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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전권을 필사하는 데는 많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글 성경 완필도 쉽지 않은데, 한문(중국어) 성경 신구약 전권을 필사한 이가 있다. 300만 자가 넘는 한자를 A4지 3500여 장에 빼곡하게 옮겨 적은 황수일(베드로, 66, 수원교구 원천동본당)씨가 그 주인공이다.
2010년 가을 필사를 시작해 최근 대장정을 마무리한 황씨는 "지난 3년여 동안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필사를 했다"면서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느낄 수 있었던 은혜로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좀처럼 보기 힘든 한문 성경 필사는 2010년 중국을 방문했던 황씨의 아들 황용구(수원교구 구산본당 주임) 신부가 중국에서 구입한 한문 성경을 아버지에게 선물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 실의에 빠져 있었어요. 아버님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서 그런지 1년이 지나도 우울한 마음이 사라지질 않았어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신부님(아들)이 위로하려고 한문 성경을 사다줬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한문을 워낙 좋아했거든요. 한문 성경을 읽다보니 '한번 써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어요."
새벽 5시에 눈을 뜨면 책상 위에 한글 성경과 한문 성경을 나란히 펼쳐놓았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3시간 동안 필사를 하고 출근했다. 퇴근 후에도 1~2시간 동안 필사에 매달렸다. 단순히 한자를 옮겨 적는데 그치지 않고 뜻을 하나하나 새겨가며 필사를 했다.
"한글 성경과 비교하면서 읽다 보니까 한문 성경에 누락된 내용이나 오역된 부분이 꽤 많았어요. 틀린 부분을 111개나 찾아서 기록해 놓았어요. 출판사에 알려서 나중에 개정판이 나올 때는 바로 잡힐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에요. 나중에 중국에도 복음이 널리 퍼지게 될 텐데, 그때 제가 한 일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황씨는 "진심을 다해 도왔던 지인이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 생겨서 건강이 악화될 정도로 많이 힘든 적이 있었는데, 성경을 필사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됐다"며 "필사를 하면서 주님 은총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임영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