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짜 : 25. 6. 4 ~ 6. 5
▣ 간곳 : 순두류 ~ 중봉골 ~ 중봉 야영 ~ 천왕봉 ~ 칼바위 ~ 중산리
▣ 동행 : 통나무님, 마도님, 해당화님 외 객꾼
지리산 자락으로 들기 참 오랫만이다
매년 봐 왔던 통신골 설앵초도 못보고 그냥 지나쳤구나
그래서 지리산이 계속 그립더라
오랫만에 발 맞추는 팀들과 중봉에 올라 하룻밤 유하고 싶다
해당화님은 작년 대설산 산행 후 박산행 처음이라는데 그 연배에 제법 대단하신 체력이다
모처럼 지리산 찾은 건 개인 일정 핑계도 있었지만 시절 흉흉한 탓도 있었다
태풍이 칠 때는 바람을 피하라더라
라이터조차 가지고 다니기 미안할 지경이다
앞으로는 가급적 산에서 불 피우지 않기로 서로 약조하다
6월의 신록 푸르르더구나
그래서 더 좋았다
박산행의 여유
되돌아보기를 여러번 하다가 중봄샘에 이르렀다
요즘 중봉 샘물은 괜스레 푸대접을 받더라
그 맛이 달기만 하더마는
5년전쯤 달아 놓은 표지기가 그 동안 아니보이더니 저 안쪽 수풀속에 묻혀 있더만
<딸내미랑 백두대간> 제법 오래전이구나
몇일전 큰딸 희인이가 나를 흘겨보며 중얼거린다
'나 아기 낳으면 아빠한테 절대 안 맡길거야~'
아따마 그 소리가 얼마나 반갑던지, 문디 가수나가 시집도 안 갈거라더만 아이도 낳을 모양이다
내가 집에 강아지 키우는 모양 보고,
자기 아이도 나한테 맡겨 놓으면 그렇게 험하게(?) 키우지 싶어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인 모양이다
넓은 터에 바로 집 지었다
더 들어가 봐야 나뭇잎만 무성하여 조망만 가리리
이 자리는 제법 오래만이구나
04년도 가을에 마누라랑 말 그대로 비박하고 기억으로는 처음이지 싶다
서산으로 해 지는 모습 제법 붉더라
나는 그날 밤 때 아닌 카우보이박을 해야했다
가지고 간 텐트 치는 법을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깔고 덮어 그 안에 침낭 넣어 잤다
자다가 깨어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별빛 정말 희황찬란하더만
사진이 찍히려나 싶어 셔터를 누질러 보니 하늘에 있던 별 백개 중에 하나 꼴로 찍혔구나
아침 그 일출이 제법 좋더란다
나는 오랫만에 젖은 침낭 안에서 잤다
물이 어디서 스며 들었는지, 마도님 말대로 내 열기가 식어 물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옷 마져 제법 축축해졌더만
밤새도록 침낭 안의 물기를 체온으로 뎁힐 수 있는지 실험하니라 바빴다
그래서 일출은 더 관심도 없었다
엊저녁에 먹다 남은 빵 한 두 조각씩 맹물에 말아 먹고 집을 걷었다
어제 오후에는 그렇게도 세차게 불어 제치던 바람이 의외로 잔잔한 아침이다
나는 어릴 적 그 바람과 바다의 파도가 어디서 오는 지 참으로 궁금한 적이 제법 오랫동안이었다
이제 파도는 어디서 오는지 정확히 알겠는데 바람의 정체는 아직 반밖에 모르겠다
너는 다 안다고?
소년이여 공갈 치지마라~^
제일 가깝고 좋은 길은 정규 등산로다
어제 오후와 오늘 아침의 조망은 확연히 다르구나
신록으로 굽이치는 황금능선이 참 좋다
지리 10경은 누가 정했을꼬?
나는 사계의 황금능선이 지리산 어느 10경에 뒤지지 않더라
칠선계곡
돌이켜 보니 걸어본지 제법 오래전이네
이쪽으로도 확장되고 있더니만 역시나 나도옥잠화 그 깜직한 모습 보여준다
제법 이 몇년간 그 식생의 분포가 넓어지고 있다
개별꽃 사진에 담아보기도 참 오랫만이다
'이건 무슨 꽃이고?'
'별꽃에 개가 붙었다데예~'
구곡봉 가는 길,
황금능선 군데군데 불 탄 흔적 있더라
정말 가슴 쓸어 내릴 일이다
지리산
다시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
의도대로 아니되고 이렇게 되네
처음 이런 사진들 돌아 다닐 제, 내 멋모르고 많이 뭐라고 했다
쩝~
예전 나 같은 사람 있을 수 있겠다~^
산정에서 30분 넘게 소일했다
그리고 내려 가는데 4시간 넘게 걸렸다
오늘 지리산 참 놀기 좋더라
어르신들 씻겨서 집에 보내야지
물 온도가 마침 맞은 지절이다
그냥 좋은 생각, 좋은 말만 하십시다요~^
첫댓글 2천년 초 중 반 지리산 이 골짝 저 능선 지독하게도 쑤시고 다녔었는데 이젠 한 번식 다니기도 멀다고 느껴지니 요즘 내 생각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자" 시기인 듯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도 능선만 졸나(?) 걷는거보다 집 지어 일몰과 일출을 보는 산행 쫌 해야겄따
집 지어 공기 좋은 곳에서 자면서 막초 한잔 기울이는 것도 한 운치 일 것입니다
우짜든지 오랫동안 이런 삶을 이어가야 할 것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