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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포엠(디카시), 그 이론과 실제 (2)
Ⅳ 디카시의 발전과정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디카시가 출현하기 전 사진과 문학(시), 예술의 두 갈래 간에 결합 혹은 상호 보완은 꾸준히 시도되었다. 그러나 디카시가 출현하기 이전의 경우 사진와 문학 그 어느 한 쪽이 주를 이루고 다른 하나가 이를 보완하는 형태였다면 디카시의 경우 사진과 시가 결합하여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예술 갈래를 만들어낸다.
디카시가 출현하고 발전하여 하나의 독립된 예술 갈래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은 이렇다.
1. 초기 단계 – 창작메모 혹은 사진으로 인사하기
디카시가 어느날 갑자기 출현한 것은 아니다. 우선 디카시가 출현하게 된 주 요인은 바로 디지털카메라의 출현과 인터넷의 발달 그리고 이에 따른 SNS의 보편화이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이어 손전화로 문자를 보내고 메모장을 쓸 수 있게 되면서 디카시의 출현을 예비했다. 디지털카메라의 출현으로 인화지에 인화를 하지 않고도 사진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파일로 전송할 수 있게 될 만큼 인터넷과 SNS가 보편화되면서 디카시의 출현은 자연스러웠다.
디카시 출현의 초기 단계는 크게 두 갈래의 사진 활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창작메모라 할 수첩 대신에 손전화 메모장이 활용되면서부터이다. 문학인들이 흔히 사용하던 창작메모장<그림(1)> 대신 손전화에 내장된 사진기 기능과 메모장을 활용하며 순간 떠오른 영감을 기록한 것이 디카시의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어떤 대상 혹은 사건을 보며 문득 떠오른 영감을, 예전에는 수첩에 적어두었지만, 똑똑한 손전화를 사용하면서는 내장된 사진기로 아예 사진을 찍어 둔다거나 아니면 메모장 기능을 활용하여 저장해 두는 경우이다.<그림(4)> 참조>
둘째, 특별히 문학인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손전화 사진기와 메모장 기능을 활용하면서 그 기능을 통해 마침 들고 다니는 컴퓨터라 할 수 있게끔 전화기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이를 활용하여 서로 간에 문자만이 아니라 사진으로 안부를 묻게 되었다. 이 때에 일반인들은 그것이 디카시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서로 간에 안부 인사를 좀더 멋스럽게 혹은 전하려는 뜻을 보다 더 선명하게 사진을 통해 주고 받았다.
△ 그림(11) 디카시의 초기 단계(1)
△ 그림(12) 디카시의 초기 단계(2)
<그림(11)>과 <그림(12)>는 디카시가 출현되기 전의 사례를 잘 보여준다. 이탈리아를 여행 중이던 사람이 카카오톡이란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다. 아직 사진과 문자가 결합하기 이전이라 사진 따로 문자 따로 두 번을 보냈다.<그림(11)> 아름다운 꽃을 본 사람이 그 꽃을 사진으로 찍어 연인에게 전송하며 사랑스런 말을 전한다. 역시 사진과 문자가 따로 전송되었다.<그림(12)>
이러한 행위는 디카시가 출현하기 바로 직전의 상황이다. 그것이 디카시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의미 있는 피사체 사진을 찍어 그에 대한 느낌을 적어 상대편에게 전송하던 상황이다. 비록 디카시 초기 단계라고는 하지만 지금도 이러한 행위는 계속 이루어진다.
2. 발전 단계 – 사진과 문자의 결합
디카시가 발전하게 된 계기는 바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위에 문자를 써넣을 수 있는 앱이 출현하면서부터이다. 전에는 사진과 글이 따로 전송되었지만 손전화기에 내장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 위에 앱을 실행하여 곧바로 글을 써넣어 하나의 파일로 저장할 수 있게 되자 디카시의 제작은 보다 수월하게 되었다.
△ 그림(13) 디카시의 발전 단계(1)
<그림(12)>가 사진과 문자가 따로 전송되었다면 <그림(13)>은 사진 속에 글이 들어 있다. 앱을 활용한 이러한 작업은 순간적으로 포착한 영상 속에 그 영상을 통해 떠오른 영감을 곧바로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비로소 디카시의 초기 형태가 만들어졌다.
사실 이러한 형태의 이미지 파일은 예술 갈래로서의 디카시라기보다는 명절이나 연말연시 혹은 기념일에 보내는 여러 문자 메시지 인사에 많이 활용되었다. 연말연시 연하장 대신 이미지와 글이 합쳐진 사진을 전송하여 인사를 나눈다든지,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꽃다발이나 케익 같은 사진과 함께 그 사진 위에 축하글을 넣어 보내는 경우이다.<그림(14)>
△ 그림(14) 디카시의 발전단계(2)
이 단계의 경우 디카시라기 보다는 일종의 문자메시지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아직 예술적 감흥을 나누기에는 많이 부족하며, 특별한 기념일에 인사 대신 주고받는 문자메세지일 뿐이다.
3. 완성 단계 - 독립된 예술 형태
현재 발표되는 디카시를 보면 앞의 ‘발전 단계’를 뛰어 넘는다. 그렇기에 앞에서 소개한 네이버 백과사전의 디카시 개념 설명 중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사진과 함께 실시간으로 공유해 순간의 시적 감흥을 담는 것이 특징’이라는 말은 수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설명은 디카시 발전 과정의 초기 단계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디카시는, 물론 실시간으로 소통되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의 사진을 찍고 그에 대한 영감을 적어 저장한 후, 다시 꺼내어 포토샵과 같은 사진 편집 앱을 활용하여 사진을 오려내고 적어두었던, 사진을 찍을 당시 떠올랐던 영감을 다시 정리 편집하여 시로 완성한다. 그렇게 정리 편집한 디카시는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독립된 매체를 통해 발표한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란 설명에서 ‘실시간’은 디카시의 초기 단계를 가리키는 말일 뿐, 현재는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사진과 시를 정리 편집하여 디카시가 완성된다.
다시 한 번 디카시의 발전 단계를 그림으로 확인해 보자.
<그림(15)>와 <그림(16)>은 디카시의 초기 단계로 아직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원본 사진 그대로를 전송하며 그 사진에 대한 느낌을 따로 문자로 적어넣었다. 이때 표현된 문자가 바로 흔히 말하는 날시(raw poem) 즉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시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물을 본 순간 떠오른 영감이다. 시라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떠오른 영감을 그대로 표현한 글자들이다.
△ 그림(15) 디카시 초기 단계 – 실시간 소통(1)
△ 그림(16) 디카시 초기단계 – 실시간 소통(2)
<그림(16)>에서는 사진 속에 문자가 함께 있다. 게다가 세로로 된 원본 사진을 필요한 부분만 가로 형태로 잘라내어 활용했다. 사진 편집 앱을 활용한 방법으로 <그림(15)>보다는 한 단계 발전한 형태이지만 이 역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카시의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 그림(17) 디카시 발전 단계
<그림(17)>에 오면 디카시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날시가 조금 변형되었지만 사진을 찍을 당시의 즉흥적인 영감이 그대로 남아 있다. 게다가 제목이 있고 사진과 시가 결합하여 한 편의 디카시로 발돋움한 모습이다. 이 정도 되면 이제 ‘실시간 소통’을 벗어난다.
현재 대부분의 디카시인들의 작품이 이런 모습이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흔히 말하는 2% 부족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왜냐하면 실시간 소통의 단계는 넘어섰지만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작자 명도 없고 표현된 문자도 시라고 하기에는 어설프다. 떠오른 영감 그대로의 날것을 표현한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작품의 단계로 나아가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제목, 작자명, 사진, 시 그리고 사진을 찍은 날짜와 장소이다. 이렇게 완성한 것이 <그림(18)>이다.
△ 그림(18) 디카시 완성 단계
<그림(18)>은 흔히 말하는 실시간 소통이라는 디카시의 특성과는 거리가 있다. 사진을 찍은 즉시 문자를 넣어 전송하여 소통하는 게 아니라, 저장된 사진과 영감을 적은 문자를 불러와 재편집하는 것이다.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시도 다듬는다. 처음 적어두었던 날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사진을 찍은 시간과 장소를 병기하여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까지 담아낸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정작 하늘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는데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고 푸른 하늘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하늘이 마스크를 쓸 일이 없지만 작자의 상상력으로는 하늘을 포함한 모두가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런데 100일 동안 한 번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하늘이 100일 동안 계속하여 마스크를 쓰고 다닌 인간보다 더 건강하다. 일종의 아니러니이다. 작자가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진을 찍은 순간 떠오른 아주 간단한 영감이 한 편의 짧은 시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사진이고, 이렇게 짧은 시가 사진과 결합하여 비로소 디카시로 완성되는 것이다.
4. 심화 단계
잘 알고 지내는 후배 하나가 2020년 초에 히말라야 등정에 나섰다.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기에 녀석은 히말라야 사진을 보내왔다. 그 중에는 그간 사진으로 많이 봐 왔던 낯익은 풍광들이 있었다. 그런데 유독 내 눈길을 끌고 바로 영감을 자극하는 사진이 있었다. 그냥 넘겨버리기는 아까웠다. 그래서 평소 디카시 만들던 습관대로 사진을 오려내고 시상을 다듬어 얼른 디카시로 만들었다. 바로 아래 작품이다.
△ 그림(19) 디카시 심화단계의 예
남들이 다 아름답다거나 웅장하다는 히말라야 사진들은 그냥 넘기고 나는 왜 이 사진에서 영감이 떠올랐을까. 녀석이 저 산을 넘어 히말라야 정상에 도전한다는 생각에서였을까. 문득 하늘은 저 너머에 무엇을 숨겨두었기에 사람들이 거기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상상력이 발동했다. 그래서 내 나름의 상상력을 디카시로 표현해 보았다.
디카시의 완성단계까지 강조하는 것이 반드시 ‘본인이 찍은 사진’이다. 그러나 심화 단계, 즉 디카시가 완숙한 경지에 이르면 사진을 누가 찍었느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왜냐하면 ‘실시간 소통’이라는 디카시 초기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비록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이라도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자신만의 영감이 발현되었을 때 그 사진을 자신의 디카시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단, 꼭 저작권 문제만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사진을 찍은 사람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사진을 찍은 사람의 이름까지 넣어주면 좋다. 녀석은 사진은 얼마든지 쓰라고 하면서도 실명을 넣는 것은 망설였다. 그래서 그냥 ‘지인이 보내온 사진 중에서‘라 적었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디카시의 완성단계에서 사진을 찍은 날짜와 장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같은 종류의 대상을 찍은 것이라 해도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이냐에 따라 독자의 감흥은 다르기 때문이다.
<디카시, 그 이론과 실제 (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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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그 이론과 실제 (3)
디카시, 그 이론과 실제 (3) Ⅴ 디카시의 구성 △ 그림(20) 디카시의 구성 디카시는 제목, 작자명,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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