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저희 아이들만 보고 내리는 단견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느끼는 것은... 아이들에게 '빨리빨리', 그리고 '많이많이'를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작정하고 공부를 안 할 경우에는 대화를 해야 하고, 학교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안 해갈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체벌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체벌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분들과의 대화는 매우 불편합니다. 몇몇 분들이 자녀를 체벌한 데 대한 후회를 하시는 것을 보았는데, 매우 불편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더군요. 쉽게 체벌을 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지만, 모든 체벌의 상황을 부모의 무능함으로 보는 듯 싶어 매우 불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자녀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에 고민하지 않은 부모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 중에 자신의 전공과 관련있는 교육과정에 관심 있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교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역사와 진로진학을 통하여 학생들을 만나는 입장에서는... 특히 초중고 역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역사교육의 문제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의 방법의 문제, 분량의 문제, 시기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한글 교육의 속도가 빠르다고 말입니다. 유치원 다닐 때 배워서 올라간다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글 교육에 대한 생각이 들더군요. 제 옆자리 국어 선생님께서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받아쓰기 0점 맞았다고 애들 야단치지 말라 하시던데... 문제는 다른 아이들과 제 아이들의 차이가 많이 날 경우에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슬슬 한글 글자쓰기를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듭니다. 다행인지 아이가 요즘 알아서 글자쓰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나 아내가 가나다라 가르치는 것은 아니고, 본인이 쓰고 싶어하는 글자가 있을 때 알려주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가나다라 쓰기를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영어는 EBS2에 나오는 만화를 보여주는 수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어 만화를 보여주고 나서 한글 만화를 보여주더군요. 아마 많이 느리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 예. 느립니다...
이번 개정교육과정 국어과에서는 한글 교육 시간이 늘어났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걱정은... 이 과정을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배웠으니 넘어가자'는 식의 말씀을 하시는 선생님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그런데 저와 인연이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은 바를 통하여 판단을 한다면... 이런 식의 말씀을 하시는 선생님들은 다른 학부모들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그 학부모님들은 왜 그런 영향을 교사에게 주겠습니까. 아마도 빨리빨리 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반복 학습해야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중학생들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는 학원들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거 참...
저는 솔직히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사교육 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내가 오래 살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천국에 대한 소망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핀잔을 주기는 합니다만... 무시할 수 없는 의견이니 말입니다. 뭐 80 이전에 생애를 마친다면야 어느 정도 사교육에 투자할 여지는 있겠지만, 몇년 전 돌아가신 아내가 존경하는 목사님 나이만큼 살자고 했다가 바가지를 엄청 긁힌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물론 저희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어 교육과정을 짜야 한다는 식의 이기적인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짜여진 교육과정에 입각한 교과서를 학습하는 수준의 공부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을 지원해야 할 책임이 저와 아내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희 아이들과 더불어 보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하면서 지식을 쌓을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의식 수업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이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무슨 토론과 발표 수업이 가능한지... 에 대한 생각이 있기도 하고, 그런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뛰어놀았는지에 대한 생각도 있기도 합니다. 물론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 수록 발표나 토론을 활용하는 참여식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가 초등교육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판단을 잘못한 점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학교 교육과 자녀 교육에 동시에 참여하는 입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하여 말씀드린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라겠습니다.
이런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분량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자녀의 꿈과 무관한 분야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배워야 해당 분야를 공부한 상대방을 이해할 힘이 생겨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분량의 학습을 하는 것이 보다 즐겁고 유익한 학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교육 내용이 많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3 학생들이 수능 봐도 되겠다는 말을 할 정도의 내용이 담긴 교과서 분량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임용 전 교대에서 거의 전과목을 배우는 것으로 아는데, 그 분량이 지나치지는 않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교대 진학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가 교실에서 풍금 치는 것과 미술 지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였는데, 지금은 예체능 과목을 전공교사 혹은 교과전담 교사들이 지도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뭐 그렇다고 중등교육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여유롭게 배워야 하느냐... 는 아닌 듯 싶습니다. 초등학교보다는 중학교가,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의 학습 분량이 많아야 합니다. 물론 고등학생들보다 대학생들의 학습 분량이 많아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의무교육이 초중학교 9년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는 자신이 꿈꾸는 분야 이외의 분야라도 어느 정도 공부해야 합니다. 등급제를 예로 들어 말씀을 드린다면, 역사교사가 되고 싶다 하여 수학 과학 평균을 9등급 맞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9등급을 받더라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의대나 공대에 간다 하여 한국사 9등급을 맞았을 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까지만 자신이 꿈꾸는 분야 이외의 과목을 공부하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요새 많이 듭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의 학습 이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자신이 꿈꾸는 분야만을 공부하게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어느 정도의 지식이 없을 때 해당 지식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이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물론 저와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사와 세계사를 전공해야 한다는 식의 무모한 주장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저도 자연계 대학을 진학하려는 학생들과의 세계사 수업을 준비할 때 학생들이 보는 수학책과 과학책을 참고하는 입장에서... 독도 문제를 학생들에게 지도하기 전 독도의 자원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참고하는 분야의 도서들을 생각하면...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이외의 분야를 중학교 3학년에 마칠 것인지, 아니면 고등학교까지 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중학교 3학년에 마친다면... 과연 아이들이 나름대로 여유를 가지고 학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됩니다. 학원을 다니라는 분이 계실 지 모르겠는데... 그것도 정말 다른 아이들과 수준차이가 나는 과목 한두과목이라면 몰라도 그 이상을 다니게 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 제 큰아이가 알아서 글자쓰기를 연습하는 식으로 나름대로 생각이 들어 공부한다면 혹시 몰라도 말입니다...
물론 고등학교에서 많은 학습을 하였을 때 대학교에서 보다 깊은 학습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사실 제 경우에도 초등학교 다닐 때 재미있게 본 중학교 지리부도 덕분에 고등학교 때까지 인문지리 분야의 성적이 나름대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길 찾아 다니는 데에는 선수라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역사부도와 역사만화를 보며 쌓은 지식의 힘이 이후의 역사 학습 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후회되는 것이, 몇몇 분야의 학습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정말 철이 없었다 싶은 것이... 체육 활동을 부담스러워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의 어울림에, 남학생들을 지도함에 한계점이 있습니다. 물론 체육을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께서 지나치게 엄하시거나 많은 활동을 강요하신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기에... 그 때 제가 정말 철이 없었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만약 역사나 지리 및 국영수를 공부하는 데 드는 시간이나 노력을 약간이라도 여기에 돌렸으면... 지금 이러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동료 선생님들과 대화하는 등의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과목이든 학생들은 과목에 배울 것이 있다고들 합니다. 아무리 한국사 성적이 안 나와도 '독도는 일본땅이다'나 '6*25는 북침이다'는 식의 주장을 하게 되면 골치아파진다는 점을 압니다. 수업 중 박근령 씨 이야기를 예화로 드니 학생들 입에서 '친일파'소리가 튀어나오더군요. 다른 과목도 그런 분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 전공 분야만을 사용하고 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의 타분야 교육... 다른 말로 교양교육이라고들 하는 내용을 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이냐 하는 논의가 있습니다.
지금 초등학교 교육에 한자를 넣으려는 흐름을 비롯하여 많은 이해관계가 교육에 미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한자를 배웠지만... 초등학생들에게 영어와 한자를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우리말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외국어를 주체적으로 배울 힘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교양교육이 어디까지 갈 것이냐... 이 문제때문에 결국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미적분 분량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저 나름대로 의견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 아이들 교육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아이들과 다른 아이들이 같이 웃을 수 있는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필요한 듯 싶습니다.
이 난삽하고 뒤죽박죽인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아이들 교육의 근 15여년의 그림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며, 그려 주신 그림이라, 뒤죽박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4아이, 그리고 막내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데요, 아이들을 앞서기보다, 아이들 뒤를 천천히 따라 온것이 지금 뒤를 돌아볼때, 가장 무난하고, 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의 속도 그것을 존중하고, 최대한 배려하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저는 부모의 입장이었는데, 선생님은 공교육 현장에서 선생님으로서의 입장을 함께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속도 그것을 존중하고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를 공교육 현장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아이들과의 수준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어느 정도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주는 과정이 아이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됩니다. 의견과 경험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빠른 아이는 빨리 키우면 되고, 느린 아이는 느리게 키우면 되는데..옆집 빠른 아이때문에 평범한 아이나 느린아이에게 그것을 강요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뭐든지 빨라야 좋은거다 라고 생각해서 급조된 정책들이 참 많습니다. 문제는 거기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돈이 국민세금이고, 성과없이 낭비되며,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돈이라는 거지요. 사교육도 빨라서 좋은거다 해서 보통의 가계에서 투자를 하는데, 보통 가계에서 꼭 필요한 돈입니다.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만 없어져도 우리나라 내수 업황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예. 옆집 빠른 아이 때문에 평범한 아이나 느린아이에게 강요하는 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물론 느린 아이인 경우에는 그 이유를 보다 명확히 판단하여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말씀하신 대로 뭐든지 빨라야 좋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면 아이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끼친다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빨리빨리 안한다고 야단맞으며 큰 경험이 있는지라... 공감하게 됩니다. 의견 주심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