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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서 보냈소!” ‘관피아’ 자리 점령한 ‘정피아’ | ||
관피아 척결 외치더니…작은 도둑 몰아내니 큰 도둑 든 형국 | ||
육근성 | 2015-03-18 14:29:38 |
세월호 참사 한 달 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할 방안으로 공무원의 유관기관 낙하산 인사를 원천봉쇄하겠다고 장담했다. 적폐를 바로잡겠다며 국민에게 눈물로 한 맹약이었다.
‘관피아-낙하산’ 척결은 대통령 의지에 달린 문제
관피아와 낙하산 문제는 오래된 관행이어서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대통령이 권한행사를 제대로 한다면 어느 정도 해소될 여지는 충분하다. 막강한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기에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대통령에게 있다면 당장에도 가시적 성과는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의지와 실천의 문제란 얘기다.
과연 대통령은 자신의 맹약을 실천에 옮겼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출신 기관장이나 임원의 수가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한겨레신문과 사회공공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세월호 이전에 비해 관피아 임명 비율이 2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이것으로 대통령의 약속이 이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엉뚱한 판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피아’ 자리에 유능한 전문가 들어서야 ‘척결 효과’가 나타날 텐데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관피아’보다도 폐해 정도가 더 심각할 수 있는 정피아(정치권+마피아)가 ‘관피아’를 대신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관피아’ 대신해 ‘정피아’ 들어서
관례적으로 퇴직관료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던 공공기업 기관장과 임원 자리 상당수가 공석으로 남아 있더니 ‘관피아’보다도 전문성이 훨씬 열악한 ‘정피아’가 들어선다. 작은 도둑을 몰아내니 큰 도둑이 든 형국이다.
새누리당 관련 인사과 박 대통령 측근 그룹 인사들이 기관장과 임원 자리를 줄줄이 꿰차고 있다. 물갈이가 진행된 공공기관의 경우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 임원 318명 가운데 약 90%가 여당 의원, 보좌관, 당직자, ‘박근혜 캠프’ 출신이거나 ‘박근혜 싱크탱크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친박 인증’을 통해 기관장 자리를 꿰찬 정치인도 있다. MBC 출신 친박계 인사인 곽성문 전 의원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공모지원서에 자신의 ‘친박 경력’을 써넣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94년부터 큰 영애(박근혜)와 인연이 있었으며 스스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는 내용이었다.
작은 도둑 몰아내니 큰 도둑 든 형국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가가 ‘친박’이라는 완장만으로 기관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박완수 사장이 바로 그다. 친박 지원을 받아 경남도지사에 출마했다가 홍준표 지사에게 고배를 마셨던 인물이다. 공항에 대해 문외한인 그를 인사검증조차 건너뛰는 등 절차까지 위반하면서 사장에 임명한 것이다. 채점표와 공모 인사자료는 임명 직후 모두 파기해 위반 증거를 없앴다. 야당 의원은 박 사장의 임명을 “무자격 조종사에게 항공기 조종을 맡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만경영으로 부실등급을 받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관광공사, 석탄공사, 한국철도공사 등에도 ‘정피아 낙하산’이 수두룩하다. 난방공사 임원 11명 중 4명이 ‘정피아’다. 김성회 사장은 한나라당 의원 출신이며, 나머지 이사 3명은 각각 ‘박근혜 캠프’, 새누리당 당료, ‘박근혜 싱크탱크’ 출신이다.
또 다른 부실기관인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이사 9명 중 4명이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캠프’에 몸 담았던 이들이다. 변추석 사장은 ‘박근혜 선대위’ 홍보본부장 출신이고 감사인 자니윤(윤종승)은 대선 때 새누리당 재외선대위 공동위원장이었다. 한국석탄공사의 경우 신규임원의 50%가, 철도공사의 경우 27%가 ‘정피아’ 출신이다.
공기업뿐 아니라 금융사에도 ‘정피아’ 판쳐
한국도로공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학송 사장은 여당 출신 3선 의원으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다. 지난 11일 도공은 현재 새누리당 전북도당위원장인 김항술 씨와 얼마 전까지 대통령경호실 경리부장을 지낸 유영준 시를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경영진을 감독하고 감시하는 게 사외이사의 역할이다. 그런데도 ‘사장의 측근이자 정치후배’를 그 자리에 앉혔다. 이러니 경영 부실을 피할 수 없는 거다.
금융권에도 ‘관피아’가 주춤한 틈을 타 ‘정피아’가 극성을 부린다. 여당 의원 혹은 보좌관 출신, 친박 단체 대표, 박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인맥 등 현 정권과 연결고리를 가진 이들이 금융사 대표, 감사, 사외이사직을 꿰찬다. 최근에는 금융권 서강대 동문 모임인 ‘서금회’(2007년 대선 때 결성) 출신 ‘정피아’들이 대형 은행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국가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경우 사외이사 5명이 새누리당과 관련이 있는 ‘정피아’들이다.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 홍일화 씨, ‘박근혜 캠프’ 정책자문그룹 출신 최강식 씨, ‘서금회’ 출신 정한기 씨,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렸던 정수경 씨 이외에도 여러 명이 감사,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도 ‘박근혜 캠프’와 한나라당 출신 인사가 감사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당이 보냈소!”… 나라 꼴이 엉망이다
하나은행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지방은행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에도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과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 감사와 사외이사 직을 맡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사외이사 5명이 모두 새누리당 출신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관피아’ 척결을 외치면서 ‘정피아’만 양산해 놓았다. 퇴직관료가 차지하던 자리를 빼내 대통령과 당에 충성한 이들에게 ‘보은용’으로 나눠준 것이다. 기막힌 ‘풍선효과’다. ‘관피아’가 줄어든 것 이상으로 ‘정피아’가 증가하고 있다. 적폐를 개선하겠다더니 개악을 하고 만 것이다.
공공기업 감사에 임명된 전직 새누리당 당직자에게 어떻게 이 자리에 왔느냐고 물으니 “당이 보냈소!”라고 대답하더란다. 나라꼴이 정말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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