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지만 안타깝구나

[선비]

일 나가기 전에 인터넷에 눈에 띄는 기사가 있어 클릭해 보았다.

현직 경찰관이 찜질방에서 잠자는 여대생을 성추행했다고 한다.

그 문제의 경찰관은 아내와 말다툼을 하고 속상해 술을 마신 다음에 찜질방에 들어갔다가

잠자고 있는 여대생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중요 부위를 두어 차례 만지게 했다고 한다.

허~ 참!

황당한 마음을 뒤로하고 일을 나갔다.

자정 무렵 압구정동 구 현대아파트 앞에서 일산 주엽동을 가는 여자 손님을 태웠다.

요금이 꽤 나오는지라 흔쾌한 마음으로 성수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를 달렸다.

난지도 부근에서 간간이 띄는, 이르게 피었다 몇 잎만의 꽃을 남긴 벚꽃나무에 왠지 안타까움이 묻어있다.

그것을 뒤로하고 일사천리로 쏘아 이내 나의 택시는 킨텍스 앞을 지난다.

목적지를 채 30초도 남기지 않은 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렸다.

전방을 주시하면서 대기하는데

반대편 차로의 마주 오는 차량의 낌새가 이상하다.

앞으로 바로 가지 않고 중앙선을 넘어 내 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것이다.

맙소사!

처음엔 잘못 본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벌써 그 차량이 내 코앞에 와있는 것이 아닌가.

부딪치기까지는 0.01초의, 말 그대로 찰나의 시간

동물적인 본능으로 핸들을 급히 틀었다.

퍽!

중앙선을 넘어온 문제의 산타페는 다행히 나를 살짝 비켜가고

1차로에 있던 1톤 포터가 그 덤터기를 썼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손님이 놀라며 황당해하고

마찬가지로 1톤 포터 운전자도 놀라 차에서 내려 산타페로 다가간다.

중앙선을 넘어와 놀랐지만 그 운전자가 크게 속도를 내지 않은 건 정말 불행 중 다행이다.

시속 10km 내외의 속도로 부딪혀 두 차량 모두 외상은 없어 보이는데

산타페 운전자의 눈이 충혈되어 있고 얼굴이 붉어 있는 것으로 봐서

영락없이 알코올을 섭취했으리라.

나와는 충돌이 없었기에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는지라

얼른 손님의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

손님은 나의 기지로 자신이 무탈하게 됐다며 고맙다는 의미로 팁까지 주시는 게 아닌가.

그깟 일로 이렇게 성의를 표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되돌아오면서 조금 전의 사고 현장을 지나쳐 오니

차를 길 가장자리에 빼놓고 두 운전자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잠시 차를 세우고

그들 곁으로 갔다.

가해차량 운전자는 '왜 내가 술을 마셨지' 하는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피해 차량 운전자  또한 아닌 밤중의 날벼락에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두 분 다 다치지 않았다는 것.

가해차량 운전자와 잠시 얘기를 나눠보니 어떤 시름이 있어 마신 것 같았다.

충혈되어 있었지만 그 눈빛은 선해 보인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안도하는 그들에게 원만한 뒤처리를 당부하며

서울로 향하는 자유로에 올라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찜질방의 그 경찰관이 아내와 말다툼을 하지만 않았어도

찜질방에서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그 못난 짓을 했을까?

어떤 시름인지는 몰라도 그 시름이 없었거나 아니면 조금 덜 했더라면

그 산타페 운전자가 그런 과음을 하고 핸들을 잡았을까?

인간은 날 때부터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환경에 의해서 길러지고 길들여질 뿐

현명한 사람이 아닌 한 

우리는 언제나 예비 범죄자일 뿐이다.

지금 아직 그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런 나쁜 짓을 했는데 용케 걸리지 않은 기범죄자이거나.

일 나오기 전에 접한 찜질방 소식과 운행 도중에 직접 겪은 일에

어이없고 황당했지만 사실 안타까움이 먼저 이는 것은 속일 수 없다.

그러한 연유가

내가 모질지 못하고 물러터져서일까?

아니면 존 레넌의 <Imagine>처럼 몽상가를 꿈꿔서일까?

아무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았으면…

[차칸택시]

선한 인간이 술때문에 인성이 나빠질수도 있겠지만 인성자체가 쓰레기인 인간들이 술 핑계를 대는 일도 많죠.

[잎파리넷]

그래도 큰사고 없으셨다니 다행입니다^^건강하세요

[선비]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신레이]

큰 변고를 치룰 뻔 하셨네요 무탈하셔서 다행이구요 다소 엉뚱 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저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한놈과 나쁜놈이 정해져 있다고 보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잘 가르치면 범죄를 안저지른다? 이건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봅니다... 특히 강력 범죄자들중에도 부족함 없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 잘 받으며 자란 사람들이 있거든요... 또 반면에 열악하고도 불우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랐는데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한놈과 나쁜놈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고 싸가지 있는 놈 없는 놈도 정해져 있다고 봅니다

[신레이]

그러니까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 아기의 성격과 가치관 이러한 것들이 대체적으로 정해진다고 생각하고 있고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에 훗날 자기는 안그런척~ 하면서 연기는 할지언정 자신의 타고난 종특은 절대로 바뀔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갓 태어나서 그렇게 곱고 이쁘다고들 하는 아기들이라고 할지라도 그 아기들중에는 착한 아기와 나쁜 아기들이 있다는거죠 공부는 유전자 인 것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유전자가 따로 있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유전자가 따로 있고 싸가지 있는 유전자와 싸가지 없는 유전자가 따로 있다는거죠 한가지 예를 들면 가수들.. 노력만으로 가수가 될 순 없죠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거죠

[선비]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로초딩]

바퀴님이 오바하시는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