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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울릉도를 떠나며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인 반도 국가이다. 서해상에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가 있고 남쪽에 제주도가 있다면 동해 끝자락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있다. 이들이 3면에서 바다의 울타리로 중추적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백령도가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191.4km 떨어진 서해최북단으로 북한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최전선이라면 울릉도는 강릉에서 178km 떨어진 동해상에 있으면서 독도를 놓고 일본의 억지 영유권 문제로 대치하고 있다. 섬의 크기는 백령도와 울릉도가 엇비슷한 7위와 8위로 인구수도 만 명 안팎이다. 하지만 백령도는 군인과 그 가족이 절반으로 경제활동에도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그만큼 군과 함께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 할 것이다.
백령도가 비교적 기름진 들녘을 많이 지닌 섬이라면 울릉도는 나리분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평지가 없다. 따라서 18%정도가 농지이나 대부분이 가파른 척박한 밭으로 약초나 나물류를 재배하며 모노레일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백령도는 바다로 나가는 어업보다는 농업에 종사하는데 울릉도는 고기잡이를 많이 한다. 그것도 이미 그 품질이나 어획량에서 확실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오징어가 있다. 오징어 경기에 따라 울릉도가 들썩인다.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양식장이 없다 보니 태풍이라도 불어 바다로 못 나가면 곧바로 생선을 구하기가 가격을 떠나 만만치 않다. 달리 조달을 할 수 없으니 여느 포구처럼 생각했다가는 맛조차 보기 힘든 것이다.
제주도에는 돌이 많고 바람이 많고 여자가 많아서 3다도라 불렀다. 울릉도는 제주도의 돌과 바람이 많고 여자도 미인이 많고 더불어 향나무와 물이 많아 5다라고 한다. 여기에 곁들여 도둑, 공해, 뱀이 없어 3무라 한다. 제주도와 울릉도는 같은 화산섬이다. 그렇지만 서로 다르다. 한라산의 분화구인 백록담에는 물이 고인다. 울릉도의 2중분화구인 나리분지는 그 크기가 자그마치 60만평쯤 되며 그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같은 섬이면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점도 있다. 바다를 바라보니 일기예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바닷길만 허용된 울릉도와 백령도는 더욱 그렇다. 자칫 섬에 묶이면서 입출입을 못해 동동거린다.
제주도에 탐라국이 있었다면 울릉도에는 우산국이 있었다.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좋지 않았던 시절에 본토에서 뚝 떨어져있는 제주도나 울릉도에까지 미처 영향력이 미치지 못했다. 그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저동항에서 독도를 다녀오기까지 그토록 많은 날을 두고 아니 떠나기까지 또한 현장에 도착해서 접안할 때가지도 바다의 눈치를 보면서 행여나 그냥 돌아설까봐 걱정에 동동거렸는데 불과 4시간여면 넉넉한 시간이었다. 저동항에서 일단 손님을 하선시켰다. 30분쯤 여유를 주고 오후 5시에 같은 배에 다시 승선하여 강릉으로 떠난다. 떠나면서 울릉도의 전경을 한눈에 담아주려나 보다. 커다란 수반 위에 늠름하게 드러내놓는 울릉도였다.
때를 맞춘 듯이 어디에 있다 나왔는지 수백 수천 갈매기들이 군무를 춘다. 활기가 넘쳐 어지러울 만큼 현란하다. 떠나는 이에 대한 감사의 인사 겸 다시 오라는 당부 같다. 배는 거침없이 짙푸른 물결을 헤집고 나아갔다. 점점 작아지던 울릉도는 눈에서 사라지고 검푸른 바다뿐이다. 물결만 연신 꿈틀거렸다. 그마저도 서서히 어둠에 묻혔다. 그토록 잔잔하게 열어주었던 바닷길에 푸르기만 한 하늘이었는데 흐려지면서 사르르 눈을 감았다. 3시간을 지나 강릉이다. 다시 바라본 울릉도 방향 하늘이 침침하게 차오르고 하늘에 별이 하나도 없다. 윤구월 열사흘 둥근달도 커튼을 두른 듯 희미하다. 부지런히 버스로 달려가도 자정을 넘겨야 대전에 도착할 것이다. - 2014.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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