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4편. 봄, 남해에서 하동까지
봄바람은 어서 오라 손짓하니 마음까지 살랑대는 이때, 누구보다 먼저 이 봄을 맞이하는 남쪽 땅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비탈진 밭에서 소와 함께 밭갈이를 하는 노부부가 소쿠리 가득 봄나물 들고 장터로 향하는 시골 할머니가 훌쩍 떠나온 이들에게 방 한 켠 내어주는 정다운 이가 사는 그곳. 남해대교로 이어진 남쪽 마을에서 하동과 남해의 설레고 아름다운 봄 풍경을 만나본다.
1부. 남해 털게가족의 봄 04월 03일 (월) 밤 9시 35분
남해 선구마을, 이른 아침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정현진 씨는 아버지와 함께 배에 오른다.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아버지를 돕기 위해 고향 남해로 내려왔다는 현진 씨 딱 1년만 돕자 싶었던 것이 어느덧 7년째로 이제는 어엿한 베테랑 어부가 됐다. 요즘 남해는 봄소식과 함께 찾아온 털게잡이가 한창이다. 부자가 손발 맞춰 잡은 털게로 어머니 이백엽 씨는 며느리 박현애 씨와 함께 봄 밥상을 차려낸다. 독신을 주장하던 막내아들이 남해에 내려와 떡하니 결혼까지 하고 한집에서 오순도순 사니 요즘처럼 좋은 날이 없다는 어머니 백엽 씨 마을에 자리한 오래된 빨래터에서 며느리와 함께 두드리는 방망이질엔 흥겨움이 가득하다. 함께 해서 더 행복한 봄날이다.
2부. 봄날의 단짝 04월 04일 (화) 밤 9시 35분
어디서 이랴~이랴~소리가 들린다면 그건 항촌마을에 소를 끄는 소리일 것이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일도 잘하는 순하디순한 소와 함께 한평생 농사지으며 살아온 김선찬, 임안심 부부 봄을 맞아 밭갈이가 한창이다. 부부가 소와 함께 길을 나서면 동네 주민들도 서서 지켜볼 만큼 요즘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노부부가 여직 일소를 고집하는 건 조금 느리지만 소로 밭갈이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해서다. 비탈지고 돌밭이 많은 남해의 땅을 경운기로 밭을 갈아보니 돌이 튀고 마음대로 다루기도 쉽지 않아 위험하겠다 싶었단다. 그럴 바에는 사람 말귀 알아들어 소통이 되는 소와 함께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는 노부부 대를 이어 매해 봄마다 함께 농사짓는 누렁이는 사람으로 치면 똑똑한 사람이라며 노부부는 일하느라 애쓰는 누렁이를 위해 매일 정성껏 소죽을 끓인다. 겨우내 수확했던 시금치가 끝나고 또다시 옥수수, 콩을 심기 위해 부지런히 밭을 가는 노부부와 단짝 누렁이의 정겨운 봄날을 만나 본다. 3부. 어서와 남해는 처음이지? 04월 05일 (수) 밤 9시 35분
남해 상주면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는 남해를 여행하고 싶어 하는 독일인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해주는 특별한 집이 있다. 그 집의 주인장은 독일인 베키 씨 독일에서 아시아문화를 공부하고 7년 전, 여행차 들른 남해서 남편 홍상의 씨를 만났다는 그녀는 세 아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남해 주민이 됐다. 한국에 살지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독일어도 터득했으면 싶은 마음에 시작한 초대 어느 따뜻한 봄날, 베키 씨의 집으로 독일인 렐리 씨가 찾아왔다. 남해 여행은 처음이라는 렐리 씨는 베키 씨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외국인이라면 백발백중 모두가 좋아한다는 남해의 명소부터 베키 씨만 아는 특별한 장소까지 남해 구석구석을 함께 돌아본다. 4부. 창선도 고사리 모자
04월 06일 (목) 밤 9시 35분
남해도와 창선도 크게 두 섬으로 이어진 남해군 그중 고사리 로드로 유명한 창선도에 봄이 오면 마음이 급해지는 남자가 있다. 매해 봄이 시작되면 창원에서 창선도로 넘어와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고향 집에서 머문다는 천신남 씨 일 욕심 많은 어머니 이정수 씨를 말리기 위해서다. 좁은 섬이지만 산과 바다, 들이 모두 있어 봄이면 자연의 먹거리가 지천이니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일을 놓질 못한다는 어머니 고사리밭에 올라온 머위가 더 자라기 전에 뜯어야 한다며 애를 태우는 어머니를 대신해 나물 뜯으랴 안 본 사이 어느새 호미 쥐고 밭일 나가 있는 어머니 말리랴 누구보다 바쁜 봄날이다. 5부. 4년 만에 다시, 봄 04월 07일 (금) 밤 9시 35분
4년 만에 하동공설시장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장터의 봄 축제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 것 이날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렸던 시장 상인들과 이른 새벽부터 장터에 선보일 봄향 가득한 쑥떡과 쑥버무리를 준비하는 떡방앗간 주인장의 손에는 흥겨움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장터의 봄축제를 가장 반기는 이들은 봄 장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나물 할매들이다. 자식들 키우고 용돈벌이하는데 봄나물만 한 게 없다는 나물 할머니들 그중 장터에 팔 나물을 캐느라 분주해진 김임순 할머니와 간만에 열리는 장터 소식에 남편 손한철 씨도 발 벗고 나섰다. 그동안 집에만 있어 답답했던 차에 모처럼 열리는 축제로 마음마저 말캉해져버린다. 마을 어르신들의 흥겨운 풍물과 함께 다시 시작된 하동의 설레는 봄소식을 만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