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만65세 이상 최중증 장애인 지원…"입법미비 복지 사각지대 없앤다"

[은평센터]

서울시, 만65세 이상 최중증 장애인 지원…"입법미비 복지 사각지대 없앤다"

중년의 장애인들은 우스갯소리로 “65살 먹기 전에는 죽어야지”라는 말을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에게 ‘만 65세’는 지금까지 받아온 정부의 장애인 관련지원이 끊기는 한계연령이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은 고령으로 갈수록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해 사실상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특히 저소득 홀몸노인의 경우 돌봄 가족이 없거나 간병인 또는 가사도우미를 구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 때문에 정부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로 이들에 대한 활동지원 등을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수급자격은 만 65세가 되는 월(月)의 다음 월까지만 유효하다. 만 65세 이후에는 ‘노인복지’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만 65세 이후부터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뒤 요양 보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고등급을 받아도 하루 최대 4시간의 서비스만 제공되기 때문에 노인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지원이 만 65세 이후에도 이어지는 것이 더 유리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만 65세가 도래해 활동지원서비스가 중단되는 최중증 고령장애인에 대한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는 한편,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위원회, 행정안전부, 각 광역 지자체장에 ‘장애인활동지원법’ 등 관련법 개정 및 예방대책 마련을 권고했지만 제대로 된 법안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2020년도 만 65세가 되는 고령 최중증 장애인에 대한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시범으로 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입법 미비로 인한 행정의 사각지대를 서울시가 법 개정 전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자체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서울시 지원대상은 2020년도에 만 65세가 된 최 중증장애인이다. 대상자별로 기존에 받아왔던 활동지원시간(일일 최대 24시간·월 최소 45시간) 중 국비 매칭 시간(50%)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보조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를 지원해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을 시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서울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국비 매칭을 제외하더라도 하루 평균 약 11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일일 최대 4시간인 ‘노인 요양 서비스’보다 7시간 더 지원이 가능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정도, 기존 지원내용 등에 따라 22시간의 장애인활동 지원서비스를 받게 되시는 분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복지원은 안 된다. 노인 요양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는 노인 중증장애인은 해당 장애인 활동 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서울시는 ‘시 분담비율’ 대 ‘자치구 분담비율’을 ‘36대 14’로 책정했다. 일부 자치구는 예산부담 문제로 노인 중증장애인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서울시 장애인 자립지원과 관계자는 “올해는 만 65세가 된 최중증 노인들에 대해서만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대상이 많은 것은 아니다”라며 “예산이 부족한 자치구의 최중증 노인들에 대해서까지도 서울시가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 서울시에 있는 최중증 노인들은 사는 그곳과 관계없이 이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파악한 2020년 만65세 도달 최중증 장애인은 30여명이다.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들에 대한 시범지원을 하면서 정부와 관계부처에 법 개정 촉구도 지속해서 한다는 계획이다.

강병호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최중증 장애인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 유지를 위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하지만 그런데도 고령의 중증장애인들은 그동안 법령 미비로 활동지원서비스가 끊겨 큰 고통을 받아왔다“면서 “서울시의 이번 지원이 실마리가 되어 만65세 이상 최중증 고령 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서비스를 국가와 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좀 더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