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갑내기 한 중 라이벌. 이 밖에 붙일 수식어도 많은 천상 라이벌 이세돌(오른쪽)과 구리가 다시 삼성화재배 결승 무대에서 만나게 됐다. |
‘90후’가 안 보인다. 대신 왕년의 80년대생 라이벌이 재회했다.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이 세계대회 결승에서 다시 만난다. 14일 대전 유성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열린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전 3번기 제2국에서 이세돌과 구리는 각각 최철한 9단과 박정환 9단에게 승리를 거두며 1국 승리를 포함, 2승씩으로 결승 진출을 결정지었다.
2011년 봄 비씨카드배에서 만난 이후 오랜만에 만났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체감으론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많은 변화가 있어서일까. 그간 워낙 90후의 기세가 등등했고, 이세돌은 랭킹 2위로 내려갔다가 얼마 전 1위로 복귀했다. 그리고 구리가 자국랭킹 10위까지 떨어져 있다.
다시 악수를 나누는 라이벌은 정말 즐거워하는 듯 보인다. 이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이세돌
- 4강에 오르면서 한 인터뷰에서 구리 9단과 만나고 싶지 않았다고 한 것은 역시 오늘처럼 결승에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인가? “하하,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박정환 9단이(한국 대표로서) 이겨주길 바랐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구리 9단과 만나게 된 사실도 기쁘다.”
- 오늘 최철한 9단과의 바둑은 시종 유리했다는 평이 많았다. “초반부터 바둑이 잘 풀렸고 중반까지도 내가 우세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무리는 깔끔하지 못했다. 내용적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일국이었다.”
- 다음 달 결승전이 치러진다. 각오 한 마디. “구리 9단과는 5 대 5의 승부라고 본다. 마음을 비우면 우승도 따라올 것이다. 바둑팬들께서 많이 응원해 주시는 덕에 힘이 나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구리
- 3년 연속 결승 진출해 기쁘겠다. “삼성화재배에서 전에는 성적이 안 좋았다가 최근 몇 년간 좋았다. 이번 대회에도 잘 풀리는 걸 보니 내게 운이 따르나 보다.”
- 이세돌 9단과는 더블일리미네이션으로 치러진 32강전 때 4패빅이 나오게 되면서 재대국을 했다. 당시 이야기인데, 승리할 자신 있었나? “대답하기 좀 어려운 질문인 것 같기도 한데… 이세돌 9단 같은 대기사와의 대국에서 4패빅이 나왔다는 자체가 기분 좋았다. 재대국에서 이길 자신이 있진 않았다. 사실 우승을 목표로 삼지 못했었다. 그런데 재대국에서 승리한 후 자신감이 더 생겨서 우승으로 목표를 재설정하게 됐다.
- 이번 4강전에선 박정환 9단과 대국했다.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나? “실력이 무척 강한 기사다. 그렇지만 오늘 몸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다. 실력 발휘를 잘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국 때는 내가 불리했던 바둑을 이겼다. 그 기세가 잘 이어져 오늘도 승리한 것 같다.”
- 중국의 90후 세대가 이번엔 끝까지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승부란 그런 것이지 않나. 질 때도 있는 법이다. 더구나 어린 선수들은 세계대회 경험이 부족하다. 앞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더욱 무서운 세력이 될 것이다.”
- 라이벌 이세돌 9단을 결승 상대로 맞이하는 소감은? “많이 겨뤄본 상대다. 이젠 우리가 서로를 잘 알 거라 생각한다. 중요한 대국마다 내가 졌다. 이세돌 9단은 내가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기사다.”
▲ 악수를 나누는 라이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