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와 공포의 ‘치매’
한 3년쯤으로 기억된다.
나이를 먹으니 바깥출입도 심드렁하고 아내가 옆에 있어도 서로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습관대로 텔레비전 화면을 이리저리 돌리며 프로그램 사냥을 하고 있는데
KBS TV방송에서 마포구 망원동에 새로 음식점이 하나 생겼는데
이름 하여 ‘주문을 잊은 음식점’이란 간판을 붙였다.
언뜻 보니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음식 서빙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이가 나이니만치 나도 모르게 채널을 고정했다.
주제가 무엇인가가 궁금하여 계속 시청해 보니
개그우먼 송은이가 점장(店長)이 되어 문을 연 음식점에
중식의 대가 이연복 쉐프 등 전문 쉐프 4명과 경증치매에 걸린
이춘봉 할아버지 등 5명의 실존노인이 고객들을 서빙 하는 독특한 기획물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2회에 나누어 방송되었는데 실제로 전문 쉐프와
치매 환자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과정이 사실대로 방송되는데
치매가 걱정되는 나이에 접어든 나로서는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원작은 일본의 오구니 시로가 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주문을 잊은 음식점’이라고 각색하여 KBS에서 스페셜프로로 1.2부로 나누어 방송하고 있었다.
1부는 ‘치매는 처음이라’를, 2부는 ‘잘 부탁합니다!’라는 타이틀이 붙여졌다.
1부는 못 보고 2부만 봤다. 서빙을 맡은 다섯 명의 노인들은 대부분 76세에서 83세 이르는
3년에서 7년차 경증치매 환자로 20:1의 경쟁을 통과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망원시장 근처에 이틀간 문을 연 이 음식점은 제목이 보여주는 대로
과거를 잊은 치매 환자들이 손님들이 들어오면 식단표를 들고 음식을 주문한 후
마지막 후식까지 챙겨주는 전 과정을 아주 재미있게 풀어갔다.
먼저 손님이 들어오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식단표를 들고 주문을 받는다.
손님이 “짜장면3, 볶음밥1, 탕수육1”를 식단표에 적어 내면
손님에게 다시 한 번 주문한 음식을 복창하여 확인한다.
“맞다”고 하면 전문 쉐프에게 요리를 주문한다. 물론 몇 번 테이블인지도 확실하게 적는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음식을 들고 해당 테이블에 가서 음식을 식탁에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손님들에게 “맞지요?” 하고 확인한 후
“맛있게 드세요”라고 정중히 몸을 굽혀 인사한다.
야들야들한 목소리와 애교 섞인 써비스가 젊은이 못지않다.
하지만 때로는 서빙을 해야 하는 데도 자리에 앉아 손님들과 수다를 떠느라
주문을 깜빡 잊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한 82세의 서빙할아버지는 초등학교 제자가 찾아와 인사를 드리며 “저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하자 한 참 그 중년의 신사를 쳐다보더니 ”아, 6학년 때 반장을 한 OOO아니여?“
하고 70여 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대답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는다.
치매환자라는 선입견만 없으면 완전히 정상인이다.
어떤 서빙할머니는 주문한 음식을 차려 내가고는 다시 주문음식을 달라고 세프에게 졸라
”아까 먼저 가져가셨잖아요?“
하는 대답을 듣고는 무안한 표정을 지어 주변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대부분이 경증 치매 환자들인 이 서빙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잠시나마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정상인으로 돌아와 세상과 맞부딪치는 현실세계와의 스킨십을 당당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기억을 살리면서 동시에 약물을 복용하면 치매 증상을 상당기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개인, 국가 모두 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여 행동개선과
약물치료로 증상을 호전 시키는데 주의를 기울이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생생한 교훈을 얻게 된다.
이 프로는 치매 환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감동적인 실험극이며
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요법이기도 하다.
잘 아는바와 같이 치매는 뇌에 영향을 미치는 6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기억력을 포함한 언어기능, 시공간 기능, 실행기능, 계산 기능, 추상적 사고력 등
인지 기능의 다발성 장애로인해 직업적·사회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노인들이 꿈에라도 겪고 싶지 않은 고약한 정신질환이다. 그리고 과거는 비교적 소상히 기억하는 데
근래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통 65세 전후에서 발병되며 한 보고서는
발병 후 10년-13년 내외를 생존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 병이 발병하면 대부분 가족들에 의하여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하게 되는 데 요양원은 입원비를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데 반해 요양병원은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우리가 신문이나 TV뉴스를 보면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셔놓고 자주 찾아뵙지도 않는 자손도 있고
심지어는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요양보호사들이 환자들에게 물리력을 가하는 등의
비정한 실상을 CCTV를 통해 발견하고 충격을 받기도 한다.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최선의 방법이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중앙치매센터의 ‘치매 유병 현황’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814만 4,674명 중 약 84만 명이 치매 환자로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치매는 노화와 유전적인 요인을 제외하고도 흡연, 비만, 당뇨
그리고 사회적 고립, 우울증, 낮은 교육 수준과 같은 특정 위험 요인으로 인한 치매 환자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억을 잊는다는 것은 살아온 추억을 모두 지워버리고 백치로 만드는 아주 슬픈 일이다.
지근거리에서 치매환자를 지켜본 나로서는 다른 건 몰라도 치매만은
절대로 걸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여기에 부연하여 나는 지상파방송을 잘 시청하지 않지만 이러한 국민적 관심거리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교양프로와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많이 방송하여 바보상자가 아닌 보물상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기꺼이 시청에 동참하겠다.
지금은 지상파방송이 아니더라도 많은 종편방송이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2022년 4월 6자서울자치신문 게재)
=늘청춘5678=
첫댓글 감사한 건강 정보에 고맙습니다.
누구나 다 건강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