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명진 스님 ⓒ2014 불교닷컴 |
명진 스님이 조계종 제16대 중앙종회에 출사표를 던져 종단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연의 근덕지가 먼지 한 톨도 없는 쌍계사 교구 직선직으로 출마해서 더욱 그렇다.
봉은사 주지 시절 ‘강남좌파 주지’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스님은 이후 봉암사, 월악산 보광암, 오대산 상원사 등에서 참선 수행에만 전념했다.
늘 ‘중벼슬이 닭벼슬’이라며 종단 직책을 멀리하던 스님이 ‘닭벼슬’의 정점인 중앙종회에 입성하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힐난을 듣기에 충분하다.
중앙종회 선거 후보등록이 마감된 다음날인 25일 조계사 근처에서 명진 스님을 만나 2시간 30분 가량 출마의 변, 송담 스님 탈종사태, 조계종단의 적폐 등을 들었다.
다음은 명진 스님과의 일문일답이다.
- 중벼슬이 닭벼슬이라더니 중앙종회 출마는 의외다?
= 수행으로 존재의 근원에 대한 답을 찾지 않고, 총무원장, 본말사 주지, 중앙종회의원 자리에 혈안이 돼 있는 게 우리 종단의 현실이다. 원장 송담 스님의 탈종 사태는 이런 세태에 대한 할이자 경고, 뇌성벽력이다.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은 침묵 속의 벽력이다. 선지식의 탈종에 대한 인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두렵다. 이 지엄한 시대적 현실 앞에 문고리만 붙잡고 있을 순 없었다.
- 직능직으로 출마한다는 예상을 깨고 쌍계사로 입후보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 어른 스님들의 뜻에 따른 것이다. 24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쌍계사 대중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출마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종단을 바로 세워달라고 환호하며 환영하더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쌍계사에 등록하면 방장 스님의 상좌 손상좌 등에게 피해가 갈텐데도 되레 박수로 격려해주는 것을 보고 뭉클했다. 종단을 돌아보면 은사 상좌, 사형 사제, 생사를 초월키로 한 도반끼리 출마해 적대시하며 표를 구걸해 종회의원이 되려는 게 현실이다. 쌍계사 대중들을 만나면서 아직도 가풍이 살아 있는 산중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희망의 끈을 보았다. 쌍계사 대중들의 격려와 박수는 불조혜명을 잇는 정법구현의 불교 본모습을 찾아달라는 준엄한 지상명령(至上命令)이다. 내가 종회의원으로 할 일을 일러준 사자후다.
- 송담 스님 탈종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 후학들의 패악질이 심각하다. 일각에서 법보선원 재산을 지키기 위해 탈종했다고 막말을 한다.
종림 스님이 해인사 시절 팔만대장경 전산화 작업 원력을 세워 송담 스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스님은 흔쾌히 직접 화주해 20억 원을 불사에 지원했다. 4년 전에는 수좌회에 13억원을 희사했다. 스님의 뜻을 받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재용 부회장은 1억 원씩 갹출해 수좌회에 시주했다. 지난 2월에는 수좌복지회 의정 스님을 불러 노후복지에 사용하라며 180억 상당의 양평땅 16만평을 희사했다. 원장 스님은 사중 돈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는 분이다. 이런 분에게 욕심 운운하는 후학들은 파렴치하다.
총무원 집행부가 용화선원을 찾아가 탈종선언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후학들이 무조건 복귀를 권유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자기 자리를 비롯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발로참회하는 게 순서다. 탈종 이유를 아직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인터뷰 도중 전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이 전화를 했다. 청화 스님은 “뜻밖이지만 출마가 바람직하고 종단을 올바로 세우는 불사에 기대가 크다. 기분 좋다”고 덕담을 건넸다. 전화를 끊은 명진 스님이 청화 스님의 말을 이었다.)
= 축하받을 일이 아니다. 한걸음 한걸음 종단변혁의 책임을 걸머졌다. 결코 축하받을 수 없는 종단 상황이다. 1994년~2002년까지 2선을 끝으로 종회의원 포기했다. 종회의 논의구조로는 종단을 되살릴 희망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들에 쌍계사 대중들의 응원에 힘입어 마지막 결단을 했다. “쌍계사 식구처럼 지내자. 부끄럽지 않은 승가상을 만들어달라”는 숙제를 내더라. 엄중한 종단 현실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나를 불태워 종단을 밝히기로 했다. 12년 만에 중앙종회 입성 결정을 굳힌 이유다.
| | | ▲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 중인 국회의사당을 찾아 위로하고 있는 명진 스님. ⓒ2014 불교닷컴 |
- 무엇이 해법이라고 보나?
= 송담 스님은 더 이상 말이 나오는 것 자체를 싫어할 것이다. 분란 당사자들이 내려놓고 참회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원장 스님과의 인연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봉암사에서 중봉 스님의 소개로 인천 용화선원에서 첫 친견했다. 정진에 도움이 되는 말씀을 요청하자 스님은 “알 수 없는 그 자리를 향해 애써 나아갈 뿐입니다”라며 “탄성 스님이 좋은 제자를 두셨다”고 했다.
97년 봉암사 조실로 모시기로 하고 열댓명 스님들이 인천을 찾았다. 스님은 “조실이라는 자리는 부처님이나 역대 조사와 똑같이 이사에 추호도 걸림 없이 자유자재해야 합니다. 나는 수행 중인 사람일 뿐이어서 그런 이름 달 자격이 없습니다”라며 우리들을 내쳤다. 삼고초려했으나 이후에는 만나주지도 않았다. 용화사 총무국장 스님을 통해 정중히 사양한다는 내용을 전달한 게 끝이었다. 이미 전강 스님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분의 소탈과 겸양을 봤다. 이 시대의 마지막 선지식으로 추앙하는 까닭이다.
이후 봉암사로 오지 않으시겠다면 내가 가서 모시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그 해 하안거부터 5년동안 인천 용화선원을 방부를 들였다. 이어 인제 용화선원에도 3차례 안거를 지냈다.
- 그런 인연 때문인지 이번 탈종의 배후가 명진 스님이라고 견지동에 회자되고 있는데?
= 이후론 개인적으로 찾아 뵌 적도 없다. 그런 발언은 어른에 대한 또 다른 모욕이다.
- 16대 중앙종회가 열리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인가?
= 너무 종단이 걱정스럽다. 어른을 존경하는 승풍이 시급하다. 94년 개혁 때 종헌종법 만들었던 장본인으로서 참회한다. 종단 발전과 승풍 진작이 우선이다. 필요하다면 비판도 서슴지 않겠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dasan2580@gmail.com] |
첫댓글 나모 땃서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붇닷서! 존귀하신분, 공뱡받아 마땅하신분, 바르게 깨달으신 그분께 귀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