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밸 리
에드거 앨런 포
아주 여러 해 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는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그녀의 이름은 애너밸 리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소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네
바닷가 그 왕국에선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나와 나의 애너밸 리는
사랑 그 이상의 사랑을 하였지
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것이 이유였지, 오래전
바닷가 이 왕국에선
구름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나의 애너밸 리를 싸늘하게 했네
그래서 명문가 그녀의 친척들은
그녀를 내게서 빼앗아 갔지
바닷가 왕국
무덤 속에 거두기 위해
천상에서도 반쯤밖에 행복하지 못했던
천사들이 그녀와 날 시기했던 탓
그렇지! 그것이 이유였지
한밤중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와
그녀를 싸늘하게 하고
나의 애니밸 리를 숨지게 한 것은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훨씬 강한 것
우리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그래서 천상의 천사들도
바다 밑 악마들도
내 영혼을 아름다운 애너밸 리의 영혼에서 떼어내지 못했네
달도 내가 알므다운 애너밸 리의 꿈을 꾸지 않으면 비치지
않네
별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밸 리의 빛나는 눈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네
그래서 나는 밤새도록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곁에 누워만 있네
바닷가 그곳 그녀의 무덤에서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에서
[작가소개]
애드거 앨런 포(1809~1849)
미국 시인, 비평가
대표작 : <황금 풍뎅이>, <오르그가의 살인사건>, <검은 고양이> 등 다수
어두운 형이상학적 비전을 리얼리즘, 패러디, 희극적 요소들과 결합했다. 포는 단편
소설 장르를 세련되게 만들었으며, 탐정소설을 개발하기도 했다. 단편소설 다수를
통해 오늘날 인기 있는 공상과학소설, 공포소설, 판타지 장르의 초석을 깔아 놓았다.
출처 :
『향기가 묻어나는 세계명시 150』
뜻있는 사람들
문영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