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구이/김기택(사실적)
젓가락을 대보기도 전에 불길이 먼저
부드러운 혀로 구석구석 꽁치 맛을 본다.
꽁치는 불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위협적으로 입을 벌려 보지만
불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과 입까지 핥는다.
간지러운 듯 지느러미를 가늘게 떨고
배를 조금씩 들썩거릴 뿐
꽁치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붉은 혀에서 침이 흘러나와
꽁치에 번들번들 윤기가 흐른다.
게걸스럽게 끓는 침이 사방으로 튄다.
불길이 다 먹고 남은 꽁치
혓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꽁치를
젓가락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낫/김기택(감각적)
안쪽으로
날이 휘어지고 있다
찌르지 못하는
뭉툭한 등을 너에게 보이면서
심장이 있는
안쪽으로 구부러지고 있다
팔처럼
날은 뭔가를 껴안으려는 것 같다
푸르고 둥근 줄기
핏줄 다발이 올라가는 목이
그 앞에 있다
뜨겁고
물렁한 것이 와락 안겨올 것 같아
날은 몸을 둥글게 말아
웅크리고 있다
카페 게시글
한국 시
김기택 시인의 사물주의 시 두 편-꽁치구이, 낫
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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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2:1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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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목향 선생님
멋진 시 2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