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 문화 산책-애니메이션 ‘Inside Out’
2016년 2월 6일 토요일인 어제, 서초동 우리 집에서의 일이다.
우리 집안이 다 모였다.
개포동에서 맏이네 가족도 왔고, 일본 도쿄에서 막내도 왔다.
우리 집안이라고 해봐야 이제는 나와 아내, 맏이네 가족 셋, 그리고 막내 하나 해서, 고작 여섯이 한 집안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집안이어야 할 다른 혈육들은 이런 저런 사연으로 다 흩어져 갔기 때문이다.
흩어진 혈육들을 다시 모을 수도 없고, 생각도 없고, 필요도 없다.
언젠가는 어차피 뿔뿔이 흩어져 사는 것이 세상 이치가 되어가고 있는 판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 집안이 모인 것은, 우리나라처럼 설 명절이 따로 없는 일본 땅에 취업하고 있는 막내가, 설을 앞두고 하나 밖에 없는 조카인 서현이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면서 느닷없이 귀국해서였다.
그렇게 집안 모임이 있으면 단연 서현이 판이다.
누구 할 것 없이 서현이 하자는 대로 한다.
집에서 밥을 먹자 하면 집에서 밥을 먹고, 소고기를 먹자 하면 인근의 등심구이 집으로, 자장면을 먹자 하면 중국집으로 찾아간다.
놀이판도 마찬가지여서, 윷놀이를 하자 하면 윷놀이를 하고, 숨바꼭질을 하자 하면 숨바꼭질을 하고, 묵찌빠를 하자 하면 그 묵찌빠도 한다.
어제도 마찬가지로 그랬다.
그렇게 다들 어울려 놓고 있을 때였다.
“아버지, 이거.”
그러면서 맏이가 내게 칩 하나를 건넸다.
눈치로 봐서 영화가 담겼음이 분명했다.
내가 영화광임을 맏이가 잘 알고 있는데다가, 요 며칠 전에 요즈음 재미있는 영화 없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시치미를 뚝 뗐다.
“뭔데?”
일부러 그리 물어봤다.
나는 빤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고, 상대도 내 그러는 줄 빤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설명을 더 보태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주위와 대화 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대화를 유도함으로써 정이 좀 더 두터워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영화 한 편이 들어 있어요. ‘인사이드 아웃’이라고 애니메이션 영화인데, 아버지는 분명히 감동 받으실 거예요.”
참 고마웠다.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는 모른다.
영화가 재미있는지 아닌지,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이 맏이의 아비인 나에 대한 관심이었다.
내 그래서 이렇게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고맙다. 영화 좋아하는 아비 챙기려는 그 마음이 고맙다는 거다. 잘 볼게.”
그리고 맏이가 건네준 그 칩을 들고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으로 나와서 그 영화를 봤다.
지난해인 2015년 7월에 개봉된 월트디즈니사 제작의 ‘Inside Out’이라는 미국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영화였다.
성격 까칠한 할아버지 ‘칼’과 귀여운 여덟 살 탐험가 ‘러셀’의 여행기를 그린 2009년 미국영화 ‘Up’으로 애니메이션 영화계에 이미 그 이름들 떨친 피트 닥터가 감독을 했고, 인기 절정의 배우들인 에이미 포엘러와 필리스 스미스와 빌 하더와 루이스 블랙과 민디 캘링이 각각 ‘기쁨’과 ‘슬픔’과 ‘소심’과 ‘버럭’과 ‘까칠’역의 목소리로 출연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Daum사이트에 소개된 이 영화에 대한 소개의 글이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우리가 행복하게 만들어 줄게”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그곳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
이사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바쁘게 감정의 신호를 보내지만, 우연한 실수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게 되자 '라일리’의 마음속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라일리'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쁨’과 ‘슬픔’이 본부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엄청난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는 머릿속 세계에서 본부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한데…
과연, ‘라일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감정의 비밀이 밝혀진다!
영화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쁨, 슬픔, 분노, 짜증, 두려움이라는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한 기발한 상상력과 추억, 꿈, 생각 등 머릿속 사고체계를 기상천외한 세계로 형상화한 경이로운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었다.
영화 Up‘에서 수 천 개의 풍선을 매달고 떠나는 환상적인 모험여행을 보여주었던 피트 닥터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인 이번 영화는 딸을 향한 관심에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
평소 밝고 명랑했던 딸이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시시각각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체 우리 딸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딸아이의 머릿속을 탐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은 커가면서 점점 어른들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빨리 멋진 어른이 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전하며, 그 혼란스러운 감정 상태를 눈앞에 펼쳐지는 하나의 세계로 그려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인 2015년 5월에 있었던 제 68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며, 전 세계 언론들도 이 영화에 주목해서 이렇게 호평을 남겼다고 했다.
“올해 최고의 영화”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
“가족 모두에게 선물이 될 영화”
“즐겁고 감동적인 모험”
“유년시절의 모든 경험을 창의적인 모험으로 되살려냈다”
“가슴 시릴 만큼 아름다운 영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훌륭하고 다채롭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중 가장 흥미롭다"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라는 ‘기쁨’, “세상은 너무 슬퍼”라는 ‘슬픔’, “화가 난다 화가 나!”라는 ‘버럭’, “어쩌라고?”라는 ‘까칠’, “앉으나 서나 걱정이군…”이라는 ‘소심’, 그렇게 다섯 가지의 의인화 된 성격들이 소녀 라일리와 함께 하면서 엮어가는 이야기가 참 감동적이다.
라일리가 점점 커가면서 그 성격과 경험들이 어울려, ‘엉뚱 섬’이라거나, ‘정직 섬’이라거나, ‘우정 섬’이라거나, ‘하키 섬’이라거나, ‘가족 섬’이라거나 하는, 성격의 섬을 쌓아놓고, 그 쌓아놓은 섬들을 지켜가려고 애쓰는 과정 과정들이 때론 눈물겹기까지 했다.
결국 참지를 못했다.
흐르는 눈물을 주먹 쥔 손으로 닦아내야 했다.
두 대목에서 그랬다.
한 대목은 엄마 아빠에게 야단을 맞은 라일리가 가출을 결심하고 집을 뛰쳐나갔을 때 ‘기쁨’이가 어떻게라도 그 가출을 막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해서 눈물을 흘리게 되었을 때, 그때 기억의 구슬에 떨어진 눈물을 보면서 문득 슬픔이 있었기에 기쁨이 있음을 깨우치는 순간이었고, 또 한 대목은 어디론가 가버린 ‘슬픔’이를 찾아가려고 절벽을 오를 때, 그때 몇 번의 좌절을 겪으면서도 줄기차게 도전한 끝에 결국 그 절벽을 올라 착지하는 순간이었다.
‘기쁨’이의 역지사지 그 깨우침이 내게도 깨우침을 줬기 때문이고,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내는 그 극복이 너무나 찬란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은 또 한 대목이 더 있었다.
자칫 모르고 넘어갈 뻔 했던 대목이어서 계산에서 뺐다.
바로 희생의 대목이었다.
‘기쁨’이가 무지개로켓 차를 타고 절벽 오르기를 시도할 때의 대목으로, 몇 번의 시도가 좌절된 그 끝의 마지막 시도에서, 그 차의 주인인 코끼리가 이륙의 순간에 그 차에서 뛰어내려 ‘기쁨’이 혼자 가벼워진 그 차를 타고 절벽 위로 오를 수 있게 해주는 그 헌신이 나를 또 한 번 울린 것이다.
애니메이션 ‘Inside Out’, 15년 전으로 거슬러 역시 맏이가 내게 추천해줘서 보게 된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에 이어, 다시 한 번 나를 울린 영화로,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