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현재의 **'전통적인 단순 기장 시장'은 제로섬(Zero-Sum)을 넘어 마이너스섬(Minus-Sum) 게임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파이의 총량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데, 공급자(세무사 및 플랫폼)는 늘어나다 보니 결국 '남의 거래처를 빼앗아 와야만 내가 성장하는' 전형적인 약육강식의 구도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이 왜 제로섬 게임이 되었는지, 그리고 이 판에서 벗어날 탈출구는 어디에 있는지 분석해 보았습니다.
### 1. 왜 기장 시장은 제로섬 게임이 되었는가?
* **치명적인 저가 덤핑과 높은 교체 장벽**
개업 세무사가 늘어나면서 가장 손쉬운 영업 방식인 '기장료 파괴'가 만연해졌습니다. 문제는 기장 서비스를 받는 고객(납세자) 입장에서 세무사 변경에 따른 피로감(자료 이전, 기존 세무사와의 관계 등)이 크다는 점입니다. 결국 확실한 단가 후려치기나 지인 영업이 아니고서는 기존 시장의 파이를 뺏어오기가 극도로 어려워졌습니다.
* **플랫폼에 의한 하부 시장 잠식 (마이너스섬의 원인)**
과거에는 신규 개업 세무사들의 훌륭한 디딤돌이 되었던 영세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의 소액 기장·신고 대리 시장이 테크 플랫폼으로 대거 흡수되었습니다. 세무사들이 나눠 갖던 시장의 하부 파이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 **경제 성장률 둔화와 자영업 폐업률 상승**
새로 문을 여는 기업보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거시적 환경 속에서, 단순 기장 수요의 자연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 2. 제로섬 판을 깨는 방법: 기장을 '넌제로섬(Non-Zero-Sum)'으로 바꾸는 전략
그렇다면 기장 영역은 버려야 하는 카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선두권 사무소들은 기장의 '정의'를 바꿔 제로섬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 ① 일반 기장에서 '특화(Niche) 기장'으로의 전환
모든 업종을 다 다루는 기장은 10만 원짜리 단가 싸움이 되지만, **특정 업종에 특화된 기장은 세무사가 가격 결정권**을 쥐게 됩니다.
* *예시:* 병·의원(의디컬) 전문, 건설업 실태조사 대비 기장, 스타트업(스톡옵션 및 투자 유치 전제) 기장, 수출입 및 이커머스 전문 기장 등.
* 업종 고유의 리스크를 정확히 알고 세무 대리 그 이상의 가이드(예: 병의원 매출 관리, 건설업 자본금 충족 기준 상시 모니터링)를 제공하면, 고객은 기장료가 2~3배 높아도 이탈하지 않으며 오히려 소개로 이어집니다.
#### ② 기장을 컨설팅으로 가는 '미끼 상품(Lead Magnet)'으로 활용
기장 자체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전략입니다. 기장은 **고객의 재무 데이터와 자산 현황을 합법적으로 가장 먼저,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독점적 통로'**입니다.
* 기장 업체의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가업승계 타이밍, 법인 전환 실익, 대표자 가지급금 정리, 혹은 빌딩 매입 시의 법인 활용 전략 등을 **선제적으로 제안(Pitching)**하는 것입니다.
* 이 경우 기장은 매달 안정적인 사무실 고정비(임대료, 직원 인건비)를 충당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진짜 수익은 연간 몇 건의 고부가가치 컨설팅으로 올리는 구조가 됩니다.
#### ③ '경영관리 아웃소싱(CFO 서비스)' 서비스로의 확장
단순히 세금 신고용 장부를 만들어 주는 것을 넘어, 중소기업 대표들이 가장 가려워하는 '자금 관리 및 경영 분석' 영역을 건드리는 것입니다.
* AI 시스템을 활용해 정형화된 기장 업무를 효율화하고, 남는 리소스로 대표에게 월간 자금 흐름 리포트, 정부 지원금 추천, 금융권 대출 심사 대비 재무제표 관리 등을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며 기장료의 단가 자체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 **요약하자면**
> 시장에 존재하는 똑같은 모양의 파이를 나눠 먹으려고 하면 기장 시장은 철저한 제로섬이자 피바다(Red Ocean)입니다. 하지만 **'기장에 어떤 전문성을 얹을 것인가'**, 혹은 **'기장 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고부가가치 매출로 연결할 것인가'**에 따라 기장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