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경과 전문의 신준현 원장
|파킨슨병 환자의 84%에서 인지기능 장애 발생
|파킨슨병 치매는 알츠하이머 병과 달리 운동 장애도 함께 나타나
|파킨슨병 진단 시 인지기능 검사 고려해야
파킨슨병은 수십 년 동안 단순히 운동 장애로 여겨져 왔다. 파킨슨병이 발견된 당시만 해도 환자의 대부분이 젊은 환자였기 때문에 연령에 비례하여 발병률이 높아지는 인지 기능 장애나 치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기 파킨슨병에 대한 연구 자료로 유명한 시드니 코호트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진단 후 15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환자의 84%에서 인지 기능 장애가 나타났으며, 특히 이 중 50%는 치매로 진단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파킨슨병 초기뿐만 아니라 말기에도 인지 기능 장애가 동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파킨슨병 환자가 겪는 치매 증상은 일반 치매 증상과 어떻게 다를까? 신경과 전문의 신준현 원장(신준현신경과의원)과 파킨슨병 치매와 일반 치매의 차이에 이야기를 나눴다.
신준현 원장 | 출처: 신준현신경과의원
파킨슨병 오래 앓으면 치매 발병 위험 증가
파킨슨병은 뇌간 중앙에 뇌흑질의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돼 나타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60세 무렵 연령에서 1% 전후로 발병하는 데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증가한다. 뇌흑질의 도파민계 신경 파괴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저 단백질처리 기능 이상, 환경 독소,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등의 연관성이 점쳐진다. 발병 통계를 보면 유전이 10% 이내이고 대부분은 특발성이다.
신준현 원장은 파킨슨병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파킨슨병 증후군과 파킨슨병, 파킨슨병 치매의 정의를 각각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파킨슨 증후군은 △서동증(Bradykinesia, 운동완만) △강직(Rigidty, 뻣뻣함) △안정 떨림(Resting tremor, 안정 시 떨림) △자세 불안정(Postural instability)과 같은 4가지 증상 및 징후가 있다. 이 중 서동증이 있으면서 다른 3가지 증상 중 1가지 이상이 동반된 경우를 파킨슨 증후군이라고 정의한다.
신 원장은 "파킨슨병은 뇌 안에서 도파민이 만들어지는 흑질의 세포가 유비퀴틴, 알파-시누클레인 등의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면서 파괴되고 운동 기능 조절에 문제가 되어 발생하여 파킨슨 증후군이 나타나는 병을 말한다"라며 "이러한 병변이 다른 원인에 의하여 또는 뇌의 더 넓은 부위에 발생하여 파킨슨 증후군 증상 외에 다른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비전형 파킨슨 증후군(Atypical Parkinsonism)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러한 파킨슨병에서 신경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면 치매가 동반되는 것이 '파킨슨병 치매'라고 밝혔다. 다수의 보고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의 30~80%에서는 치매가 동반될 수 있으며, 원발성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서 4배 정도 치매 발병 확률이 높다.
파킨슨병 치매 vs 일반 치매, 발병 원인과 증상에서 차이 보여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은 대략 70여 가지가 넘으며, 각각 임상적 특징이 다양하다. 퇴행성이고 비가역적인 질환으로는 △알츠하이머 병 △루이소체 치매 △파킨슨병 치매 △전두측두 치매 등이 있다. 혈관성 병변에 의한 경우는 △크로이츠펠트야콥 병 △혈관성 치매 △두부외상에 의한 치매가 있다. 이중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가 진행성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노령인구에서 가장 비율이 높다. 이 외에 △갑상샘저하증 △알코올 중독을 포함한 약물 중독 △우울증 △뇌종양 △정상압수두증 △비타민결핍증 등의 질환도 치매를 유발한다.
이중 파킨슨병 치매의 원인과 증상은 다른 치매와 현저히 다른 차이를 보인다. 알츠하이머 병과 파킨슨병 치매를 비교하자면, 우선 발병 기전부터 다르다. 알츠하이머 병의 경우 아밀로이드라는 이상 단백질이 쌓여서 치매가 발생하지만, 파킨슨병의 경우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뇌간 하부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뇌의 위쪽으로 올라오면서 쌓이게 되고, 이로 인해 인지기능의 저하가 발생한다. 이에 파킨슨병 치매의 경우 본인이 언어, 행동, 집중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 반면 알츠하이머 병은 본인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고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신준현 원장은 파킨슨병 치매의 원인과 증상이 다른 치매와 현저히 다른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 출처: 신준현신경과의원
"파킨슨병 환자들에게서 발생하는 인지기능 장애는 집행기능 장애, 집중력의 저하, 기억 회상 능력의 저하 등이 관찰됩니다. 특히 시공간 구성 능력 장애가 초기에 보이는 특징이죠. 또한 치매가 아니라도 인지기능 장애가 있는 파킨슨병 환자는 생각하는 속도가 느려지며, 반응을 보이는 시간이 길 수 있습니다."
신준현 원장은 이러한 이유로 파킨슨병 치매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다른 치매와 마찬가지로 파킨슨병 치매도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기억력보다는 시공간 구성 능력이 먼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는 크게 기억장애를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파킨슨병을 진단받을 때 인지기능 검사에 대한 선별 검사를 하는 것이 유용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 중에 나이가 많아서 발병한 경우 △파킨슨병 유병 기간이 긴 경우 △운동장애가 심한 경우 △잠꼬대가 심하거나 렘 수면장애나 초기 환시가 있는 경우 △우울증이 심한 경우에는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지므로 자세한 병력 청취와 인지기능 검사가 선행되는 것이 좋다.
파킨슨병 치매 의심되면 파킨슨병 진단 시 선별검사해야
파킨슨병 치매 검사와 일반적인 치매 검사의 진행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파킨슨병 진단 시 진행되는 인지기능 검사로 파킨슨병 치매가 의심되면 선별검사로 K-MOCA(MOntreal Cognitive Assessment) 검사를 시행해 볼 수 있다. 자세한 인지검사를 위해서는 신경심리검사총집(Neuropsychological Assessment Battery)인 서울신경심리검사(SNSB) 검사를 한다.
"파킨슨병 치매의 특징인 시공간 구성 능력의 저하나 전두엽 진행 기능의 저하 평가를 위해서는 SNSB 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2차적 뇌병변에 의한 치매를 감별하기 위해 뇌 MRI 검사나 도파민 감소를 확인해야 할 경우에는 뇌 기능적 영상 검사인 CIT PET CT 검사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 치매는 집행하는 기능이 손상돼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한 선택과 그에 따른 행동을 하기 어려워지며, 행동장애로 환각도 나타난다. 이에 이러한 부분을 정확하게 검사하여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킨슨병 치매, 운동 증상과 인지 기능 모두 조절 필요
파킨슨병 치매 진단 후 치료는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하는 것으로 증상에 대한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단, 파킨슨병 치매는 인지 기능을 완벽하게 회복할 수 없다. 따라서 치료는 완치가 아닌 조절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신준현 원장도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에 대한 약물치료를 유지한다"라며 "경우에 따라서 이러한 약물들이 치매의 행동 증상 등을 악화할 수 있으므로 약물을 변경하거나 감량해야 하는 때도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에게 망상, 환시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식별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파킨슨병은 유병 기간이 길수록 치매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파킨슨병 치매는 알츠하이머 병에서의 치매보다 운동 증상과 인지 기능을 같이 조절해야 하므로 더 힘들 수 있습니다. 경험으로 보아 약물 반응이 드라마틱하게 좋은 경우도 있지만, 약물에 효과가 미미하거나 잘 유지되다가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도파민 관련 약물들은 효과가 늦게 나타날 수 있어서 약물이 변경되었다면 충분한 관찰 시간이 필요합니다."
파킨슨병은 유병 기간이 길수록 파킨슨병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 치매로 뇌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회복이 어렵다. 그러나 치매는 약물 치료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증상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하여 파킨슨병 환자에서 신경퇴행성 변화가 빨리 진행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치료 외에도 뇌 인지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생활습관 실천도 필요하다. 기억력·인지력을 관장하는 뇌는 평소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다르다. 위험 요인을 줄이고 보호 요인을 강화하는 것이 치매 예방의 핵심이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걷고, 생선·채소 등을 골고루 챙겨 먹고,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을 점검해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뇌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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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