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잡담이긴 하지만 이번 도올 선생님 건으로 지나간 일이 불쑥 생각나길래 한자 적어봅니다.
작년, 그러니까 2010년 3월 개편 전까지 영어를 제외한 EBS 라디오 제 2외국어 분야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밤 9시부터 20분씩 나누어 시간배정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 밤 9시 - 9시 20분 초급 일본어/9시 20분 - 40분 초급 중국어/9시 40분 - 10시 프랑스어/10시 - 10시 20분 러시아어 이런 식이었습니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3일간이 초급이었고, 이후의 토요일까지 3일은 중급 과정이었구요.
(이 두 가지 언어만 재방이 아니었던 걸로 압니다)
프랑스어와 러시아어가 월, 화라면, 수, 목은 스페인어, 베트남어, 금, 토는 독일어와 아랍어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것도 몇년 전의 프로를 재방하는 형식이었구요. 이후에 브라질어와 이탈리아어가 추가되었지요.
쉽게 말씀드리면 작년 개편 전까지 제 2외국어는 밤 9시부터 20분씩 시간배정을 받아 운영하는 방식이었는데요.
문제는 그 당시의 개편 후입니다.
3월 개편에서 제 2외국어가 나와야 할 시간이 아침 영어프로 재방과 수능 위주로 줄줄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제 2외국어는 일본어부터 시작해서 자정으로 옮겨졌구요.
밤 9시도 피곤한 상태로 들으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갑자기 자정으로 시간대가 옮겨져서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릅니다.
초. 중급 일본어와 중국어 게시판은 진짜 난리가 났었습니다.
특히 중국어 청취하시는 분들의 반발이 대단히 거셌습니다. 일본어도 물론이지만 중국어 들으시는 분들은 정말 애정으로 들으시는 분들이 많으셨을 텐데, 자정을 넘기면 다음날 일과에 큰 지장이 있을 게 분명하고, 그것도 오랫동안 지켜져 온 시간대를 참아가면서 공부하시는 여러분에게는 타격이었을 것입니다.
EBS에서는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셨는지 모르지만 다른 외국어 보기는 돌로 보이셨던지 편성을 그따위로 해놓았더군요.
청취자들의 항의는 계속되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몰라도 한달쯤 후인가 일본어와 중국어는 종전대로 밤 9시대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현재까지 다른 외국어는 밤 1시대 정도로 방송되는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일본어와 중국어 이외의 외국어 공부를 라디오로 하시는 분들이 전자보다 수요층이 많다 볼 수는 없지요. 그만큼 항의도 미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들이 EBS의 편성을 좌지우지한다면 이번 도올 선생님의 문제는 능히 있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영어가 쓰임이 많고 공식적인 언어로 보지만, 그렇다고 영어만을 우월하다 보는 인간들이 교육을 이끌어나가는 게 정상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영어로 이해할 수가 없는 분야가 도처에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특수함이 뭔지 너무나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오랜 세월동안 들었던 귀중한 제 2 외국어의 시간을 영어 재방송으로 채워처넣는 인간들의 머리라면 이번 일은 가능할 것입니다.
혹시 작년 3월 경에 라디오로 제 2 외국어 듣다가 이런 일을 만나 열 받으셨던 분들은 안계셨을까요?
전 교재를 사서 공부하진 않았지만 부족한 청취를 위해 일본어 시간을 들었습니다.
이번 사건도 일종의 한번 내렸던 조치의 철회라는 생각을 하다 당시가 떠올라 글을 써봅니다.
첫댓글 아 저는 자정으로 옮긴 후에 들어봤었어요... 아랍어라던가 베트남어라던가 여러가지 언어를 해줘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시간대가 좀 난감했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군요.... 저는 이미 바뀐 이후에 들어서 몰랐지만, 기존 시간대에서 이미 듣고 계시던 분들은 많이 황당하셨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