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아버지 아루렐리우스를 죽이고 황위를 찬탈하는 코모두스는
단지 악의 화신인 망나니일 뿐인가?
이교도들과의 전쟁을 위해 전장에 출정한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 로마에서 그의 아들
코모두스 왕자가 찾아온다. 노쇠한 그의 아버지로부터 황위를 계승받기를 희망하는
코모두스와 아들이 황제에 오르기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사랑하는 로마군 대장인
막시무스에게 황위를 물려주고 공화정으로 돌이킬 것을 결심하는 아우렐리우스가
막사에서 대화를 나눈다.
아우렐리우스 : 너는 로마를 통치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코모두스 : 네, 아버님
아우렐리우스 : 너는 황제가 되지 못할 것이다.
코모두스 : 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아우렐리우스 : 나는 막시무스에게 권력을 넘길 것이다. 원로원이 공화정으로 통치할
준비가 될 때까지 짐의 권력을 막시무스가 대신 할 것이다. 로마는
공화국으로 다시 돌아간다.
코모두스 : 막시무스?.....(눈물을 글썽인다)
아우렐리우스 : 나의 결정에 실망했느냐?
코모두스 : 언젠가 아버님이 저에게 네 가지 덕목을 적어주셨죠. 지혜, 정의, 불굴의
정신, 그리고 절제, 전 해당되는 게 하나도 없더군요, 하지만 저도 내세울 게
있어요. 야망, 남들보다 앞서게 해주는 덕목이죠. 뛰어난 지략과 용기,
전쟁터의 용맹엔 못 미치더라도 딴 종류의 용기도 많잖아요?
헌신, 저의 가족과 어머님께요..
그러나 제 장점은 목록에 없었고, 아들로도 원치 않으시는 것 같았어요.
아우렐리우스 : 코모두스, 그건 지나친 억측이야! (무릎을 꿇는다)
코모두스 : 전 신들게 끊임없이 빌어 왔어요. 아버님을 기쁘게 하고, 영광되게 해드릴 길을
가르쳐달라고요. 단 한마디의 따뜻한 말로, 저를 애정으로 포옹만 해주셨어도,
평생의 기쁨으로 삼았을 거예요. 저의 무엇이 그토록 싫으셨던 거죠?
제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아버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었어요.
아우렐리우스 : 코모두스, 네가 자식답지 못한 것은 이 아버지가 부족한 탓이었어.
(손을 내밀어 안아 달라고 한다) 안아다오.
코모두스 : 아버지! (통곡한다)
날 미워하신 은혜의 대가로 세상을 피로 짓밟고 말겠어요.
(울부짖으며 아버지를 칼로 힘껏 찌른다)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보기에 아들 코모두스에게는 오직 단점 투성이의 망나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아들에게 로마의 권력을 물려준다고 생각하자 그는 절망한다.
그러나 아들이 가진 장점은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잣대로 자신이 추구했던 덕목만을
강조하고, 그것이 부족한 것만을 지적하고 꾸짖는 아버지. 아들 코모두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가혹한 징벌이었던 것이다. 만일, 코모두스가 지닌 장점을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었더라면 코모두스는 아우렐리우스가 생각하는 황제의 덕목인 4가지를 갖추는 그러한
인물로 변화되어 가지는 않았을까?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아픔과 상처로 인해
코모두스의 내면은 분노가 쌓여갔고, 그 분노는 그의 아버지를 향해 마지막으로 던진
“아버님이 날 미워하신 은혜의 대가로 세상을 피로 짓밟고 말겠어요” 라고 울부짖은 대로
그는 피를 불러오는 비극을 만들고 말았고, 그것은 결국 로마의 멸망을 앞당기는 역사를
만들어내고 만다. 인간은 누구나 칭찬받고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한 칭찬과 인정이
동기부여가, 힘들고 어려운 일에 뛰어들게 하는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커다란 성과를 이루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로마 역사의 가장 지혜로웠던 황제, 마커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이후를 생각하면, 우리나라 조선의 가장 위대했던 왕인 세종대왕 이후가 오버랩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첫댓글 그럼 코모두스=수양대군 이렇게 매칭되나요?
아우렐리우스황제와 세종대왕의 유사점은 바로 정사에 몰두하여 자신의 후계자 양성에 소홀하였다는 것이지요. 아우렐리우스는 전장에서, 세종대왕은 말년에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야사에서는 9명의 부인과 22명의 자녀 생산에 너무 에너지를 쏟아 그리 되었다고 전해지지만) 병으로 사망하여, 그들의 사후에 대한 준비 소홀로 소모적인 정쟁이 계속되지요. 특히 세종이후 장자인 문종은 2년여후 즉사하여 그의 아들인 단종이 즉위하지만 어린 나이와 왕권확립 세력의 부재로 세종의 둘째아들인 수양대군인 세조가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세종시대의 충신들인 성삼문외 사육신과 생육신들을 죽이거나 유배를 보내
세조의 왕권에 대한 정통성에 문제가 제기되어 세조보다는 수양대군으로 전해지지요. 따라서 코모두스는를수양대군으로 매칭시킨 님의 등식은 기본적으로 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