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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일요등반 밖에 없어서 아쉬웠는데 동혁선배님이 토요등반 끌어주셔서 특별히 감사했던 등반이었습니다!
노인등반 이후 한층 멋있게 보이는 동혁선배님을 따라 노적봉으로 향했습니다. 노적봉은 워킹으로 갈 수 있다고도 하고 등산학교때 정말 감동 받아서 나중에 꼭 다시 와 봐야지 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덕분에 다시금 상기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동혁선배님이 등산로 초입에서 용암문까지만 로프 들고 가면 용암문부터는 들어준다고 하셨는데 호기롭게 노적봉까지 들고 갈 수 있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이제부터 가는 길이 어렵다는 말에 배낭 가장 깊숙히 있는 로프를 꺼내 드리고, 선배님! 이틀 전에 등반하셨는데 설마 또 알바를 하진 않으시겠지요? 했으나..
초특급 쫄보인 저를 위해 서윗가이 동혁선배님이 로프를 설치해주셔서 무사히 노적봉 시작점 도착! (잡고도 무서워한 건 안비밀)
선배님은 다음 주에 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을 했지만 그 사이 물들어 가는 산이 저는 그저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시간이 빠르다 빠르다 했더니 이제는 계절이 빠르게 지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제게 세컨 빌레이를 맡기고 온사이트를 향해 나아가는 선배님도 쫄리셨겠지만 저 역시 무척 긴장되고 떨려서 세컨빌레이라는 것도 엄청나게 스트레스 강도가 큰 것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벽에 붙어 보지 않으면 그 각도나 홀드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앵커간 간격이 멀어질 수록 긴장감이 커졌는데 딱 걱정의 크기가 커질 때마다 선배님이 캠도 치고 퀵을 걸어주셔서 같이 안심했던 것 같습니다.
아미고스와 바로 옆, 경원대길을 나란히 오름짓하는 친구 사이가 부럽기도 하고 멋있기도 했고요.
서로 오롯이 믿으며 오르는 빵잼부부가 한층 멋있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등반 초기에 비해 그래도 고소공포는 어느정도 적응이 된 것 같은데, 해도해도 별로 늘지 않는 것 같은 제 등반 실력은 언제나 좌절감이 듭니다. 어쩌면 되지도 않는, 영 재능이 없는 활동을 굳이 굳이 붙잡고 있는 것 같은 절망감에 하소연을 하면 또 쓸데없는 소리한다고 동혁선배님이 나무랍니다. 땅에서는 절대 내가 너랑 다시 등반하나 두고 봐라 소리를 지르고는 바위에 붙으면 11월엔 어디가자, 12월엔 어디가자 말해주는 선배님의 초시크한 서윗함에 속아 다시 오름짓을 합니다.
올 초만 해도 사진 찍어준다고 하면 사진이고 뭐고 당장 죽을 것 같아서 풍경을 즐길 여유도 없었는데 이제는 풍경도 함께 담아볼 여유가 생깁니다. 동혁선배님은 현문님의 슬랩 실력을 왕칭찬하며 걸음 걸음 잘 보고 복습하라 일러줍니다. 발을 인, 아웃으로 잘 찍으며 무게중심을 이동. 발자리를 찍었으면 발에 확신을 갖고 무게중심을 바깥으로 이동. 일어서고 다시 왼발.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요.
그와중에 옆에서 외롭게(?) 벽과 사투하고 있는 잼형도 잊지 않고 챙기며 멋지게 사진도 찍어주고요.
이런 여유는 도대체 언제 생기는 건가요? =0= 멋쩌부러 증말
다시 오름짓을 시작하는 아미고스팀 원, 투, 쓰리
앞으로 "등반력이 없는 그냥 걸어가는 길" 이란 말이 선등자의 입에서 나오면 저의 최애길이 루트 안에 포함되어 있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자존감을 뿜뿜 올려주는 등반력 없는 루트 정말 체고체고!
동혁선배님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슬랩천재 현문님도 제가 고전하는 곳에서는 똑같이 고전하는 모습에 동지애를 느끼며.. (물론 당연히 훨씬 잘 올랐지만요) 위아래로 단단한 자일의 정을 듬뿍 느낀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ㅎ
파란 하늘에 파란 민구 고문님!
아미고스 마지막 피치가 11a 크럭스 구간이라 동혁선배님도 고전을 했는데, 이 날 노적봉 정상까지 워킹으로 깜짝 응원 오신 민구고문님의 목소리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워킹으로 오신건가요..?;;)
올 가을 단풍은 붉게 물들지 않고 마른 것 같이 갈변해 예쁘지 않다고들 하지만 멀리서 보니 마른가지 마저 울긋불긋 예뻐 보입니다. 이러니 신께서 가난하고 불쌍한 인간들도 그저 예쁘게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신의 보살핌 보다는 가까운 사람의 살핌이 더 필요한 이유이겠지요. 주변에 살피지 못한 것이 있는 지 다시금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경원대팀 보다 먼저 도착해 민구고문님의 지도하에 인생사진도 찍고 ㅎ
노인등반 사진을 보며 나폴레옹 바위 위에서 찍은 사진이 부러웠는데! 찍을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 릿지를 바라보며 -
언젠가 만경대 릿지도 걸어볼 날을 기대해 봅니다.
곧 이어(?) 반가운 재민이형 얼굴이 보입니다.
현문님 심오한 얼굴로 뭘 저렇게 열심히 찍고 있나 했더니
나폴레옹 바위 위에 앉은 까마귀 였습니다. ㅋ
해질녘이 거의 다 되어 올라온 경원대팀의 빵쨈부부 ㅋ
동혁선배님의 지원과 민구고문님의 서포트로 무사 등반완료!
그리고 아기다리고 고기다리던 영란언니 생일축하식이 있었습니다. (빵언니 얼굴 지못미..)
언니 제 생일은 2월 29일이에요...... 따흑.. ㅋ
일몰빛 받아 더 반짝이던 생일자 햅삐 등반 완료!
석양을 뒤로 하고 안전하게 하산했습니다.
뒷풀이는 족발과 쏘맥으로 기분좋게 먹고 한크랙 빌레이 해제 -
모두 다음 등반에서 뵙겠습니다. :-)
첫댓글 노적봉 … 기억속에 지워져 있던 곳인데 요즘 동혁이때문에 다시 넣어 둘 곳이 되었네 언제
넣으러 갈까나??
가을 문턱~~
노적봉멋있네요
그곳에있는 등반가들은 더 멋지십니다
수고하셨어요
갑자기 고문님 목소리 들려서 긴가민가했는데 워킹으로 생축하러 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ㅎㅎㅎ
잊지못할 n번째 생일파뤼 감동이었어영.ㅠ
소문에게 강제로 끌려 온 거시여~~ㅋㅋㅋ
@조민구 고문님 끌려오다니요~~ 그거시 바로 끌림이라는 것 입니다~~ 🤣🤣🤣
노적봉에서 생일파티..낭만적이군요..!
빌레이해제는 유행어인가요?
저도 오랜만에 노적봉에 올라 덕분에 멋진 풍광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난번 노백인팀을 응원 못해서 이 번에는 단단히 맘먹고 장거리 워킹했습니다.(의상능선 돌고 노적봉)
자유의지로 세컨 보면서 등반의 시스템이 조금 익숙해졌으리라 생각됩니다.등반완등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루트를 어떻게 올랐는가가 중요하니 참고 하세요~. 화이팅
영란언니 멋진 생일이에요👍🏽👍🏽 단풍도, 물드는 노을도 예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