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박대선]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를 우연히 읽었다. 시에서 도서관인수를 거부해서 카네기식으로 부지를 매입하여 건축하고 지역특성에 맞게 전문화된 장서를 구비하던 도서관이 매각된다. 부동산은 식당이 될 운명이고 책은 폐기될 것이어서 기증자들에게 돌려주기로 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배경이 된 도서관은 어디에도 없는 책전문 도서관으로 결정되었다. 재단이 설립한 150개의 도서관중 가장 나중에 지어졌기에 이미 대부분의 분야가 지정되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단이 유증받은 재산에 대해 유족이 소송을 제기하여 재단의 지원도 거의 없었고 시예산은 더욱 없어 8명의 사서는 곧 1명으로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수서였는데 인구도 많지않고 이용자수도 부진해서 재단은 예산요청을 거절하곤 했고 사서가 전국의 도서관과 출판사, 독서클럽에 도서기증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는데 주력했다. 그나마 재단에서 소송에의 악영향을 우려하여 금지한 바람에 달랑 포스터하나로 대체해야 했다. 5 어느날 책을 기증하러 온 사람이 있었는데 읽어보니 어디서도 읽어보지 못한 책이었다. 당연하게 출판되지 못한 책이었다. 평생 글을 쓰고 출판사에서 거절을 받아 수정을 반복하다 결국은 포기하고 마지막 안식처로 도서관에 도착한 것이다.

그래서 기증확인서를 만들었다. 제목, 저자, 출판일, 그리고 혹시 출판사가 있는 경우는 그것까지. 그런데 이제 기증받은 책을 돌려주게 된 것이다. 찾아가지 않은 책은 재분류되고 그 과정에서 일부는 폐기된다. 주로 대중시장용 등 보존가치가 없거나, 상태가 불량하거나, 해적판이거나, 국회도서관에 등록되지 않거나, 등등. 6 아침에 기상하면 커피를 마시고 9시30분에 문을 연다. 수서한 책에 분류기호를 붙이고 파손된 책을 수선하며 책상위의 책을 서가에 꽂고 대출반납상황을 확인하면 오전이 끝난다. 

점심시간에는 문을 닫고 한시간후에 연다. 그리고 5시가되면 다시 문을 닫고 6시까지 업무를 하면 된다. 주중에는 6시, 토요일은 13시30분까지 일하고 일요일과 공휴일, 첫째와 세째월요일은 쉬는 날이다. 10 기증받은 책은 수서를 결정하기위해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서지정보가 없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사회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명백하게 크거나 도서관의 방침과 어긋나는 책은 수서를 거부한다. 그런 경우중의 하나는 비료, 설탕, 세체를 이용하여 살인가스를 만드는 방법이었는데 경찰에 신고하자 그가 제조중 기절해서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16

혹성탈출을 쓴 프랑스 작가는 인니에서 일제에 수용된 경험으로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는 이 소설과 콰이강의다리와 같이 일본군이 영국군포로를 다루는 내용을 그렸다. 사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기간은 상당히 짧다. 지구가 생긴후 46억년중 첫 6억년은 생명체가 없었고 어류가 발생한 것이 5억년전이었으며 호모속이 발새한 것은 수백만년에 불과하고 사피엔스종은 수십만년이기에 그렇다. 요즈음 여성은 아이를 낳지않는다. 그래서 부족한 군인을 위해 복제인간을 만들어 활용하는 소설도 있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의미가 있어 사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살아남는 종만이 남았기에 생명체의 본질은 개체와 종족의 유지다. 그래서 배가 고픔을 느끼고 먹어서 안도하며 포식자에게 먹히면 아프고 짝짓기를 하면 즐겁다. 하지만 복제인간 군인은 유전자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야 용감해진다. 개체유지의 본능이 없기에 더 파괴적으로 자신을 돌보지않고 싸우므로 군인으로서의 기능에 보다 적합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먹고 짝짓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전자로 형성되었으니 이에 충실하는 것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42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살인범이나 노숙자도 방해받지않고 독서할 수있다. 날씨가 나쁘면 오는 노숙자가 있었다. 그는 쓰레기장 근처의 다리아래에 텐트를 치고 자며 낮에는 카트를 끌고 공원으로 와서 지낸다. 하지만 너무 덥거나 추우면 도서관으로 와서 아무 책이나 꺼내서 지하의 구석에 옷을 바닥에 깔고 장갑을 끼고 책을 읽는다. 독서는 깨끗한 손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후 장갑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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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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