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스태킹 최연소 국가대표 장우석 군<경기 광명 구름산초 6>
시간 날 때마다 연습 또 연습
3시간을 쉬지
않고 컵 쌓기도
집중력 높아지고 성적도 올라
"내달 국제대회 출전 설레… 목표 기록 꼭 달성할 거예요"
소년이 매트 위에 플라스틱 컵을 올려놓는다. 손목을 돌리며 긴장을 푼다. 자세를 잡은 소년이 컵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왼쪽·가운데·오른쪽에 각각 세 개씩 컵을 쌓고 허문다. 모든 과정을 끝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799초. 재빠른 손놀림의 주인공은 장우석(경기 광명 구름산초 6) 군이다.
우석이는 지난달 28일 '2015 세계스포츠스태킹협회(WSSA) 챔피언십'에 출전,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뽑혔다. 다음 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대회 출전하게 된다. 스포츠스태킹은 9~12개의 컵을 정해진 규칙대로 쌓고 내리는 스포츠 경기. 현재 전 세계 54개국 2000만 명 이상이 즐기고 있다. 지난 13일 쟁쟁한 형, 누나들을 제치고 국가대표로 뽑힌 우석이를 만났다.
- ▲ 장우석 군이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선수로 뽑힌 뒤 받은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 광명=이신영 기자
◇'0.001초' 차이로 갈리는 승패
"결과 나오기 전에 '된다! 된다!'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진짜 (국가대표가) 됐어요. 기뻐서 소리지르고 싶었는데, 참았어요. 옆에 뽑히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으니까요. 대신 마음속으로 소리 질렀어요."
이번 대회에서 우석이가 기량을 뽐낸 종목은 네 개. 3-3-3, 3-6-3, 사이클 스택, 더블 등이다. 성적이 가장 좋았던 종목은 더블이다. 두 명이 팀을 이뤄 열두 개의 컵을 3-6-3, 6-6, 1-10-1 순서대로 쌓고 내리는 경기다.
우석이는 선준형(광주 지산중 1) 군과 호흡을 맞춰 1위를 거머쥐었다. 둘은 대회 날을 포함해 딱 두 번 본 사이였다. "작년 아시안챔피언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만나 친해졌어요. 형이 대회에 같이 나가자고 먼저 연락했어요. 사는 곳이 달라 만나서 연습하진 못했어요. 경기 전에 한 시간 맞춰본 게 다예요. 그래도 우승한 거 보면 우리가 호흡이 잘 맞나 봐요."
국가대표로 선정됐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연습 때만큼 기록이 나오지 않았어요. 긴장해서 손을 많이 떨었거든요. 집에선 3-3-3 스택 기록이 1.68초였는데, 대회 성적은 1.799초였어요. 스포츠스태킹하면서 0.001초가 정말 소중해졌어요. 0.001초 차이로 순위가 바뀔 수도 있잖아요."
- ▲ 광명=이신영 기자
◇"경기할 때 시간을 멈추고 싶어요!"
우석이가 스포츠스태킹을 배우기 시작한 건 2012년 겨울. 방학을 맞아 학교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스태킹 반에 등록하면서다. 평소 블록 쌓기를 즐겼던 우석이는 금세 컵 쌓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머릿속엔 온통 스포츠스태킹 생각뿐이었다. 우석이는 항상 컵을 가지고 다니며 연습했다. "시간 날 때마다 했어요. 세 시간 연속해서 한 적도 있어요. 계속 서서 연습하다가 다리가 아파서 주저앉기도 했어요."
틈틈이 세계 신기록 보유자들의 경기 영상도 찾아봤다. 자신의 연습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도 주고받았다.
열정은 실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2014~2015시즌 스피드스택스 서울·경기지역 예선전'과 '스피드스택스 2014 아시안챔피언십 국가대표 선발전'(이상 만 9~10세 부문)에서 각각 1, 2위를 거머쥐었다. '2014 월드챔피언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혔다.
스포츠스태킹 덕분에 학교 성적도 올랐다. 40점이었던 수학 점수가 90점으로 껑충 뛰었다. "스포츠스태킹 시작한 이후로 수업 시간에 엄청 집중해요. 집중 안 하면 '스포츠스태킹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워요. 1초가 꼭 한 시간처럼 느껴지거든요."
국가대표가 된 우석이는 다음 달 캐나다에 간다. 4월 9~11일 열리는 월드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우석이는 "같은 취미를 가진 외국인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가장 큰 목표는 사이클 스택 기록을 단축하는 거예요. 제일 잘했을 때 기록은 5.9초예요. 이번엔 5.54초까지 앞당기고 싶어요." 우석이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시간을 정지시키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경기하다가 5.54초에서 시간을 딱! 멈추고, 열심히 컵을 쌓고 허무는 거예요(웃음). 이런 능력이 없으니까 열심히 연습해야죠. 꼭 기록 달성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