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7월 30일 나는 독일 중부의 작은 도시 바이마르를 걷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서의 패배, 황제 빌헬름 2세의 망명과 혁명의 위협 속에서 독일제국은 무너졌고, 독일민족은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했다. 요동치는 베를린을 피해 바이마르로 자리를 옮긴 독일 국민의회(제헌의회)는 내일 31일 새로운 공화국의 헌법. 이른바 '바이마르헌법'을 가결한다.
독일 역사상 최초의 민주공화국 헌법이자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이었다. 20세 이상으로 낮춘 선거인 연령, 여성 참정권 보장, 적극적 비례대표제 도입. 자치권을 인정하는 연방제와 강력한 중앙정부와의 조화. 노동권, 교육권, 사회보장 같은 경제적∙사회적 기본권 명시 등이 그랬다. 참고로 프랑스는 1944년, 벨기에는 1948년에야 여성 투표권이 부여됐다
한데 히틀러는 바로 이 바이마르 헌법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집권하여 나치 독일 제3제국을 건설한다. 적극적 비례대표제로 의회 내 발판을 마련한 나치당은 1932년 선거에서 37.3%의 득표로 제1당이 됐다. 히틀러는 1933년 1월 힌덴부르크 대통령의 임명에 의해 총리가 되었고, 1933년 2월 국회의사당 방화 사건을 빌미로 대통령으로 하여금 긴급 명령을 발동하게 했으며 연이어 3월에는'수권법(Ermächtigungsgesetz)'을 통과시켰다. 나치의 협박과 회유 속에서 '의회'는 타락한 입법권을 행사했다
1923년 11월 뮌헨 봉기로 반역죄 재판을 받는 히틀러에게 고작 5년을 선고 하고 9개월도 채 안 돼서 석방시켜 준 것은 바이마르공화국의 '판사들'이었다. 히틀러는 ' 정치범의 휴양소' 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쾌적한 란츠베르그 요새형 감옥에 수감된 동안 '나의 투쟁'을 집필했다. 이런 일은 어느 시대에나 가능하다. 아무리 훌륭한 헌법도 국민들의 어리석은 선택에 의해 '악마의 법'이 될 수 있다. 헌법을 바르게 해석하고 실현하는 데에는 지식과 지혜만큼이나 강력한 의지와 참다운 용기가 요구된다 지금 있는 헌법이든, 앞으로 개정될 그 어떤 헌법이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