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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의
배우며 다니는 동네 한 바퀴
<믿거나 말거나 편>
이 홍사
긍게 시방 나보고 워쩌란 말인겨?
장난스레 뱉어낸 진한 전라도 사투리가 공명으로 울린 건 인도의 뉴델리, 그 이름도 허벌나게 어려운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간디는 알겠는데, 인디라는 머시당가?
인디아라 하거나 인도라고 하면 금세 입에 익을 것인데. 인디라? 인디라가 간디의 성인가? 간디는 모한다스 간디, 어느 게 성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배웠는디, 워째 이랴? 그는 78세에 암살당했으니 다 살고 후세에 명성을 떨치고 최고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좋은 암살! 하늘이 내려준 나이 78세! 더 살아서 무 좋은 일이 있겠당가? 최고의 영웅으로 남지.
잠깐, 그라먼 인디라 간디는 머시당가?
그런 궁금증은 오래 담아두면 병이 나는 법. 그래서 싸구려 호텔에서 이것저것 뒤져서 찾아봤더니 인디라 간디는 독립 영웅 그 간디가 아니라 제3대 총리로 11년간 비상사태와 철권 통지로 재임했던, 미모의 여성 총리, 머시여? 침대 바닥을 손바닥으로 치며 했던 말,
햐! 그랴? 일케 하몬서 인도를 쪼까씩 배운당께. 그렇지. 사람은 평생 배울 게 있당게로.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비로소 인디라 간디라는 말이 입에 담기는 거,
아, 시방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랑게,
여기는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의 깜보쟈 항공의 탑승권 창구.
홍랑이 내민 출국 서류를 보고, 탑승권을 발급의 업무를 하던 인도 아가씨 둘이 난감한 표정으로 탑승 예약권과 여권을 칸막이 밑으로 밀어낸 것. 아니, 뱉어냈다는 것.
미얀마로 돌아가는 길.
탑승 항공의 미얀마의 깜보쟈 항공.
그렇다면 여권을 창구 밖으로 밀어내 저 두 처녀는 인도인이지만, 미얀마 깜보쟈 항공의 직원.
두고 보드랑께.
미얀마에서 하던 일에 일주일 정도 짬이 생겼지. 단 일주일 정도, 한국으로 갔다가 오기에는 시간이 빠듯하고, 한국은 밤새 가서, 또 집이 있는 구미까지 인천공항에서 리무진을 타면 또 한나절!
겨우 사나흘 머물다가 오는데 또 꼬박 하루!
시간도 시간이지만, 경비도 만만찮고 무엇보다 항공기가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점. 코로나와 미얀마 쿠데타로 여행하는 사람이 줄어서 매일 뜨던 대한항공이 일주일에 한 편씩 띄우니 시간이야 당연히 안 맞지.
그 짬에 인도 타지마할을 눈에 담고 미얀마로 돌아가는 길.
미얀마에서 인도는 벵골만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나라라 인천공항에서 8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미얀마 밍글라돈 국제공항에서는 겨우 두 시간 남짓, 시간이나 경비가 절반도 들지 않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인데,
이게 문제가 되어부렀네!
투명한 플라스틱 칸막이를 통해 인도 아가씨와 마주치는 눈빛에 불꽃이 튀었네. 코로나 이후에 변한 게 있다면 이런 부스에도 투명한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했다는 거. 한국은 관공서나 은행, 공항에 다 걷어냈지만, 이 인도라는 나라는 아직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한 본전을 못 뺐는지 버젓이 가로막아 홍랑의 맘을 더 답답하게 하는 디.
인도 아가씨가 요구한 건 예방접종 증명서.
그걸 챙기지 않은 것이었다. 한국에서 미얀마로 갈 적에 동사무소에서 영문으로 된 예방접종 확인서를 받았는데, 미얀마서 인도로 오면서, 그걸 미처 챙기지 못한 거, 코로나 이후에 그게 없으면 못 들어가는 나라도 있고 괜찮은 나라도 있다고 했는디. 인도는 어떤가? 모르겠다. 입국할 적에 도착 비자를 받아서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도착 비자를 확인해 준 넘에게,
10불을 찔러줌서, 아따, 내 성의여, 담배나 사 피랑께,
이 한마디를 던지니 바로 옆에 있는 패스트트랙을 열어주었고, 글로 통과했기에 증명서고, 확인서고 그걸 확인하는 이가 없었다는 거.
코로나 예방접종 확인서,
확인서가 없다는 걸 안 아가씨는, 그게 없으면 미얀마 공항에서 입국할 수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서류와 여권을 칸막이 밖으로 밀어낸 것.
뭐시 이랴?
뒤에 탑승 수속을 하려던 승객들이 줄을 서 있기에 홍랑이 던진 한마디.
워쩌란 말이여,
그, 한마디를 던져놓고 카운터 앞에서 뒤로 빠진 것.
뒷사람이 탑승 수속을 밟는 동안, 홍랑은 카운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인도 아가씨를 노려보는데. 아가씨가 핸드폰의 사진을 뒤져보라고 했지만, 그 서류를 찍은 적이 없는데 핸드폰에 들어있을 리는 만무.
샥시들아! 그렇게 보는 게 아니랑게, 나 시방 환장하겠지라!
인도 아가씨는 다른 이의 탑승권을 끊어주며 수시로 홍랑을 지켜보았고, 그런 눈싸움이 이미 서너 번.
워쩔겨? 배째라
그렇게 소리쳤지만,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 다시 카운터로 다가가 사정하기 시작,
처자들아! 내가 한국에서 지난달에 미얀마에 입국했는디, 아마도 그 서류가 미얀마 양곤 공항 이미그레이션에 남아 있을 껴, 그러니 미얀마에서 입국하는 건 문제가 없샤.
사정했지만, 안 된다는 거. 미얀마로 전화해서 그 증명서를 사진으로 날리라는 대답뿐.
뭔 색시들이 이리 인정이 없댜?
또 카운터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나와서 미얀마로 국제 전화로 겨우 연결해서 사정을 말했는 디, 통역이라는 자식은 홍랑이 없으니 휴가라 생각하고 놀러 간 모양,
집구석에 들어가려면 두 시간은 있어야 한다니,
할 수 없이 한국으로 전화, 통신 사정이 최악인 나라에서 국제 전화를 했더니, 마누라가 받긴 받았는데 통화품질이 엉망이라 겨우 알아들을 정도,
뭔 소린가? 억지로 분석하니, 시방 대구에서 볼일을 보는 중이라네, 대구라니 집까지 가려면 아무리 못 걸려도 두 시간 남짓.
하여튼, 이 여편네는 도움이 안 되부러!
잡음만 무성한 수화기에 대고 얼릉, 퍼뜩 동사무소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문자 메시지로 날리라는 말을 하고 끊었는디.
또 카운터의 인도 아가씨 둘과 눈빛이 교차,
차가운 눈빛을 교차하는데, 한국의 아내에게서 날아온 문자 메시지 하나. 전화번호인데, 이게 동사무소가 분명하렸다? 그곳으로 다시 국제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찾았는디.
남은 속이 터져 죽겠는데 담당자를 바꾸는데, 뭔 시간이 이리 오래 걸리는 겨?
한참 걸려 담당자가 받았는디, 목소리를 들어보니 담당자는 처자가 아니면 젊은 새댁이렸다? 홍랑은 지금 처한 상황을 쉽고 간단하게 얘기했거나, 사정한 게 결코 아니었음.
거기시 뭣이냐? 나, 그 위에 마을에 사는 거시긴디, 여그가 어디냐? 글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이여,
인도라는 소리도 뉴델리라는 말도, 쏙 빼버리고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이라는 말만 강조하면서,
시방 여그서 거 뭐시냐, 증명서 글치, 예방접종 확인서가 없어부러서 잽혔당게, 그거 하나 양글로 띠서 내 전화로 날레 날려부러, 내 담에 들어가서 커피 한잔 사줄팅게.
뭐셔? 커피는 됐고 거기가 어디냐고?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이 워디냐고? 그게 궁금혀? 나도 몰러! 허벌나게 먼 곳이여. 내 전화번호 알어? 긍게 야물게 받아 적어랑게,
알아들었어? 날레 띠서 사진을 날려부러, 시방 잽혀서 오도 가도 못 햐! 뱅기 시간이 다 되부렀당게.
어느 구절을 들어보나 사정이 아닌, 명령을 내린 것이 분명.
민원인 아니, 저 위에 마을에 사는, 동네 노인이 외국 공항에 잡혀 있다는디, 제 놈이, 아니 그 처자가 워쩔 껴. 아이고, 그눔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이 워딘지 니가 알아서 뭣혀? 데리로 올 텨?
공무원들이 젤 싫어하는 게 민원인에게 제 개인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는 건 줄 다 알아.
그러나 워쩔껴? 상황이 상황인지라.
삼사 분이 지났나? 모르는 번호에서 날아온 문자 메시지!
아따! 공무원 처자가 겁나게 설쳐부렀는 갑세.
근데 이 문자 메시지가 문자로 날아온 게 아니라 사진이었으니 이미지로 날아와열려야지, 도대체 안 열리는 거,
이거 또 환장의 한 대목.
열려라 참깨,
그래도 안 열려!
열려라 홍두깨.
그래도 안 열려!
이미 다른 승객들은 탑승권을 끊어 다 들어가고 썰렁한 카운터에, 할 일이 없어진 인도 아가씨 둘이 홍랑에게 다가와 같이 메시지로 날아온 이미지를 들여다보는 상황.
봤지? 시방, 이거 이미지로 사진이 들어온 거, 날래 표를 끊어줘부러.
그래도 안 된다네.
야, 이 전화가 미얀마에 가면 와이파이가 잡혀 열 수가 있당게? 뱅기타고 가서 이거 열어서 확인하고 입국할 수 있당께?
그래도 안 된다니,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잖어? 그라먼 배 째부랑게!
기다리고 있으니 인도 아가씨 둘, 카운터를 다 비우진 못하고 답답해진 한 샥시가 공항을 얼마나 뒤졌는지 한참 후에 찾아서 끌고 온 새끼 한 눔! 이놈도 인디언인데, 공항 직원인 모양. 유니폼을 입은 이넘은 좀 트인 놈이라 제 핸드폰에 와이파이가 깔려있다는 거, 데려온 놈의 와이파이를 열고, 비밀번호를 넣고,
열려라 참깨,
그래도 안 열려! 환장하겠네.
다시, 두 대의 전화기를 켜서, 꽁무니를 맞대고 QR코드인가 뭐를 열어서, 육체적으로 교미시키니 열리는 사진.
예방접종 확인서.
영문으로 된 거.
봤지? 색시들아, 사람을 그렇게 못 믿으면 시집가서 아이를 낳으면 사팔뜨기가 나온당게.
그 말을 인도 아가씨 둘, 항공 규정상 어쩔 수 없다면서 그걸 어기면 지들 모가지가 날아간다나 어쩐다나?
어쨌거나 표를 받아서 돌아보니 출국 수속에 늘어선 긴 줄! 이걸 워쩐댜?
난감한데 색시들이 내민 패스트트랙 이용권 한 장!
그려! 고집은 있어도, 눈치가 빠르구마잉, 고마우이!
줄을 서지 않고 패스트트랙으로 빠져서 여권에 출국 도장을 받고 검색대로 들어섰는데, 또 문제가 발생!
햐! 뭐시 이런당가?
공항 보안을 담당하는 검색대 직원이 홍랑의 접히는 핸드폰을 첨 본 모양, 갤럭시 젯트 플립인가 뭔가, 최근에 나온 모델인디, 이걸 첨 본 모양.
이게 어디 쓰는 물건인고?
이 색꺄! 이거 폭발물 아녀! 모바일! 폰이잖어? 열어봐! 화면 나와 임마!
그래도 안 믿고 핸드폰만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 검색 엑스레이에 세 번을 돌리니, 홍랑은 속이 뒤집어질 수밖에.
뭐 이런, 요상한 물건이 다 있댜?
세 번 돌린 후 요상한 표정을 짓는 인디언 고개를 갸웃.
이 색꺄 이거 폰 맞지라?
그러네유. 그란디 이런 폰은 월매나 혀유?
뭐 그렁거 까장 칼키조야 하능겨? 성질이 나서 나오는 대로 내질렀는데, 뭐가 이랴?
매이비 어바웃 포 따운전 딸라!
꼬구랑 말로, 내뱉고 생각하니, 너무 세게 내질렀나? 사천 달러라 했으니 한화로 계산하몬 오백이 넘는디?
눈이 휘둥그레진 인디언.
아따! 눈깔을 봉께, 옛날이었으면 추장이나 할 눔인 갑세!
잠시 뭔 생각을 하는지? 미화 사천 달러면 지 몇 달 월급이 되나 그걸 생각했던 감?
그려, 한 삼사 년 월급이야, 넉넉하게 되겄쟈?
근디 이런 폰을 워째서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댕긴대유?
폰은 안 내밀고 던지는 인디언의 질문!
인마! 하나는 꼬리아 폰, 이거는 인터내셔날 폰! 쩌노, 아니 급하니 미얀마말이 나오네, 아이엠 인터내셔날 비즈미스맨, 유 노우? 알아들었어? 날래 줘 부러!
햐! 그러셔유?
인디언 검색요원 홍랑의 핸드폰을 날름 내밀지 않고 제 옷깃에 대고 싹싹 닦고 있는 거,
나 시방 쪼까 바뿌당게, 날레 줘 부러! 임마!
그렇게 받아서 이미그레인션을 통과.
이제부터야 바뿡 게 없쟈?
그러지라우!
인디언 샥시들아! 이제 상황이 역전되어 부렀어! 니들 조졌당게!
세계 어느 공항을 가나 탑승구로 가려면 면세점을 거치게 되어있지라. 탑승구로 찾아가면서 느끼는 그 나라의 장삿속을 느끼는 거. 저눔이 이곳에서 더 나가면 우리나라 돈이 아니다. 여기서 쓰고 가라, 뭐 이런 외침을 듣는 고약한 기분,
후진국일수록 그 정도가 심한 법.
어느 공항에 가면 면세점에서 탑승구로 가는 표시가 없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눈에 띄는 물건 하나라도 더 사라는 말인데, 그래도 뉴델리 공항에는 면세점 중간으로 지나가면서 탑승구 안내판은 있었지라. 하지만, 주머니에 든 루피, 인도 지폐는 다 쓰고 가는 게 마땅! 잔돈을 남겨봤자, 미얀마에서는 인도 화폐를 환전할 곳이 없는 실정.
그걸 알기에 미얀마 직원들에게 줄 선물로 열쇠고리를 두어 개 사고,
면세점? 세금을 면해주는 곳이지, 싼 곳이 아니다. 가격을 왕창 올려서 거기에서 세금을 면해주는 곳. 그렇지. 진짜 싸게 사려면 그 나라 재래시장을 더듬어야지. 어느 나라를 가나 가장 비싼 데가 관광지고 그다음이 면세점.
비싼 줄 알면서도 남은 돈을 쓰기 위해, 면세점에서 작고 가벼운 걸로 골라 선물로 볼펜과 열쇠고리를 사고 그래도 돈이 남아, 미얀마에서 쓰려고 칫솔 두 개와 치약까지 사고 이쯤에서 까딱하다간 방송이 나오겠다 싶어 잰걸음으로 탑승구를 향하는디,
여기서 더 지체하면 공항에서 방송으로 찾을 상황.
어디로 가는 승객 누구는 몇 번 탑승구로 빨리 가주세요.
처음에는 그 나라 현지어로 하고 그다음은 영어로 방송을 하게 마련, 이미 탑승권을 받아서 이미그레인션을 통과한, 하나가 화장실에 가서 문을 잠그고 심장마비나, 혈압이 터져 죽으면 그놈이 타야 할 비행기는 그날 뜨지 못햐!
아마도 그놈의 시체를 찾을 때까지는 그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할 터,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면 이미 그 나라의 영역이 아닌 셈.
만약에 홍랑이 이 인도에서 저지른 범행이 드러나더라도 이미그레이션을 넘어섰으니, 인도 경찰이 들어와 체포하는 건 불가능하고 꼭 잡아야 할 경우라면, 비행기가 도착하는 양곤 공항에 인터폴이 대기하고 있다가 뱅기에서 내릴 적에 잡아서 인도로 다시 끌고 와야 한다는 거,
당해보지 않아서 모르는데 국제항공법에 그렇다는 거.
아마 좀 전에 항공권 부스에 실랑이를 벌인 인도 여직원 둘.
탑승구에 가면 분명히 만날 수 있을 터, 인도 처녀지만, 미얀마의 직원. 지금 타는 항공이 미얀마 깜보쟈 항공이고 깜보쟈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니 외화를 버는 인도 처녀. 일주일에 두 번밖에 안 뜨는 항공이니 분명, 항공권 부스 업무가 종료되면 탑승구로 재바르게 가서 탑승을 돕고 있을 터, 인천공항에서 타는 대한항공이야 상시 출발하니 항공권 업무와 탑승구 업무가 분리되었지만, 외국 공항에 외국인 직원이라면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두 가지 업무를 같이 시킨다는 것. 항공권 부스 업무를 종료하면 탑승을 안내하고 퇴근하라. 외국의 어느 공항 어느 항공사도 마찬가지.
분명히 다시 만날 수 있을 터.
백이면 백 다 그러탕게!
아니, 저 처녀, 아까 표를 끊어주던 처자 아녀? 언제 여까장 들어왔대? 그렇게 놀라는 덜떨어진 작자도 있지만, 공항 직원들만 다니는 출입구로 신속하게 들어와 탑승을 돕고 그 길로 빠진다는 거.
우쨌거나, 방송이 나올 때까장 개기면 곤란하지라.
잰걸음으로 탑승구를 당도하니, 예상대로 이미 탈 사람들은 다 타고 썰렁한 탑승구에 승무원들과 공항 직원 서넛이 홍랑을 지켜보다가, 좀 전에 탑승권을 끊어주며 실랑이를 벌인 인도 색시 둘, 안도의 한숨을 옹골차게 내쉬며 맞이하는 거. 예상은 적중했쟈?
와그랴? 나가 시방, 머시 그리 방가운가?
날래 타셔유!
자동 트랩이 아니라, 공항이 복잡한 시간인지 버스를 타고 계류장까지 가서 철계단 트랩으로 올라가는 방식. 탑승구 앞에 공항 계류장으로 데려다주는 버스, 활주로나 계류장 영역에서는 삼 보 이상 탑승이 원칙!
버스는 물을 활짝 열어놓고 마지막 남은 홍랑을 모셔가기 위해 대기 중,
홍랑만 올라가면 바로 케빈클로즈하고, 뱅기 문을 닫을 판,
홍랑이 타지 않으면 이 비행기는 뜨지 못 햐!
왜? 겨우 한 놈인데?
아녀! 항공법상 티켓팅을 하고 출국 수속을 밟고 이미그레이션에 들어온 승객은 그 항공사 책임이여, 절대 뱅기가 그냥 놓고는 못 날아. 바코드로 탄 놈을 확인 다 했을 테고, 몇 번 자리에 어느 눔이 안탔다는 걸 이미 다 알고 상황이여, 그 쯤되면,
그래도. 들어가면 비행기 입구에서 기내 승무원이 표를 보자고 할 터. 그건 항공 규정상 그런 거여. 말이야,
좌석 안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예쁘게 말하지만, 일단 저희 비행기 타는 놈이 맞는지 다시 확인하는 거지.
탑승구 입구에서 QR코드 찍고 들어갔는데, 자동 트랩은 어디로 새거나, 들어올 외통수인데도 입구에서 승무원들이 표를 다시 보자는 거.
말이야, 좌석 안내를 돕겠다고 하지만, 작은 비행기는 외통수 길이고, 쭉 들어가면 좌석이 있는데 무슨 좌석 안내여? 저희 비행기 타는 놈이 맞는지, 정확한지 눈으로 다시 확인하는 거여. 그래도 좌석에 앉으면 또 헤아린다고. 헤아리는 게 아니라 세는 것, 그때는 승객을 세는 게 아니라 대가리를 세는 방식,
손가락으로, 한놈 두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이렇게 재래식으로 세는 게 아니라 계수기를 손바닥 안에 넣고 뒷짐을 지고 들어가며 하나둘 셋, 하나둘, 또 하나둘 셋, 계수기를 누르며 세는데.
이것도 한 번이 아니랑게.
하나가 세고 들어가면 그 뒤에서 승무원을 총괄 책임지는 여객 전무나, 객실 총괄이 다시 한번 더 세는 경우가 허다하고, 티켓팅을 한 인원과 탑승한 인원이 딱 맞아떨어져야 캐빈클로즈를 하는 법,
캐빈클로즈라는 말이 기내 방송에 나온 다음에, 눈치가 빠른 놈은 다른 구석에 더 편한 자리가 있으면 잽싸게 이동해서 뒤집어 자도 무방한데,
문을 닫기 전에는 한 번 더 인원수를 확인. 하이고, 이미 탄 놈이 어딜 가겠어? 그래도 확인이여.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한 놈이 덜 타거나, 덜 떨어진 한 놈이 더 타버려서, 캐나다 갈 놈을 세부에 부려놓거나, 시드니에 가는 덜 떨어진 녀석을 나고야에다 내팽개치면 워쩔 텨!
어쨌거나 홍랑이 안 탔으니 비행기는 문을 닫지 못할 터. 원인이 뭐냐?
그랴! 원인 짚어보자고?
이렇게 된 원인? 코로나 예방접종 확인서,
그랴! 바로 그거여.
미얀마에 부려주몬 알아서 입국하겠다 했는데 색시들아, 니들이 애를 먹였잖어?
오셨으니 다행이네유, 막 방송하려던 참이었시유, 빨리 타셔유!
인도 아가씨 둘, 홍랑을 부축하면서 버스를 타라는데, 워디서 이렇게 예쁜 규수들을 구했댜? 인도를 그렇게 싸돌아다녀도 일케 이뿐 샥시를 못 봤는디?
아니, 뭘 그리 돌아보셔유? 날래 타셔유!
나 못 탸!
왜 그랴유? 화장실이 급한 규? 뱅기 안에 화장실 있시유!
그건 나도 알어! 그런 게 아녀?
그럼 뭐 땀시 못 탄다는 규? 지 숨너머 가겠구먼유!
뱅기 타면 담배를 못 피잖어? 샥시들! 흡연실이 워디라우?
호, 숨넘어 가겄네! 버스에서 피셔유! 괜찮아유, 버스에서 두 대, 아니 세 대 피셔유. 버스에 아무도 없시유 기사한테 얘기 할테니께. 세 대, 아니 네 대라도 피셔유!
그람 더더욱 못 타!
할아버지 뭐땀시 못 탄다는규?
아니 샥시? 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그랴? 오늘이 바로 그날이여?
아이고, 할부지! 지는 그날이 아녀유?
뭐시라 할부지라?
아녀유! 아저씨! 아니, 선상님 왜 못 탄다는 규?
샥시! 생각해봐부러! 담배는 몸에 해로워, 버스에서 네 대를 피라면 못 타지. 난 딱 한 대만 핀다니께? 해로운 걸 왜 네 대나 피라고 그랴? 흡연실이 어디쯤 붙었으라우? 한 대만 피고 올랑께.
하이고, 조선 할부지 그라셔유, 버스에서 한 대만 피셔도 되유! 네 대 피라는 규정은 없시유. 날래 타시라요. 뱅기가 기다리자뉴?
상관 없어 부러, 나 뱅기에 갇혀 한 시간도 지달려 봤슈, 연결 편 지달린다구!
그렇다.
만약, 티베트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대만에서 나오던 승객, 그 승객이 인천공항에서 갈아타기로 되어 있는데, 공교롭게도 대만에서 나오던 비행기가 지연되면 그 연결 편의 환승객 서너 놈을 태우기 위해 비행기는 기다린다. 그냥 기다리다 그 비행기가 도착하여 탑승하면 상관이 없는데, 꼭 탑승시켜 비행기 안에 가두어 놓고, 방송으로 연결편을 기다리니 양해하란다,
그 새끼들 두고 그 걍 출발하몬 안 된당가?
덜떨어진 놈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후에 도착해서 비행기는 가버리고 다음 비행기는 일주일 후에나 있는데, 그럼 그 자식들은 일주일 동안 거기서 뭘 하면서 노느냐? 이런 문제로 기다려주는 건데, 심하게 기다리면 한 시간도 기다린 적이 있시야! 이 쪼깐한 뱅기, 승객이라야 고작 오륙십 명 남짓할 틴데 좀 지달리는 게 뭔 대수당가잉, 샥시 그렇잖유?
아이고 할부지, 이건 연결편이 아니야요. 날레 타시라요.
헌데 샥시! 쪼까 전에 받은 사진이 미얀마 가서 안 열리먼 워쩐당가? 여기 이 사진 말인디,
다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면서, 뜸을 들이는디,
상관 없시유, 안 열려도 상관없시유, 들어갈 수 있당게유, 입국할 수 있당게유, 날레 타시라요.
안 열리모 다시 돌아올껴! 돌아오면, 받아줄랑가?
그려유, 가셨다가 돌아오셔유, 돌아오셔두 되니깡 날레 타시라요,
이젠 드디어 육탄전으로 돌입, 한 아가씨는 팔을 잡고 한 처자가 등을 밀고 있네. 등이 밀리면 했던 말,
그려 나, 시방 후딱 갔다가 올팅게, 지달랑게.
그려유! 후딱 댕기오시랑게유, 지달링팅게.
섬섬옥수에 등이 떠밀려 타긴 했는데, 그 버스에서 담배를 피우면, 담배가 맛이 나건디? 꼬리아 욕만 멕이는 거지. 이미 조선 노인이라는 걸 다 알부렸는디,
버스 차창으로 멀어져가는 탑승구를 보니,
하이고, 저 곱고, 인정많은 샥시들이 손까장 흔들어 주네, 그랴! 색시들아, 존대 시집가서 잘 살아부러!
비행기에 오르니 기다리던 승무원이 좌석 안내를 돕겠다면서 또 탑승권을 보자고 했고, 바로 캐빈 클로스.
비행기가 이륙해 저무는 인도 땅을 내려다보며 뱉은 한마디.
야듀?
아녀! 그런 말이 아니지라,
아그들아 시방 발자국만 흘려놓고 가는디, 발자국을 찾으러 다시 올텨! 잘 지키고 있으랑께, 내 발자국!
근디, 뭐여? 인도 규수와 글케 씨부렁거렸는디, 생각하니 전부 영어로 해부렀네? 조선말은 한마디도 안혔는디?
가만히 생각허니, 나! 시방, 영어가 되는 거 아녀?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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