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 / 김정희
대낮에
꽃 양산이 즐비한 거리를 늙은 고양이처럼 걸었다
바람이 불었다
내 좁은 흉곽으로 經들이 떨어져 내렸다
시간이 흘러도 읽어내지 못하는 까막눈을
새들이 꺼내 물고 네거리 쪽으로 갔다
길고 긴 詩句를 받아 적는지
한 떠돌이가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디에도
우리가 지나 온 길보다 더 긴 시구를 가진 시는 없다*
나는 꽃 핀 길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유랑하는 청춘들의 푸른 이마를 적시며
행상꾼의 생선 비린내를 몰며
삼라만상 狂氣들을 덮으며 흘러가는 經들 위로
다시 발을 얹었다
네게로 가기 위해
* 존 버거의 시 '이별'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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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 / 김정희
빗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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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2
24.04.03 04:2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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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에 벚꽃이 한창 피고 있습니다 벚꽃길을 걸으며 존 버거의 시 '이별'을 생각해 봐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