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 =경춘로 따라춘천 청평사 가는 길=

[청운스님]

경춘로 따라 춘천 청평사 가는길 소양강 뱃길도 ‘도란도란’ <청평사 가는 길> 사진설명: 배를 타고 들어가는 청평사는 일산으로부터의 의미있는 일탈을 선사한다. 호반의 도시 춘천은 봄이 오는 고장이다. 춘천의 옛 이름은 ‘봄내골’ ‘봄내들’로 불렸는데, 조선시대까지 대동강변의 평양과 경기도 여주와 더불어 살기좋은 강촌으로 꼽히던 곳이다. 현재 강원도의 도청소재지로, 소양강댐으로 유명해진 춘천 여행의 백미는 바로 뱃길을 따라가는 청평사로의 여행길이다. 지난 2월18일 찾아간 청평사는 아직도 많은 눈이 남아 은백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팔당대교를 넘어 46번 경춘가도로 접어들었다.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찾아가 봤을 강촌을 지나 한적하게 이어진 경춘가도에 오르자 추억의 여행을 떠나듯 마음이 설레인다. 도심의 회색 빛이 하나 둘 멀어져 가면서 산이 품어주는 싱그러운 공기와 녹색의 자연이 대신 맞이한다. 도로를 따라가며 춘천을 떠올렸다. 만두, 호수, 안개, 소양강, 막국수, 소설가 이외수, 호반도로, 배, 기차, 그리고 청평사. 춘천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대부분 추억을 찾아, 또는 피곤함을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과 관련한 것들이다. 소양강댐으로 이르는 길을 앞두고 차를 양구방향으로 돌렸다. 청평사에 가는 방법은 두가지다. 소양강 댐 입구에서 1시간 30분 간격으로 있는 배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과 강원도로 넘어가는 길목의 한편에 위치한 차도로 가는 방법이다. 도로 표지를 따라 비포장길로 들어서 물으니 고개 하나만 넘으면 된다는데, 도심과 달리 산길은 아직도 눈이 남아 있었다.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아무리 물질문명이 발달해도 자연 앞에서는 안되지’ 다시 한번 반성하며 차머리를 돌렸다. 댐으로 돌아와 배를 타고 불과 15분, 오봉산 청평사 입구에 도착했다. 고려 광종때 창건한 고찰 구성폭포·고려식 정원 볼만 뒤엔 오봉산이 병풍처럼 사진설명: 윤회사상이 담겨져 있는 청평사 회전문(보물164호). 고려 광종 때인 973년 승현선사가 백암선원이란 명칭으로 창건한 청평사는 한때 건물이 221칸이나 되는 대규모 가람이었다. 그뒤 고려 문종 22년(1068) 이개가 절을 중창해 보현원이라 불렀으며, 나옹화상, 매월당 김시습 등이 거주했던 유서깊은 사찰이다. 이후 조선 명종 12년(1557)에 이르러 보우스님이 사찰을 새롭게 중건하고 청평사로 불렀다고 한다.비가 와도 비를 맞지않고 대웅전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건물이 많았다던 청평사는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거의 소실돼 1990년대에 들어서야 새롭게 중창됐다. 뱃길에서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30여분을 걸으면 나타나는 청평사는 고찰답게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데 보현원에 얽힌 전설이 애뜻하다. 중국 당나라 태종의 딸인 평양공주가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멋진 묘기를 선보인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신분이 낮은 청년을 못마땅히 여긴 태종이 청년을 죽였다. 이후 상사뱀이 되어 다시 태어난 청년은 공주의 몸에 붙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이에 뱀을 공주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쓰다가 허사로 끝나자 한 촌로의 안내로 이곳 청평사에 이르렀다. 공주는 지금의 공주탑 부근에 여장을 풀고 상사뱀에게 “내가 절에서 밥을 얻어 올테니 잠시 내려와 달라”고 부탁을 한뒤 절에 도착하니 마침 절이 법회중이어서 염불을 하며 법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사진설명: 오솔길을 따라 청평사로 가다보면 구성폭포를 만난다. 한편 공주를 기다리던 뱀이 절을 향해 오르는데 구성폭포에 이르러 폭포아래로 비친 공주의 모습을 보고는 공주로 착각해서 물에 뛰어들어 죽게 됐다. 이후 뱀이 된 청년의 넋을 기리기 위해 3층탑(공주탑)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맑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구성폭포며 자연의 모습은 마음을 칭칭 감고 있는 스트레스를 한번에 떼어 보낼만 하다. 구성폭포를 지나면 바로 청평사에 도착한다. 청평사는 회전문이 방문객을 맞이하는데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나오는 그 문이다. 청평사 여행에서 빼놓수 없는 것은 고려시대 이자현이 조성했다는 ‘연지’다. 겨울철이라서 그 진가를 볼 수는 없지만 고려식 정원의 전형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고 한다. 이자현은 청평사 골짜기 전체를 하나의 사찰 경내로 보고 정원을 가꾸었는데 그 중심이 바로 이 연지라고 한다. 비록 최근의 건물들이지만, 오랜 고찰의 멋이 서린 사찰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어느새 배시간이 빠듯하다.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돌아나왔다. 멀리 흰 바위가 보석처럼 박힌 오봉산. 그리고 산의 생명을 더해주며 위치하고 있는 고찰 청평사. 호반을 돌아 나오는 배 안은 봄이 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여행을 나선 연인과 가족들이 도란도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춘천=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사진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가는 길 춘천시내에서 소양강댐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배는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비수기에는 운행간격에 차이가 있다. 배로 15분이 소요된다. 자가용으로 갈 경우 서울, 경기지역에서 46번 경춘도로를 따라 가면 소양강댐에 이른다. 차로 들어갈 경우 소양강댐 입구에 도착하기 2Km 전에서 양구방향으로 좌회전 해서 10여분을 가면 청평사로 이르는 길이 나온다. 남부지방의 경우 새로 개통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에 도착해 청평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