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월산은 한뫼가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명찰 기림사 뒷산 함월산은 토함산에 가려 숨겨져 있던 산이어서 산길이 제대로 나지 않았을 뿐더러 부산 국제신문사에서 함월산을 개척한다고 들어가 지도를 남겼지만 그들 역시 함월의 정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함월 U자 산줄기의 왼편에 치우져진 무명봉에다가 정상의 이름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확인한 한뫼산악회에서는 회의를 열어 전부터 얘기되어져 오던 개척산행과 정상석 세우기 사업의 대상지를 함월산으로 잡고 대책 회의에 들어갔으며,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1996년 7월에 정기산행으로 함월산 개척에 들어갔습니다. 당시의 맹렬 멤버들이었던 산천, 카라비나, 내다, 매니아, 원터치,young 등은 여름의 함월을 개척하기 위하여 톱, 낫, 작두칼 등을 들고 함월로 들어갔습니다. 첫 개척산행은 악조건이었습니다. 기림사 지나 기림폭포까지는 길이 나 있고 그 안에도 예전의 마을이 있었던 폐가 터까지 들어가 첫 개울이 나오는 곳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곳부터는 계곡 따라 오르는데 길이 사라지고 무성한 풀을 쳐 올리며 밀고 올라갔습니다. 그러길 몇 시간, 여름의 수풀 속에서 모두들 악전고투하고 올랐지만 정산 능선 부근이 온통 운무로 휩싸여 모두들 우왕좌왕했습니다. 결국 삼각점은 찾지 못하고 독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근의 가능한 높은 봉우리를 찾아 올랐습니다. 그곳이 우리가 명명한 605봉입니다. 그렇게 명명한 것은 당시 제 손목에 있던 고도계가 605m를 가리키고 있었거든요. 운이 좋게도 나중에 그곳이 삼각점은 아니지만 함월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악조건 속에서 일단 후퇴를 했으며 그 뒤 2000년 11월, 2001년 11월, 2002년 11월에 3년 연속으로 함월에 들어갔습니다. 함월산행을 굳이 11월로 택한 이유는 그 동안에 11월에 단풍산행을 멀리 갔다가 갈 때마다 교통 문제로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근방에 단풍이 가장 좋은 곳을 찾다보니 함월산행으로 결론을 냈기 때문입니다. 한때 함월산은 한뫼의 산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었지요. 나 같은 경우에는 정기산행 말고도 개인적으로 수차례 함월산행을 했었습니다. 모두들 그런 식으로 함월산의 길은 하나씩 생겨나고 더 좋은 코스를 찾고 하여 우리가 거쳐가는 고정 루트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개인산행으로 기림사에서 치고 올라가다가 우연히 부산 국제신문사가 개척해서 리본을 달아놓은 코스로 올라 봤습니다. 방향은 다른데 나름대로 개척을 했다기에 "어떻게든 정상으로 연결되겠지" 하고 가 본 것이지요. 국제신문사에서 길을 제시했고 영남지방에 조금 알려져 경주보다 외지의 사람들이 찾아들 와서, 길이 좀 생겨 길이 비교적 무난했으며 그길로 우리는 어느 정상에 올랐는데 지도로 독도를 해보니 그 봉우리는 함월에서 훨씬 동쪽에 치우친 황룡곡에 가까운 봉우리였습니다. 거기서 함월산 605봉으로 질러오려고 우리는 산을 몇개 크로스했는데 몇시간 동안 죽다 살았습니다. 부쉬지역을 헤쳐 나오는데에 반나절이 걸려 가까스로 605봉에 도달한 거지요. 그리고는 다시는 그 길로 오르지 않는답니다.
1999년 겨울에 나는 2번의 함월산행 끝에 605봉에서 제대로 내려오는 길을 여기저기 조금씩 난 길을 연결하여 하나의 루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길은 기림사 지나 포항 오어사로 넘어가는 고개인 성황재에서 출발하여 시경계를 타고 함월산 한가운데 삼각점으로 올라갑니다. 함월의 U자 산줄기 한 가운데에 삼각점이 있는데 그 곳이 정상이라고 보는게 과거에는 맞았지만 최근에 산 정상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 나름대로 바뀐 개념대로 판단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산 한가운데 있는 봉우리가 정상이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치우치더라도 가장 높은 봉우리가 정상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정상이 바뀐 경우가 주흘산 정상은 중봉으로 바뀌고, 매화산 정상은 남산제일봉으로 바뀌고, 내연산 정상은 삼지봉에서 향로봉으로 바뀌고, 조금 다른 경우지만 재약산 정상은 수미봉이 아니라 사자봉으로 바뀐 것이지요. 그래서 함월산도 삼각점보다는 가장 높은 605봉을 정상이라고 우리 나름대로 정상을 정했습니다. 함월산행 코스 중 정상인 605봉에서 내려오는 길이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지요. 길이 나 있는 것도 아니고 산사태가 난 지역으로 잘 찾아서 내려오다가 보면 노란 단풍지역이 나옵니다. 그리고 계곡이 보이고 거기서 부터 또 길은 오리무중입니다. 잘 찾아서 내려와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한뫼산악회에는 2000년 정기산행으로 다시 함월을 찾았고 성황재-삼각점-605봉-도통골-기림사 코스로 하여 단풍산행을 하였습니다. 함월의 단풍은 단풍나무가 아니고 노란 단풍입니다. 잡목이지요. 그리고 낙엽이 많습니다. 2000년 11월 함월산행 때는 가을 보슬비가 맞아도 될 정도로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지요. 우리는 종일 보슬비를 맞았는데 산행을 마친 저녁답에는 모두들 추위와 탈진으로 기진맥진해져 보슬비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2002년 함월산행 때에는 날씨가 무척 맑아 도통골 개울지역에 있는 감나무에서 홍씨를 따서 잔치를 했습니다. 산천님은 나무에 손수 올라 맑고 깨끗한 감들을 따 냈습니다. 모두들 입술이 발개졌지요. 그리고 준비해온 고기를 냇가에서 구워서 소주와 함께 가을을 즐겼지요.
회원여러분! 함월은 한뫼의 산입니다. 최근에 나오신 분들은 이런 얘기들을 모르시니까 제가 올려봅니다. 그러니 애착을 가지시고 함월을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못가게 되어서 아쉬움에 옛얘기를 한번 올려봅니다. 산이야기 란에 함월산행기도 올려봤습니다. 참조가 되면 좋겠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첫댓글 전 96년도 첫번째작전 빼고 3번은 다갔다왔네요...
우와~~정말 흥미진진하군요
글로만 대단한 모임이다고는 생각하였지만 정말로 대단하신 분들이 주측이시군여.무어라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찡함이 전합니다.꼭 참석하여 의미를 살려보겠습니다
형님~~~~~~~~~~~~~ 기양큰소리로 불러봤습니다~~~
..새로운 루트와 개척에도 앞장을 서고 계시는 한뫼 회원님들께.....파~~이~~~팅
고기가 참 맛있었지요...^_^;;;
그랬었군요. 함월산 정기산행을 두번씩이나 다녀왔지만 한뫼에 그렇게 큰 의미있는 산인지는 몰랐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함월은 새로운 느낌으로 우리를 맞이할 것 같습니다.
희맨! 오랜만의 글이네요. 방가~~~~
605봉을 개척하신 한뫼 여러분들!! 정말 멋진 일 하셨습니다. 제가 아는 작두칼은 발로 밟으면서 자르는 것인데 ㅎㅎㅎ
안그래도 그 칼의 이름을 대기가 어려워 작두칼이라 했는데, 왜, 그 작두 위에 붙은 칼 있잖아요? 넓적하고 무시무시한 칼..............
겨울에 소죽 끓이기 위해 볏짚 자를때 쓰는 작두!!! 한사람은 볏짚을 손으로 잡고 한사람은 작두날을 발로 밟으면서 볏짚을 잘랐죠... 그 무시무시한 칼을 들고 가셨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