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휘두르며 월 3천 달러 상환 고집해 법정 기만 질타
부동산 시장 침체 탓하며 파산 보호 신청 압박 속 세금 체납
순자산이 최소 2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밴쿠버의 한 개발업자가 개인 재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수감될 위기에 놓였다. BC고등법원은 채무 변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헬렌 찬 선(Helen Chan Sun) 씨에게 법정모욕죄를 적용해 징역 40일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선 씨가 소득과 지출 내역을 모두 제출할 수 있도록 집행을 오는 20일까지 미뤘다.
선 씨는 메트로 밴쿠버 곳곳에서 주택 개발 사업을 벌여온 랜드마크 프리미어 프로퍼티(Landmark Premiere Properties)의 단독 주주이자 대표다. 현재 그는 채권자들로부터 파산 신청 압박을 받고 있으며, 국세청으로부터는 약 600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 납부 통지를 받은 상태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자료들은 한때 호황을 누렸던 밴쿠버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함께 일부 개발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선 씨의 재산 규모와 소득을 둘러싼 의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는 2018년 순자산을 9천4백만 달러로 신고했지만, 2023년에는 2천1백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는 회사 지분만 보유하고 있을 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은 없다고 강조하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연 소득도 6만~7만 달러 수준이고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도 각각 하나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 씨가 에르메스와 아르마니, 디올 등 고가 명품을 자주 구매하고, 카르티에 보석과 고급 외제차를 이용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온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약 350만 달러에 이르는 채무를 매달 30만 달러씩 상환하라는 법원 명령에도 그는 월 3천 달러만 내겠다고 버텼다. 재판부는 이 속도라면 빚을 갚는 데 80년 이상 걸린다며, 선 씨가 법원을 기만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번 사건은 2018년 버나비에서 실패한 부동산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선 씨가 보증을 섰던 4백50만 달러 규모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대출에서 비롯됐다. 채권자인 GC 캐피털(GC Capital Inc.)은 선 씨가 2022년부터 상환을 중단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선 씨는 법정에서 채권자 측과 거칠게 맞서며, 자신의 가방을 뒤져 신용카드를 확인하려는 시도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 씨는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메트로 밴쿠버의 주택 판매량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오크리지 인근 캠비 코리더(Cambie Corridor)의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법정 관리에 들어간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화이트락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콘도 프로젝트 포스터 마틴(Foster Martin)이 파산 절차에 들어갈 경우, 이미 계약을 마친 100여 세대의 구매자들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어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채권자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법원이 제시한 시한은 얼마 남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 씨에게 20일까지 상세한 재정 현황과 사용 가능한 차량 목록, 최신 순자산 내역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회사 비용으로 처리된 78만 달러 규모의 컨설팅 비용 등 불투명한 지출도 집중 조사 대상이다. 재판부는 사업가를 구속하는 것이 쉬운 판단은 아니지만,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법정 구속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체크포인트 · 이것만은 꼭]
이번 사건은 개인 보증의 위험성과 법원이 판단하는 생활 수준의 기준을 명확히 보여준다. 캐나다 법원은 서류상 소득이 낮더라도 실제 소비 형태가 호화롭다면 이를 재산 은닉의 증거로 간주한다. 특히 부동산 사업가가 법인 자금을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개인 생활비처럼 사용하는 관행은 법정 구속 사유가 될 만큼 엄중한 죄로 다스려진다. 투자자나 채권자라면 계약 시 상대방의 자산 가치뿐만 아니라 실제 자금 동원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야 하며, 시장 침체기에 발생하는 자금 문제를 무조건적인 면죄부로 여기는 주장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