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마주 앉아 세끼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게 되어도 내가 못 듣는 경우가 생기고 되묻게 된다. 그래서 작년 12월 첫 주 월요일부터 격주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왔다. 처음이니 청력검사부터 시작이다.
환자인 내가 작은 방에 혼자 헤드폰을 쓰고 앉아있고 밖에 보이지 않게 앉아있는 검사원이 보내는 신호를 들을 때마다 들린다는 대답으로 손에 들려준 막대기형 신호기를 눌러 확인 시켜주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삐삑 같은 금속성 소리부터 잡소리 같은 소음까지 정말 수십 가지 소리를 작게부터 아주 아주 크게까지 보내면 내가 어디까지 들을 수 있는가를 20여 분 응답하고 나서 검사원이 하는 말을 따라 하기도 20여분 시킨다. 말로 단어를 말하면 들은 대로 대답하는 것이다. 얼마나 정확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또 작은 소리부터 점점 크게까지 어디까지 들리는가도 검사한다. 이렇게 저렇게 검사가 완료되면 검사된 자료를 가지고 청력 능력을 확정하고 판정을 받도록 서류를 꾸며 준 것을 받아 내가 보건복지부로 보내면 8~9주 이후 집으로 청력 약화로 보청기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왔다.
그 후 다시 병원에 갈 때 나는 지금까지 사용하던 보청기 대금을 지불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보청기 대금을 병원으로 가서 내고 나중에 보청기 사용으로 청력이 필요해졌다는 증거로 한 번 더 검사를 받은 후 확정되면 지불한 대금 130만 원 중 99만 원을 되돌려 받는다는 것이다. 보청기 값만 130만 원이라니 귓속으로 넣는 작은 보청기가 왜 그리 비싼지 모르겠고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료받으려 가면 의사가 하는 말을 내가 잘 듣지 못해서 엉뚱한 대답이나 질문을 하니 딸이 같이 다니면서 진료 중 옆에서 대신 듣고 대답하며 나중에 나에게 설명해 주면서 일을 잘 진행 시켜주었다. 편하게 빨리 진행할 수는 있지만 정작 진료받는 내가 내용도 모르면서 진행되는 것이 불편했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보청기를 매일 아침에 꽂고 저녁에 빼려니 길면 12시간이고 짧아야 6시간이다. 혼자 내 방에서 생활하고 TV 시청도 거의 안 하다시피 하며 아내와 이야기할 시간도 많지 않은데 그냥 끼고 있어야 한다니 괜한 일 하는 것 같아 귀찮고 힘들 것이 뻔하다. 운동을 한다고 오후에 나갈 때도 끼고 다닌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말을 못 듣는 것도 아니고 청력이 그렇게 쉽게 줄어들 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재작년에 한 백내장 수술도 처음에는 겁이 나고 두려웠는데 안과 수술은 하고 나서 정말 수술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번에는 수술이 아니지만 보청기 구입을 또 잘 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