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향 서권기文字香書卷氣(글의 향기, 책의 기운)를 나누고자 하는 연구공간 파랗게날(대표연구원 이이화)의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 우리 곁의 명승고택을 찾아 문학, 역사, 예술, 철학, 말과 글 등 다양한 인문학적 교감을 나눈다.
지난 7월 베롱꽃망울 부푼 양호서당에서 이도흠 교수의 <인간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란 주제로 인간의 심연을 살핀 데 이은 서른두 번째 강좌는 지난해 김형국 전 조선일보 주필과 성유보 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의 대화1에 이어 대화2로 마련되는데, 여름 짙은 오는 8월 30일(토) 오후 2시 원학고가(경남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487)에서 김연철 전 한겨레평화연구소장과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통일의 실마리, 햇볕인가 강풍인가>란 주제로 분단 한반도의 염원을 다져본다.
“잊지 마라,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평화가 없는 통일담론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망각의 대상이었던 평화가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우리는 평화의 복수에 직면해 있다.”라고 말하는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는 1964년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으로 남북경제협력의 실무를 경험했고,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남북회담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등에 참여했으며,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쓴 책으로는 ≪북한의 경제개혁연구≫, ≪냉전의 추억 : 선을 넘어 길을 만들다≫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의 관계> 등이 있다.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계속 요구했지만 우리가 여기에 굴하지 않고 우리 원칙을 그대로 지켰고 원칙을 관철시켰고 어쨌든 예정대로 남북 합의를 이끈 것은 중요한 의미”라고 말하는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964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주대, 가톨릭대 등에서 강사를 했고, 통일정책연구소(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 들어가 16년째 남북관계 연구를 하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내고, 한국정책방송(K-TV), 교육방송(EBS) 및 미주 라디오코리아 뉴욕 등 방송에 고정출연했다. 지금은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등을 맡고 있다.
이달 통일의 담론을 나누게 될 신씨고가는 요수樂水 신권愼權 선생의 13대손인 신도성 전 통일원 장관의 장남인 신위범 씨 집이다. 이 집에는 ‘원학고가’라는 편액이 솟을대문 아래 걸려 있는데, ‘원학’은 안의삼동安義三洞 중 하나인 원학동 중심에 자리하였다 하여 붙여졌다. 신씨고가(원학고가)는 마을의 중앙에 위치해 당시 집주인의 부와 권위를 잘 보여주고 있는바, 1927년 옛 집을 헌 자리에 새롭게 지었다. 사랑채와 안채는 모두 경남의 일반적인 주택양식인 홑집 대신 겹집의 팔작八作 지붕으로 지었고, 특히 사랑채는 궁궐이나 절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스런 장식들로 꾸몄으며, 조선 중기 이전에는 벼슬 높은 양반 집에서도 보기 힘들던 커다란 받침돌과 기둥자리 등을 썼다. 민속자료 제17호인 원학고가는 2012년에 ‘한국명품고가’로 지정되어 잘 보존된 고택미로 우리 선조의 삶을 보고 느낄 새로운 체험 공간으로 거듭났다. 한편, 황산마을은 조선 연산군 7년(1501)에 요수 선생이 들어와 산 이후 거창 신씨의 집성촌으로 번창해 왔는데, 조선 연산군과 중종 두 대에 걸쳐 왕비가 났다. 마을의 굽은 길을 따라 이어진 옛 담장들은 등록문화재 제259호로,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찾아가는 길은, 서울에서 거창까지는 서울남부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각 10여 회의 고속버스가 운행되어 3시간 30분이 걸리며, 거창읍에서 황산고가마을까지는 하루 31회 운행되는 위천행 완행버스(055-944-3720, 서흥여객)를 타서 수승대정류장에 내리면 되는데 35분여가 걸린다. 승용차로는 88고속도로 거창나들목으로 나와 16.5km(25분)인데, 마리면을 거쳐 위천(북상)방향으로 달리다가 수승대 건너편 황산마을로 들면 원학고가에 닿는다.
연구공간 파랗게날의 인문학 강좌는 인문학을 아끼는 누구에게나 열린 시민강좌로 진행하며, 인문학 연구 및 강좌의 지속성을 위해 연구회원과 후원회원을 모시고 있다. (강좌문의 : Daum카페 ‘파랗게날’, 010-9257-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