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우거지면 내 마음에 자리한 그리움도 더욱 푸르러진다
어머니 품처럼 여유롭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지리산..
그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동심으로 돌아가 어머님 품에 안기고 싶어 다시 길 위에 섰다
편안한 친구와 동행하며 남원에서 주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다
따갑게 내리는 햇볕에도 마음은 푸른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고
지리산을 바라보며 농노 길을 걷고 언덕을 올라 산길을 걷고 또, 걷는다
소나무들의 멋들어진 자태에서 뿜어나오는 솔향기는 엄마의 냄새를 닮았다
숲길에 앉아 엄마의 향기에 젖어 나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길가의 민들레 홀씨도 입으로 호호 불어보고 또, 손으로도 톡 건드려 멀리 날려보내며
티없이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고개 숙인 할미꽃, 백두옹을 보며 옛 이야기가 생각 나 눈시울이 붉어진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아카시아 향에 취하고, 찔레꽃 향기에 마음을 빼앗기며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흥부가, 심청가 소리에 마음이 밝아지고
산 속 깊이 숨어 있는 다락논을 바라보며 보석을 찾은 듯 기쁜 마음으로 걷고
도란도란 낮은 산길이 들려주는 지리산 이야기를 들으며
지친 다리를 달래며 걷고 또 걷는다
해질녘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집에 머물며
산나물이 가득한 밥상을 받고 지리산은 나의 마음 속으로 들어와 앉는다
침상에 누워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가슴알이 했던 삶의 발자취도 돌아보고
개구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나의 마음자리도 살펴본다
지리산의 이른 아침을 깨우는 산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나뭇잎 끝에 매달린 영롱한 이슬을 두 손으로 받아든다
내 마음도 영롱한 이슬처럼 고운 빛으로 지리산으로 스며들기 바라며
따듯한 엄마의 품 속 같은 지리산 둘레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출처: 5060산과의만남)
첫댓글 지난 5월에 작성된 글이지만, 참~ 마음에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