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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빛 너무 뻑뻑해
오래 생각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
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서 자기 울음 가파른 어느 기슭엔가로
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
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
누군가 쌀을 안친다
아무도 없는데
아궁이 앞이 환하다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2023.06.09. -
찌르라기는 잠을 자기 위해 나무에 앉기 전에 집단으로 춤을 추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봄날, 아직 해가 환한 대낮인데 난데없이 찌르라기 떼가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화자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그는 새 떼를 바라보며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화자는 찌르라기를 저승사자이자 동시에 고단한 삶에서 자신을 해방시켜줄 구원자로 보는 듯합니다. 고단한 일상의 삶에 갇혀 세상 밖으로의 탈출을 꿈꾸는 가련한 존재…… 가슴 아프지만,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