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부활제6주간수요일(요한16,12-15)
♡ 진리의 영 ♡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요한 16,12)." 이 말씀의 뜻은, "내가 너희에게 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 또 너희가 받게 될 박해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고 해도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알아듣지 못한다."입니다.
십자가의 신비, 또 빠스카의 신비는 글자 그대로 하느님의 신비에 속하는 일이어서,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능력이 부족해서 설명을 못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십자가의 신비와 빠스카의 신비는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직접 몸으로 겪어야 할 일입니다. 말로 설명하고, 머리로 이해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서 '지금은' 감당하지 못한다는 말은'나중에는' 감당하게 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 전까지는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메시아가 왜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그랬는데 부활, 승천, 성령 강림 후에는 모든 것을 믿게 되었고, 또 '온 마음과 온 삶으로' 신앙생활을 함으로써 하느님과 예수님께서 하신 일들의 의미와이유등을이해했고 (깨달았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진리의 영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이 진리의 영이 우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주신다고 하지요. 하지만 진리의 영인 성령을 보려고 하지 않고, 또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당연히 진리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것입니다.
잠시 신앙생활을 쉬시는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너무 바빠서 도저히 성당 갈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성당 가는 것을 마치남는 시간에 하는 하나의 여가 활동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바빠서 하루 종일 씻지 않는분이 있을까요? 너무 바빠서 며칠 동안 계속 굶고계신 분이 계십니까?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잠을 전혀 자지 않고 생활하십니까? 그러면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그것은 내가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주님과 함께 하는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영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님과 함께 해야 합니다. 결코 단순한 하나의 여가활동이 아니라,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과 같은 반드시 해야 하는 활동인 것입니다.
세상의 것이 좋아 보이고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아도 사실은 급한 마음으로 인해 시간의 감옥 안으로 나를 계속 밀어 넣을 뿐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교회와 모든 믿는 이에게 성령을 보내십니다. 이 성령은 진리의 영으로 우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하느님이라는 진리로 우리를 이끌어 주면서 하느님께서 어떤 분인지를 분명히 알게 해줍니다.
그래서 고통과 시련 가운데에서도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 안에서 큰 기쁨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많은 순교자가 그러했습니다. 죽음의 위협이 가득한 삶 안에서 기쁨을 간직했고, 또 힘차게 하느님을 증거했습니다.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살아 계심을 체험하게 됩니다.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본성인 사랑을 매 순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사는 사람은 당연히 사랑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이를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느님의 위로를 찾지 말고 위로의 하느님을 찾아야 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