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에 다녀온 후 그는 두번째 여행계획을 내놓았다.
여주로 가서 맛집에 들러 맛있는 점심을 먹고
황학산 수목원에 들러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신륵사에 들러 역사공부를 하고
양평 개군면에 있는 대명 소노문 콘도에 도착
두물머리에 가서 낭만적인 풍경과 마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정약용 생가에 들르겠단다.
나이 먹을수록
그는 점점 더 멋있어진다. 가까워진다.
여주로 먼저 갔다. 육일육이라는 음식점에 한우장국이 유명하단다. 아주 오래전 영화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벽을 장식한 집.
육일육이라는 이름에 무슨 뜻이 있나요? 내 질문에 늙수구레한 주인은 말했다. 616 이 소의 뿔을 닮은듯해서요.
한우만 사용한다는 의미도 있으리라. 칼칼하고 깊은 맛. 옛날 어머니 손맛이 난다. 한 그릇씩 뚝딱!
육일육 음식점 앞에 근사한 소나무가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여보! 라고 내가 콧소리로 부르며 바라보는 순간
쿡 웃음꽃을 터트리는 그를 나는 좋아한다. 여보! 그렇게 불러보는 중.
신륵사로 갔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가 창건한 절. 봉미산 자락에 남한강을 끼고 있다.
고즈녁하다. 포근하고 바람도 없다. 무심하게 돌아보다가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무심하게 돌아서서 왔다.
황학산 수목원에 들렀다. 입구에 작은 연못이 있다. 아랫쪽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정원이고 정원을 둘러싸고
숲이 있다. 경사가 별로 없어 천천히 걷기에는 안성맞춤. 목숨을 다한 꽃대들이 많은것을 보면 봄과 여름내내 꽃들이
지천이었나보다. 겨울 여행. 볼 것이 없다지만 그래서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많다. 상상하면 되니까.
사랑이 싹트는 나무!
사랑을 감히 누가 멀리하랴. 아무도 없는데 뒤질세라 달려가 포즈를 잡아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더니
에구 포즈가 틀렸다. 입술을 맞대고 찰칵! 해야 하는데. 서운했다. 다음에는 꼭!
아아! 고향이다! 아버지 호랑이 같은 목소리 들려온다. 수원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주말이면 집에 와서
꿀잠을 자는 우리를 깨우는 야속한 아버지 목소리 들려온다. 얼른 일어나지 않고 뭐하니 일어나거라
궁글레통인지 둥굴레통인지 이름이 정확하지 않지만 발로 힘껏 밟아 저 통을 굴리면서 볏단이나 수수단을
올려놓으면 알곡들이 우수수 떨어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