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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0월 26일(토) ~ 28일(월) 3일간 진행된 설악산 기획등반은 시작 전 부터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모두 생략하기로 하고 기간 내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만 담백하게 총정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앞으로 반드시 참여하시는 걸로 ..^__^
백두대간을 완주했다는 타이틀을 가진 것 치곤 지식도, 체력도 허접한데에다가 혼자서 무작정 무식하게 걸어내었기에 산행경험 또한 전무한 제가 누군가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생각을 나누며 걸을 수 있는 믿을만한 상대가 생겼다는 것은 저의 신랑을 제외하고는 처음인지라 여러모로 오묘한 감정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을 무엇보다 당연하게 생각해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더듬어보면 매 순간 희극이 아니었음에도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어내며 3일간 웃음소리 마를 날 없이 신나게 웃고 떠들었던 것 같습니다.
# DAY - 1
2024/10/26(토) 설악산, 4인의 우정
아마도 한크랙과 함께한 두영의 첫 등반이라고 했던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4인의우정길>이라는 길을 4인이 함께 걸어 더욱 의미있었다. 정말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고, 등반에 앞서 종구 고문님의 '어렵지는 않지만 풍경이 좋은 곳'이라는 말에 부담없이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그렇게 무더웠던 하계 캠프에도 캠프장의 밤은 제법 쌀쌀하더니만, 이제는 정말로 쌀쌀해졌습니다. 푸른 밤을 달려 새벽 6시 C 주차장에 모인 후 차량을 반으로 줄여 나누어 타고, 신흥사 주차장에서 최종 장비 점검 후 산을 오릅니다. (설악 단풍이 유명하다고 익히 들었지만, 새벽 6시반 신흥사 주차장은 이미 거의 만차였습니다.)
설악산 등산로에는 단풍이 아직인 것 같았는데 신흥사에서 좌측으로 빠져 나가니 완연한 가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등반을 시작하기 전에는 비탐방로로 가는 사람들을 덮어놓고 무개념 등산객이라고 여겼는데, 등반을 시작하고 보니 다들 나름 허가 신청서를 내고 정당하게 산행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출입금지 표지판이 등반로 시작점을 알리는 표시였다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요. 참말로 우물안 개구리였습니다. ㅋㅋㅋ
선배님들을 따라 산길을 오르며 다리도 건너고, 물길도 건너고 나니 거짓말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사진은 4인의우정길 시작점에서 보이는 토왕성폭포와 솜다리길입니다. 제법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도 설악산의 비경은 늘 심장을 사정없이 마구 폭격해버리는 것 같습니다.
오랜세월 등반 하시면서 지겹도록 보셨을 종구고문님도 이 순간만은 카메라를 들게 만듭니다.
지난 그리움길에서 설악산 선등의 맛을 심하게 봐버린 재민이형이 동혁선배의 빈자리를 든든하게 메워줍니다.
1팀 : 김재민, 김영란, 장소문, 김동진 - 4인의우정
2팀 : 박종구, 권봉희, 김지수, 조민구 - 4인의우정 변형
시작점부터 단풍을 배불리 보았으니 저는 이제 하산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___^
더 올라가봐야 이 보다 더 멋진 풍경이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저의 이러저러한 등반 의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잼민이형의 온사이트를 향한 열정이 시작됩니다. ㅎ
1팀 잼민이형의 선등이 시작되고, 그 뒤를 자연스럽게 두 고문님이 서브합니다.
어쩐지 점점 닮아가는 것 같은 한크랙 식구들의 모습 ㅎㅎㅎ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 있는 사람을, 아래있는 사람은 위에 있는 사람을 서로서로 부지런히 담아봅니다.
가을가을한 설악산도 서서히 한크랙에 물들어 오는 것 같았습니다. ㅎ
보라! 이것이 등반 10년차의 위엄!
발차기를 하는 듯한 멋진 포즈로 올라가는 영란언니가 본인의 멋찜을 의식했는지 흡사 툼레이더 혹은 여전사 같이 추락을 했는데(현실은 발터짐) 바로 이어 올라가며 선등하던 종구 고문님을 빠르게 하산시킬뻔 했습니다. 덕분에 영란언니는 멋찜능력을 +10 했지만 종구고문님과의 거리는 -10 되었습니다. ㅎㅎㅎ
살아가며 우리가 나아가는 길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주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엄청나게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선등이라는 게 참 자신의 인생을 나아가는 방식과 닮아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는 후등도 선배님들 말 안 듣고 마구 개척하며 가는 야매등반 개구쟁이 스타일입니다만) 서로 배울 점이 많은 좋은 선후배 관계가 있다는 점이 한크랙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이겠지요? ㅎ
이쯤에서 슬쩍 끼워넣어 보는 우리 부부의 모습과
한크랙 맑눈광 김지수의 사진..
마지막 피치에 1팀 말자가 올라오는 사이 가을 설악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하강 루트의 설악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나름 운치있고 멋있었습니다. ㅎ
하강은 2번에 나누어 진행되는데 1피치 하강은 로프를 설치하는 것이 더 오래 걸린다고 하여 다운 클라이밍 하였고, 2피치는 싱글로프 하강했습니다.
이제야 찍어보는 단체사진... 인데 사진찍는 민구고문님이 없습니다 ㅎ
민구고문님이 안 계시면 서운하니까 합성해봤습니다 ㅋㅋㅋㅋ
말로만 듣던 토왕골 하산 너덜지대는 생각보다 더 끔찍하고도 아찔했습니다. 예전에 허웅영 대장님이 토왕골에 갈 때는 등산 스틱을 준비해 가면 도움이 된다고 하셔서 집에서부터 챙겨왔으나, 출발 전 두 고문님께서 '거기는 가져가 봐야 별 의미가 없다. 스틱만 부러지고 차라리 그냥 내려오는 게 낫다.'하여 그냥 갔는데 말 그대로.. 스틱을 써 봐야 별 의미가 있겠나 싶긴 했습니다. 자잘한 흐르는 돌들도 아니고 돌다리에 놓을법한 제법 큰 돌덩이들이 죄다 구르는 돌들이라 스틱이 아예 없는 것 보다야 도움은 되겠으나 정말 등반내내 무겁기만하고 이러나저러나 지겹고도 위험한 길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지수님이 챙겨온 스틱 1개는 저의 신랑에게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 여기까지 이미 3시간을 썼는데 타이핑 지구력이 떨어진 관계로 더욱 간결하게 작성하겠습니다.
# Episode 1.
하산 중 계곡을 만나 잠시 손도 씻고 쉬어 가게 되었는데, 종구고문님이 미끄러져서 크게 다칠뻔했습니다. 다행히 운동신경이 좋으셔서 무사했지만 휴대폰이 계곡 아래로 멀리멀리 떠내려갔...는 걸 구조해 오셨는데, 휴대폰도 멀쩡했습니다. 역시 삼성 짱!
# Episode 2.
유경열 선배님의 숙소지원으로 이번에도 울산바위뷰 델피노 소노벨에서 복작복작 장터같은 뒷풀이를 열었습니다. 경열선배님과 익일 등반을 위해 합류한 원석선배님께서 장을 봐서 미리 자리를 준비해 주셨는데, 원석 선배님께서 마트비용 일체 쏘셨습니다! 멋져부러~! 선배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 Episode 3.
퇴근 후 고속버스를 타고 합류한 상연이와 이어지는 뒷풀이로 마무리
너무 길어진 관계로 후속편 이어서 쓰겠습니다.
첫댓글 우와 소문선배님 글 정독했어요 너무 생생하게 그날일들이 떠오르네요 ㅋㅋㅋㅋㅋ 후속편도 빨리 읽어야지 ㅎㅎ
산행보고 13등극!!!!! 14로 가즈아~~^_^
이거 산행보고서?
떠내려가던 핸폰이 물속에서 반짝일땐 산신령이 금도끼 들고 나올 거 같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