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차가 출발했다. 거리는 멀지 않았으나 주차장 사정이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밀양 산내면 상양마을에 도착하니 어느 나이든 분이 주차안내를 하신다. 말그대로 스스로의 봉사활동인 것 같다. 대형주차장이 따로 없고, 골목이나 가정집 마당에다 주차를 해야한다.
우리는 소위 '할매집'이라 불리우는 곳에다 5,000원을 주고 주차하는데 성공하였고, 할매로부터 사과 1개씩을 선물받았다.
요즘의 농촌유형은 두 종류다. 한종류는 외부인의 출입을 배척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외부인이 드나들면 피해가 가니 전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다른 한 종류는 공생하는 분위기다. 오늘의 마을이 그랬는데, 'Weel come to~' 뭐 그런 기분이었다.
마을 골목길에 무료주차를 허용하거나, 넓은 마당을 빌려주고 일정액의 주차비를 받았다. 그러면서 지역 특산물인 자신들의 사과를 홍보한다.
주차를 하고 산길로 진입하며, 지나는 어느집에서 또 공짜사과를 얻었다. 뻔한게 아니겠는가? 필요하면 자신의 것을 사주기를 바라는 것일게다. 그렇다고 공짜를 받기는 조금 미안해서 택배 명함을 달라고했다.
나는 고향의 경우를 생각하며, 어차피 공존의 세상을 살려면 같이 살아남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외지인들을 수용하되, 수익이 될만한 꺼리를 만들고, 마을의 이름을 알리고 동네의 가치도 올려가도록 노력하자는 의미이다.
곳곳의 시골 도로가에 벗꽃이 만개하였고, 마을 골목에는 개나리며 복사꽃에다 일찍 핀 사과꽃이 어우러졌다. 산에는 뒤질세라 서둘러 진달래가 피었으나 예전의 봄의 전령이라 일컬었던 말이 무색해져 버렸다.
일정 구간을 오르니 산은 가파르지기 시작했다. 눈앞에 올려다 보이지만 운문산 1,100m고지란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어느 산이든 산은 그 높이대로 능선이 길거나 가파란 법이다.
이산도 영남알프스 8봉(9봉중 문복산이 제외)에 포함되어 모두를 등정하면 인근 네곳의 지자체에서 공동으로 산모양이 새겨진 인증서를 받는다는 호기심이 있어선지 젊은 사람들의 도전이 줄기차다.
함께하는 산친구들은 몇년째 도전 중이고, 한 친구는 벌써 올해도 오늘이 완등이라고 하였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연령층 30~50대이고, 아마도 우리가 가장 연장자들인 것 같아 자주 길을 양보했다.
끝임없이 올라오는 등산객들 표정이 진지했다. '어디 산불이라도 났나?'하는 분위기...그러나 기분이 싫지 않았다.
갑갑한 도회를 탈출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사람들과 건전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바람직해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산을 사랑하고, 자연과 함께하려는 마음보다 일정 목표에 몰입하는 듯한 그들의 행보에 공자님 말씀 중의 인자요산'(仁者樂山)은 아닌 것 같아 아쉬움은 남았다.
정상에 오르니 깊은 광활한 사과밭 얼음골은 미세먼지로 흐릿했다. 준비해간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지난 세월들을 회고했다.
우리들이 젊을 때 산꾼들은 (백두)대간과 정맥에 열을 올렸다. 그다음은 100대명산(목표를 염두에 두지 않은 나도 꼽아보니 그 정도는 달성한 듯...) 그리고 지금은 지자체마다 지역을 알리는 목적등산이 유행되는가 싶다.
산도 0나 소나 오르는 것은 아니다. 건강을 위한답시고 오르는 등산, 그것도 습관이 되지 않으면 힘들기만한 삶의 고통이다.
산우들과의 하루, 등산일정을 끝내고 마음 편히 즐거운 저녁을 먹으며 가벼운 한잔술 분위기, 불러주고, 태워주며, 함께한 우정들에 감사한 생각을 가슴에 담는다.
[희마라야 야명조 이야기]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희말라야에는 '야명조' 라고 불리우는 새가 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부엉이처럼 밤에만 운다고 해서 야명조라고 합니다.
8848미터 높이의 초모랑마(에레베스트)가 흰 눈이 반짝이는 영롱한 금빛으로 물들어 신의 세계로 변하면 야명조는 초모랑마의 품으로 날아들며 존재의 희열을 느꼈습니다.
야명조는 낯동안 금빛 했살을 받으며 행복감에 젖어 살아갑니다. 그러나 드디어 희말라야의 뼛속이 시리도록 추운 밤을 맞이하였습니다. 보금자리가 없는 야명조는 혹독한 추위에 부들부들 떨며 슬피우는데 그 소리가
'내일은 꼭 집을 지을꺼야'
하는 소리로 들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안개가 자욱한 희말라야의 하얀 봉우리 사이로 금빛 햇살이 영롱하게 떠오르면 야명조는 초모랑마를 향하여 날아가며 지난 밤의 추위는 잊고 또다시 하루종일 즐겁게 놀며 허비하고 맙니다.
이러한 무책임하고 게으른 생활속에서 결국 야명조는 서서히 얼어 죽어가서 이제는 희말야라에서 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첫댓글 농촌유형
배척보다는 공생이
더 좋다.
운문산 1,100m 고지
등산 - 대단하십니다.
인자요산의 정신
- 배웁니다.
야명조와
배짱이 이야기
비슷 비슷
등산기 잘 읽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아우르는 논문같은
수필 한 편을 읽은 느낌입니다
정신도 건강
다리도 튼튼
마음도 신념
팔방미인의 선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