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5-35 시절節序 3 신상新霜 새 서리
벽공여세철소성碧空如洗綴疎星 푸른 하늘이 씻은 듯 성긴 별을 엮었는데
풍긴천암반야상風緊千巖半夜霜 바람 급하더니 일천 바위에 밤중만 서리 내렸네.
세세옥화점고와細細玉花粘古瓦 자디잔 하얀 옥꽃[玉花] 옛 기와에 붙어
단단경예점태장團團瓊蘂點苔墻 동글동글 구슬 꽃술[瓊蘂]담 이끼에 점點 찍었네.
침어사월편교백侵於沙月偏敎白 모래 위에 침노한 달 편벽되어 흴 뿐이요
착도산림손각황着到山林損却黃 산 수풀에 내려와선 누런빛을 덜어 버렸네.
초엽이잔하병절蕉葉已殘荷柄折 파초 잎 벌써 쇠잔했고 연 줄기 부러졌는데
여한갱작동은상餘寒更作凍銀牀 남은 추위 다시금 언 은평상[銀淋] 만드노나.
►‘엮을 철綴’ 엮다. 잇다. 연결하다
►세세細細 아주 자세仔細함. 너무 잘아서 보잘 것 없음. 매우 가늘다.
►단단團團 둥근 모양. 이슬이 동글동글하게 맺혀 있는 모양. 늘어진 모양, 드리워진 모양
►‘구슬 경瓊’ 구슬. 玉. 붉은 玉
►‘꽃술 예, 모일 전蘂’ 꽃술. 향초香草의 이름
●영국詠菊 국화를 노래/백거이白居易(772-846)
일야신상착와경一夜新霜著瓦輕 지난밤 기와지붕에 무서리 내리더니
파초신절패하경芭蕉新折敗荷傾 파초 잎 꺾이고 연꽃 시들어 기울었네.
내한유유동리국耐寒唯有東籬菊 동쪽 울타리 국화만이 추위에 견디며
금속초개효갱청金粟初開曉更清 금빛 꽃술 환히 열고 해맑게 피어났네.
►백거이 ‘금속金粟’ 구양수 ‘금예金蕊’만 다를 뿐 똑 같다
구양수가 백거이를 표절한 게 아니고 가져왔을 뿐이다.
●상霜 서리/구양수歐陽脩(1007-1072)
일야신상착와경一夜新霜著瓦輕 하룻밤 첫서리 기와에 얕게 쌓여
파초심절패하경芭蕉心折敗荷傾 파초 꺾이고 시든 연잎 기울었다.
내한유유동리국奈寒惟有東籬菊 어찌 추위에 동쪽 울타리 국화뿐인가.
금예번개효갱청金蕊繁開曉更清 금술 무성히 열어 새벽 더욱 청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