내부에서 올라오는 것을 경험합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활기 있어 보이고 모두 저마다 의미를 갖고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내, ‘하느님에 대한 관념이 하느님은 아니다’라고 생각하자, 자신의 내부와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생명력을 잃고 덧없게 느껴집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깨닫게 됩니다. “이분이 바로 하느님이시다. 이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바로 그분이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을 아는 것과, 사는 것은 같은 것이다. 하느님은 생명이시다. 하느님을 추구하며 살아라, 그러면 하느님 없는 삶은 없어질 것이다.”
이것을 깨닫기가 무섭게 자신의 내부와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지금까지보다 훨씬 밝고 빛나게 드러났고 이 빛은 그 뒤로 결코 자신을 버리는 일이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저는 학생 때 톨스토이의 참회록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었는데요, 이번에 다시 읽어보면서 이 이야기가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모든 회심 이야기는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회심하는 것이 아니라, 절박한 순간에 내 안에서 깨닫게 해 주시는 분, 나에게 말을 건네시는 분의 음성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하느님께로 돌아섭니다.
토마 사도와 톨스토이는 외부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삶의 어느 시기를 상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그러한 시기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을 믿고는 있지만 그분 얼굴을 뵈올 수 없음이 답답하고, 예수님 부활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부활을 고백하고는 있지만 더 명확하게 증거를 보여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다시 한번 허리와 어깨를 펴시고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어 보시기 바랍니다.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을 반복해 보겠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내 안에서 이 말씀을 하고 계신 분은 과연 누구이십니까? 오늘 미사 후에, 댁에 가시면서도 이 말씀을 되뇌어 보시기 바랍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우리도 대답드려야겠습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하인리히 블로흐, 의심하는 토마스 (1881년 경)
출처: Redeeming “Doubting Thomas”: The Apostle of Divine Mercy - The Catholic Company®
첫댓글 토마스 사도님, T세요?
아 T 는 아니고 남성용 원피스입니다~
역시 신부님 강론은 변함없이 명불허전이십니다.
부활 축하드립니다!
내내 건강하시구요~*^^*
감사드립니다~ 부활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