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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겐 한 가지 필수적인 물건이 없었습니다.
새해(2021) '달력'이었는데요,
아마 (저를 잘 아시는) 여러분들은 그러실 겁니다.
이상하네? 매 달 달력을 그리는 사람이 무슨 소리야? 하고요.
그랬습니다.
매달 달력을 그려오던 저에게 올해는 달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매달 달력을 그려왔던 저는 지금은 달력을 그리지 않는다는 말이고, 사회 활동을 하지 않기도 하다 보니 새해 달력이 생길 리도 없던 저에겐,
새해가 왔는데도 집안에 바꿔 놓을 달력이 없었던 겁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옛날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서(1990. 4월) 혼자 살면서부터 작년(2020)까지 어느새 30 년이 흐르도록 꼬박꼬박 한 달에 하나 씩 그려오던 달력을 최근에 그리지 않게 되었네요.
제 까페에 오래 전부터 오셨던 분들은, 그 사이에도 이따금 제가,
나는 달력만으로 전시를 해도 충분할 정도로 달력을 많이 그려왔어...... 했던 걸 기억하실 텐데요,
그러고 보면 1 년에 12 장, 거기다 30 년이면 360 장.
최소한 제가 그려왔던 달력이 360 장은 넘어갔겠구요,
그 해엔 우선 '화투'를 이(응)용해서 그렸다.
물론 이 얘기도 아시겠지만,
저는 어릴 적부터도 이따금 일도 없이 달력을 그리곤 했습니다.
혼자 심심해서도, 친구들과 뭔가 계획을 세울 때도 그저 쓱 쓱 쓱 달력을 그린 뒤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곤 했었거든요.
그게 그저 버릇처럼 삶의 한 부분이 되었는데,
제 기억으론,
군대 제대한 뒤 대학 3 학년에 복학하면서부터 좀 더 자주 그런 행위를 이어오다, 졸업과 함께 '화실 생활'을 하면서는 아예 상당히 자주 달력을 그려(종이 2절지에 크게 '한 달 일정표' 처럼) 벽에 붙여놓곤 했었는데요,
그 때도 정규적이진 않았답니다. 게다가 그림도 없이 그저 숫자만으로 그려왔었고, 이따금 그림이 들어간 것도 계(시)절과는 관계 없는 것들이 주를 이뤘을 걸요.
그러다 30대 중반에 스페인으로 떠났고,
새 집(침묵의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달력이 없어서 스스로 그려 벽에 붙여놓고 생활하면서부터(4월. 그 당시엔 쉽게, 4월이니 화투의 4자를 이용해서 그렸고, 그 이후에도 몇 달은 달력을 응용해가며 그 해를 채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그 다음 해부터(1991) 화투를 벗어난 뭔가 새로운 그림으로의 달력 그리기가 시작되었던 거구요.), 그 이래로 정말 30년이 넘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도록 달력을 그려왔던 저였군요.
그랬는데, 최근(정확히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몇 달 전부터,
작년이었는데, 4월인가 5월인가... 새 달이 되었는데도 제가 달력을 그리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나 있더라구요. 그래서 여느 때처럼,
이 달이라고 빼먹을 순 없지! 하면서 달력을 채워넣으려고 했는데,
막상 그리려니, 그릴 게 없드라구요.
그랬습니다. 그릴 게 없었답니다.
'달력'이란 특수성도 있는데, 1 년을 열 두 번으로 나눈 시절의 뭔가 특성도 고려해야 하는 일이라 항상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시작하기도 하는데,
앞이 콱 막히면서 그릴 게 없드라구요. 제 머리가 고갈이 되었는지(물론 그 전에도 그런 적이 많았지만) 아무리 그리려고 해도 생각이 나질 않아, 일단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
물론 달력을 그리는 것도 쉽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
처음에 재미로 그릴 때야 그저 생각나는 대로 그려댔다지만, 그것 역시 정규적으로 그려대야 하다 보니, 점점 그 소재가 바닥이 나서.. 점점 뭔가 새롭게 만들어내야만 하다 보니, 어떤 때는 순발력도 요구가 됐고 그러면서도 제 생활상도 반영되는 등, 어떤 때는 달력으로부터 제 작품의 소재가 탄생한 적도 있는 기능을 하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달력을 그리기 위해 몇 시간을 앉아 씨름을 해도 그림이 나오질 않아,
내가 이런 고통을 왜 스스로 만들어 하고 있다지? 한 적이 한두 번이었겠습니까? 그러다가 한 번인가는(딱 한 번) 그림 없이(빈 공간으로 남기고) 그저 숫자 만으로 그렸던 적도 있는 등, 참 다양한 달력을 그려왔던 접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이러다 죽을 때까지 달력을 그려대겠네? 하기도 했지만,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 행위가 죽을 때까지 이어질 줄 알았었는데,
작년 갑자기 달력을 그리지 않은 상태로 달을 넘겼던 저는,
그 다음 달에도 벽에 막혀 또 달력을 못 그리고 있기에,
이러다 멈추는 거 아냐? 했는데,
그게.. 끝내 멈추게 된 결과를 초래했던 겁니다. 그럴 줄은 상상도 않으며 지내왔던 저로써는 그러면서,
내 그림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거 아냐? 하기도 했던 것처럼 충격일 수도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슬픈 일이기도 했고,
나이엔 장사가 없구나! 하기도 했던 일이랍니다.
그러니까 재미로 시작됐던 일이 생활화가 됐고, 그저 평생을 끌어오다.. 이젠 힘이 부쳐 그 행위를 그만둔 거지요.
물론 아쉬움도 있고 미련도 있습니다. 허무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그걸 떨쳐버리려, 지금도 억지로, 그 몇 달 치의 달력을 채워넣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젠, 그 달력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고 싶은 욕구도 작용해서,
그저 조용히 '달력 그리기'를 멈춘 거나 다름없답니다.
그러면서 또 몇 달을 보냈답니다.
근데요,
사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도 있을 수 있는데요,
제가 스스로도 부정하지 않았던 '평생 달력 그리기'를 그렇게나마 멈추었던, 한 가지 참고(?)가 될 만 한 이유('핑계'일 수도 있을까요?)랄 수도 있는데요,
제가 언제부턴가(최근 2-3 년 전부터?) 여러분께(이 까페에) 이따금씩 들먹이는 '자화상 드로잉' 있잖습니까?
이것 역시 '강박관념'에 빠져 있는 것이기도 한데(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될 줄은 저도 몰랐는데, 하다 보니(그렇잖아도 저는 '자화상'을 많이 그리던 화간데),
언제부턴가 이 일 역시, 아니 이 일은 '달 단위'가 아닌 '일 단위'로 바뀐, 날마다 '자화상 드로잉'을 그려대는 행위를 이어오고 있는 중이라, 하루에 한 번씩은 그 행위를 하느라 제가 많은 수고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요, 이 일 역시 보통 일은 아닙니다. 어떤 때는 즐겁기도 하지만, 이젠 그것도 시간이 제법 흐르다 보니, 뼈를 깎는 고통일 수도 있는 일이 돼버렸답니다. 그러면서도 그만 둘 수가 없어 계속 이어가고는 있는데요,
(아, 그러고 보니 또 있네요! '단풍드는 시절'도 근 15년이 돼 가는데, 그건 '연 단위'로 그려대고 있네요.......)
이렇게 뭔가 규칙을 만들어 정규적으로 하다 보니(원래 그러려고 작정하면서 했던 건 아닌데), 너무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스스로도 짜증스러워서,
뭔가 하나 쯤에서는 벗어나자! 하며 '달력 그리기'를 멈췄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뭐든,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스스로 터득하고 깨우치기도 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어떤 영화 제목처럼,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거나,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일 수도 있습니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되는군요.
아, 그러고 보니,
저라는 사람은(원래 '달력'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번졌네요......) 스스로 뭔가 일을 만들어, 그 틀 안에서 빠져 나오지 않으려 하는 성향이 아주 강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니, 맞는 말이네요.
제 인생이 그런 것들로 점철돼 있었네요......
아무튼,
그렇게 '달력 그리기'는 멈춰졌는데,
아주 멈춰졌을까요?
제가 그렇게 다시 의문을 갖는 건, 지금 당장은 그런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뜻이 강해서 쉬고 있긴 하지만, 또 언젠가는 그저 부담 없이, 옛날 처럼 쓱 쓱 쓱.. 달력을 그려서, 뭔가 계획을 세우기도 할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서 하는 말이랍니다. 그렇지만 의무적으론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날마다 그려대느라 진이 다 빠져나갈 것 같은 '자화상 드로잉'도 어느 한 순간엔 그만 둘 수도 있다는 말이구요(언제까지 그려댈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런 걸 통 털어서,
저도 언젠가는 모든 걸 탈탈 털고 이런저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걸 '은퇴'라고 하나요? 저는 언제 은퇴할까요? 옛날엔, 화가는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릴 터라 '은퇴'라는 단어가 필요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요즘엔 그게 아니라는 걸 절로 느껴가고 있기도 해서요.)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많은 능력들이 감퇴된다는 것도 당연히 느끼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저도 언젠가는(그렇게 오래되지 않아) 이런 일에서 자유로워 질 때도 있으리란 생각을 아니 할 수가 없네요.
(그것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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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올해는, 그린 달력도 없고 어디서 얻어온 달력도 없어서,
하는 수 없이 그려야겠네? 하다간,
아! 하며, 제가 옛날에(2013-4 년) 만들었던 달력을 이용하기로 했답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 에서 그렸던 드로잉으로 그 전시에 맞춰 판매하려고 만들었던 것으로,
그것 역시 만들기만 했지, 본전도 못 찾았던 제 또 하나의 실패작(?)일 수도 있는......
지난 달력이긴 한데, 1 년 열두 달의 달력이라, 그 중에는 이번 달과 요일이 일치하는 게 분명 있는 것이라서,
2013년 3월 달력이, 2021년 1월과 요일이 일치하기 때문에,
그냥 그걸 써먹으면 돼서요.
그러고 보니 달력 아래에 나온 '선전'이 있는데요,
그것 역시 제 향수를 자극하네요.
그 '치과' 역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치과 의사가 일을 하지 않으니) 지난 기억의 제가 다니던 치과 선전입니다.
당시, 제가 그 치과의사에게 고마움을(공짜로 치료를 받으러 다녔으니) 표하기 위해 일부(열 권인가 스무 권이던가......)를 저렇게 찍어서 사용하도록 했던 흔적이거든요.

첫댓글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더라고요.
당시에는 영원할 것 같았었는데.
친구도, 일도, 세상살이도, 살아가는 방식도.....
모든 게 세월 속에 묻혀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지 않나요?
어찌 보면 그게 인생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현재를 잘 살아야 한다고 했나 봅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 했나 봅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은 너무 살벌하네요.
그 뜻이야 백 번 이해할 수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