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7월 1일로 2016년 전반전이 후반전으로 바뀌었습니다. 운동경기는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하프타임이 있습니다.
축구 경기는 경기 규칙
7조 [경기의 시간] 조항에 "경기는 전후반 45분씩 동등한 시간으로 계속된다." "하프타임 휴식은 15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농구 경기는 경기 규칙
8조 [경기 시간, 동점과 연장전]
조항에 "경기는 10분 4피리어드로 진행한다."
"1, 2피리어드 사이(전반전)와 3, 4피리어드 사이(후반전) 그리고 연장전 시작 전의 휴식시간은
2분으로 한다."
"하프타임의 휴식시간은 15분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름휴가를 그해의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있는 하프타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위 경기 규칙을 살펴보면 여름휴가가 하프타임으로 충분한 시간일까 의문이 생깁니다. 축구는 45분을 뛰고 15분을 쉽니다.
농구는 20분을 뛰고 15분을 뜁니다.
모두 하프타임은 15분입니다.아마도 사람의 체력이 휴식을 취하고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는데 필요한 시간이 15분이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축구 경기나 농구 경기에 비유한다면 2016년 인생의 전반전을 산 사람에게 필요한 하프타임이 일주일의 여름휴가로충분할까요. 축구로 하면 전반전의 3분의 1이 하프타임이니 6개월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달 정도가 하프타임이 되어야맞을 것입니다. 농구로 하면 더 많아야겠지요.
1992년 스페인으로 연수를 갔을 때
7월 3일 도착하였는데 그때부터
8월 말까지 마드리드 시내가 한가하였습니다. 바캉스를 떠난 것입니다.
바캉스(vacance)는 프랑스어로 '비어있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여름휴가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 도시가 텅 비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졌습니다. 9월이 되니 도시가 사람들로 북적북적하였습니다.
저도 마드리드 검찰청으로 출근하였습니다.
어느 날 스페인 검사와 이야기 끝에 여름휴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여름휴가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한 달'이라고 하였습니다. 제 귀를 의심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검사에 따라 어떤 검사는 7월 한 달을, 어떤 검사는 8월 한 달을 여름휴가를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한국에서는 여름휴가가 며칠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일주일인데 사실 검사들 대부분이 일이 많아 일주일 휴가를 하지 못하고 3일이나 4일 휴가를 간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헤수스 검사는(Jesus
저와 동갑내기인 이 검사는 예수님과 이름이 같았습니다.) 재미있다는 듯 같은 방에 있는 동료 검사들에게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초(Cho)의 나라에서는 검사들이 여름휴가를 3일이나 4일 간다는데 너 거기 가서 살 수 있어.""미쳤냐! 그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 그들은 신기한지 한동안 왁자지껄하였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저는 궁금하였습니다. 도대체 한 달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무엇을 하며 여름휴가를 보내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Jesus가 들려준 답은 이러했습니다. "대부분 15일은 해외여행을 하지.
그리고 나머지 15일은 시골에 있는 부모님 댁에 가서 집도 수리하고 책도 보고 산책도 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지." 그때 저는 vacance가 도시가 비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을 비운다는 의미가 아닌가 여겨졌습니다.
이제 7월 중순쯤 되면 너도나도 여름휴가를 떠날 것입니다. 누구는 국내로 누구는 해외로 여행을 떠날 것입니다. 여름휴가 동안 그저 방에 콕 박혀 있거나 방에서 뒹굴며 보내면 자위 섞인 말로 방콕했다거나 방글라데시 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여름휴가 때는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저도 지난주 월요편지에서 말씀드린 대로 스페인으로 여행 갈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비록 무산되었지만.
스페인에서 1992년 7월 10일경부터 보름간 캠핑 여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캠핑장에 있어 보면 수시로 캠핑카가 들어옵니다.
그들은 30분간 캠핑카를 열어 물건들은 주위에 꺼내 놓고 며칠간그곳에서 휴가 보낼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모든 캠핑족들은 탁자와 의자를 꺼내 캠핑카 옆에 펼쳐둡니다.정리 정돈이 끝나면 어김없이 부부 모두 책을 한 권씩 들고 탁자 옆 의자에 앉아 독서를 시작합니다.이들은 캠핑하러 온 목적이 공기 좋은 숲 속에 책 읽으러 온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여름휴가 모습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24년 전에 느꼈습니다.
지금 우리의 여름휴가 모습은 얼마나 변해 있을까요?여전히 무엇인가 보러 다니고 사진기에 아름다운 장면을 넣기 바쁘고 물건을 쇼핑하러 몰려다니지 않나요?
여름휴가를 하프타임으로 여긴다면 비록 유럽 국가들처럼 한 달씩 휴가를 쓰지는 못하더라도주어진 기간 동안 이 하프타임을 어떻게 쓸 것인지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축구 경기 하프타임 동안 선수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관중과 사인이나 주고받고 사진이나같이 찍으며 시간을 보낸다면 후반전을 위한 휴식이나 작전 구상은 언제 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 세상 사람 중에 가장 만나기 힘든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고 하더군요. 혹시 여름휴가 동안 자기 자신을 만나는 여행을 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강의에서 강신장 원장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한 대목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저녁이 오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 서재로 들어간다네.
서재로 들어가기 전에 흙과 먼지가 묻어있는 일상복을 벗고 관복으로 갈아입지.
그분들은 나를 정중히 맞아 주시고, 나는 혼자서만그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지혜의 음식을 그 어르신들과 나누지. 매일 옛 시대의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는그 네 시간 동안 나는 아무런 피곤을 느끼지 못한다네. 내 삶에 주어진 모든 시련과 고통도 다 잊어버리지. 나의 가난도 두렵지 않아. 내게 닥쳐올 죽음조차도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네."
이번 여름휴가 동안 단 하루만이라도 자기 자신을 만나거나 마키아벨리처럼 옛 시대의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요?
그래야 후반전을 더 힘차고 지혜롭게 뛰지 않을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6.7.4.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