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정치는 불가분이다. 이때 과학은 엄밀히는 과학자다. 과학 자체가 정쟁의 단초인 이념이 된 경우는 다위니즘이 거의 유일하다. 뉴턴의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는 ‘이즘’이 붙지 않는다.
다윈의 진화론과 달리 ‘신조’의 문제에서 자유로워서일 게다. 소련 과학자 트로핌 리센코가 유전학을 “사회주의에 해악을 주는 부르주아 학문”이라며 말살한 데서 비롯한 리센코이즘은 ‘정치에 부역한 과학’의 시니피에가 됐지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표제어로는 등재되지 못했다.
과학과 달리 과학자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처럼 종종 정치와 타협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에 과단히 맞서는 과학자도 드물지 않다.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초음속 여객기 프로그램을 내놓았다가 상원에서 퇴짜를 맞았다.
당시 닉슨의 환경위원회 위원장인 러셀 트레인과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 위원장인 리처드 가윈은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대기오염과 경제성이 이유였다. 가윈은 대통령이 과학자문위 보고서 발표를 거부하자 의회에서 초음속 여객기 사업 계획에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폭로하기까지 했다. 닉슨이 재임 때 과학자문위를 없앤 걸 가윈 탓으로 돌리는 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