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을 보다가
張 文
힘과 기술로만 짓는 것이
건축인줄 알았다
도면부터 챙기기를 한사코 마다하고
젊은 날만을 믿었던가
55층 빌딩을 올리다 말고
지어 놓은 구석구석을 살펴보는데
온갖 부실에 아찔하다
달콤한 광고만 보고 찾아 왔다가는
걸음을 돌린 사람들
어느 새 소문이 돌았던가
더는 찾아 줄 사람 없는 줄 알면서도
人生의 몇 층쯤에서 이 짓을 멈출 것인가
지금이라도 일손을 놓고
제대로 된 도면부터 그리면
남은 층은 아주 잘 지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사는 내내 같은 지상에서의 흉물로 남아 괴롭힐
이 빌딩을 모른 체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차라리
뛰어내리고 싶은 날이 있다.
횡계 아리랑 / 아버지
張 文
집 한 채
벌판 외길가에 서있다
저마다 잘난 집들과 어울리지 못해
이 곳까지 밀려와야 했나 보다
강풍이 전투기 소리를 내며
융단폭격을 하고 있었다
은폐, 엄폐를 위해 몸을 피한 곳 그 집 앞이었다
평소에는 별 볼 일 없어 무시했었는데
그런 나를
한겨울의 강풍으로부터 지켜 주고 있었다
잠시의 만남 속에서 모습을 살핀다
형편 없는 의복
머리는 언제 했는지 거칠다
끼니도 못 챙겨 먹는지 혈색은 형편 없다
팔과 다리는 부상을 입어 온전치가 못하다
가슴엔 다림질로도 사라지지 않을 숱한 금이 가 있다
여시상(如是相)을 보면 대략의 내면을 알 수가 있다던데
아무리 봐도 지적인 흔적이라고는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바람막이가 되어 주며
그 자릴 사명(使命)처럼 지키고 있는데,
문득
내 가슴 속에 서있는
꼭 닮은 모습을 만난다
프로필
본명 : 장문
필명 : 모나리자
아호 : 詩乙
1957 서울생
개인시집 - 미완성 대동여지도
그 외, 강촌 글동네 동인문집 외 16 권의 동인집이 있음.
첫댓글 네 감사합니다^^
신작으로 제대로 퇴고된 시를 올려야 하는데 늘 죄송함과 부끄러움 안고 있습니다 박서영 작가님.
감사히 감상 하였습니다.
절대로 뛰여 내리지는 마셔요...ㅎㅎㅎ
그럼요~~이문형 선생님 보고 싶어서라도 그런 일은 없습니다.~~
[도면을 보다가] 마지막 연이 참 인상적입니다.
네, 모든 게 해서는 안 될 후회인 것 같습니다 제겐요~~
우리가 성장할때는 가진 것은 없어도 아버지는 늘 자식들의 든든한 방패막이었죠,그러나 요즘 세상을 보면 대입이 안되는 면도 많습니다. 잘 보내고 계시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장봉이 선생님 가든에도 봄이 살살 걸어다니고 있을 텐데
선생님께서 좋은 날 만들어 주셔도 저는 뵙지도 못하고 그럽니다.
좋은 날 만들자고 그리 사나 보다 해주세요 장봉이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