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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by k o kim
멀리 구 쏘련 아제르바이잔에서 김 나그네가.
서리 내려 반짝이던 늦가을
1973년 11월 25일 오후
서울역 건너편에 있던 한진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꽤나 어색한 조우가 청년과 여인 사이에 있었다.
‘안녕?’
“안녕!”
지난 2년여 세월동안
그저 풋풋한 얘기도 제대로 못했던 날들이었었는데...
어색한 홍조를 띈 아가씨와
대한민국을 짊어지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청년과의
채 한 시간도 안 되는 겸연쩍은 만남의 시간이 공간을 맴돌았다.
아리한 시간 속에
가슴 뭉클한 무엇을 전달 하려하나
여의한 표현은 서로의 가슴속에서만 머물러 애처로움이 묻어났다.
“대전가면 추울 텐데.. 훈련 잘 받아..!”
‘그래요! 잘 지내요...!’
[ 앞으로 3년여 동안 그리고 앞으로 영원히 불리 워 질 "공군 240기 동기" 가 될 고교 동창생들 황덕연군 노태윤군 그리고 김기억군 3명이 모였다.]
[ 안녕? 안녕! 오래만이다! 얘들아! ]
[ 타자! 가자! 하룻밤 유숙 후 내일 대전 K-5 공군교육사령부로! ]
등산부 황덕연이를 배웅 나온 유승환군이 손을 흔들었다.
차창 밖에서 아가씨는 청년을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가렸다.
청년은 아가씨가 손에 쥐어준 한권의 책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서울역의 그녀와의 별리(別離)를 대신했다.
[화랑관창의 기개와 겹쳐진 두려움이 고속버스안내양의 미소 속으로 사라졌다]
거금 100원의 창간 월간지“샘터”한권에
그녀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었는데....
사랑의 샘터를 꿈꾸던 여인
지금은 잊혀 져 간 여인
서울역 건너편의 한진고속버스 터미널의 추억과
달리던 차창 밖 경부고속도로 로변의 풍경마저 이제는 지워져가는 시간들.....
공군은 가입교 7일 동안에 적성 체력 질병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지원병도 있었다.
낙오에 포함되지 않으려 고향 산소길 왕복 3+3 km 를 한달 간 달렸었다.
그 후 청년은 샘터의 글 중
수필가 피천득님의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를
그리 안고서 내안의 사랑의 세계를 맴돌고 있었다.
73년 입대 그날, 38년 후 2010년 8월 30일
경남 K-4 사천비행장 옆 진주 공군교육사령부로
내리 쪼이는 땡볕 받으며 아들놈 김준호가 들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육군보다 공군복무기간이 3달 더 길다고 거부를 하더니
애비의 뒤를 이어 693기로 지원입대 해 K-20 서산 해미비행장 에서
공군 이병 일병 상병 병장으로 24개월의 청춘을 남겼었다
입대 시 아들놈은 예쁜 동갑내기 고무신을 달고 있었다
헤어짐을 겪어보지 못한 탓인지 에미도 누나들도 여자친구도 눈물을 훔쳤었다.
1973년 1차 세계 유류 파동으로 이름 날린, 1973년 12월 겨울날
대전의 유성벌판에서 불어오던 공군교육사령부의 밤 영하10도 칼바람은
내무반의 난방 라지에타를 얼려 버렸었다
9시 저녁점호가 끝나면 늘 기다려지던
5원짜리 점호 곰보빵도 이제는 그리움이다.
4km 밖 유성사격장에서도 맡을 수 있던 부대 취사실 갈치튀김 냄새의 유혹.
철조망 사이 모포 아주머니의 라면땅을 건네받아 먹던 훈련병들의 추억
후기 241기에 차범근 축구대표가 입대 하던 날 연병장에 환호가 있었다
K-5 대전에서 훈련 1+6주가 끝나면 기다려지던 가족면회를 기다리는 것은
당시 대한민국의 여의치 못한 가족에게는 사치였었다
군기가 쎄다는 옆건물 통신학교로 가던 100미터 오리걸음 길은
면회 마친 배부른 이병들에게는 2시간의 천리 지옥길 이었다.
통신학교에서 교육 12주 석달 30330 레이더정비 교육을 마치던 날
한밤중 대전발 상행 영0시 50분 열차는
K-55 오산비행장의 작사 와 30단 방공사령부에 사병들을 내려놓았었다.
공군은 예하부대 초소경비를 2달간 마친 후 자대 배치했었다.
충남 서산 대산면 망일산 K-305 레이더 싸이트의 갯바람은 그리 매서웠었다.
고향이 지척인데도 살벌한 헌병 선임들은 얼차려에 재미가 들려 있었다.
돌아온 K-55 오산비행장의 7월 대기사병들은 틈나는 대로 사역을 했었다.
아! 237기 최홍기(가수 나훈아 1947년 26살 아저씨)일병 선임은 말이 없었다
삽질하자! 밀자! 밥묵으러 가자! 세마디, 두 번이면 하루해가 갔다.
그 후 1975년 용문산 싸이트 자대에 캄보밴드와 문선대로 위문 공연차 와서
노래 부를 시 다시 만나 이야기도 했지만
먼 시절 나훈아 가성歌聖 歌皇과의 짧은 인연 이야기이다.
k o kim의 자대배치 운명을 누가 운전하는지는 몰라도 방향이 남쪽이었다.
다시 대전발 하행 영0시 50분
비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따블백 싣고 몸도싣고
광주송정역에서 갈아탄 기차는 달리고 또 달렸다.
많이도 내리던 여름장마홍수에 전남 나주평야가 깡그리 잠겨있던 추억이 있었고
유달산 과 목포 항구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릿한 갯내음 속에 처음 타보던 여객선 가야호의 3등칸에 실려
남녀노소 청춘남녀가 완전히 뒤엉켜 잠을 청하고
뱃멀미에 젖어 있던 군상들이 지금도 맴을 돈다.
멀리 추자도 밤항구 불빛속의 “때려잡자 김일성” 방파제 의 서늘함
폭풍우로 13시간 만에 새벽1시에 제주항에 내려
모슬포 K-312 레이더 부대로 달리던 군용 트럭위에서 군기에 떨던 시간들
설레임속의 둥근모양의 공군 바락스 안의 생활이 시작 되었다.
모슬포 대정읍 전화국 비바리 교환양과 해병대 와 공군아저씨들과의
삼각 전화 가요콩쿨대 시간이 열렸었다.
비바리도 기수가 있는지, 자기보다 쫄병은 발 닦고 자라 했었는데..
삼다도 돌 여자 바람, 2개 레이다타워 사이에 큰 밧줄 잡고 다니던 태풍의 위력
경비시 초소아래 현무암 석축의 공동묘지 혼령들과 밤 점호하며 부르던 노래들
아! 여기서 나는 우리의 고교 동창회장을 서울역 배웅이후 다시 만난다.
바락스 입구 먼발치로 들어오던 247기로 입대한 유승환 일병 !
제주도, 외출 8시간이 남아도는 외로운 곳
휴가 후 오산에서 C-130 캐리어 비행기로 일찍 온 덕분에
공군정복 카키색 약복을 입고서 한라산에 올라
가뭄탓에 말라버린 백록담으로 올라온 황소와 올챙이를 보던 추억...
육지로 시집가는 꿈이 영순위 인 비바리들의 사연도 들어주던 제주도섬
대정여고 자리가 일제 때 제1훈련소 자리였고
공군 기상대 자리는 일본 카미카제 K-40 비행장이 남아 있던 곳
1974년 8월15일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에 손.발톱 머리털 잘랐던 남북대치
1년반여의 모슬포의 모슬봉 싸이트의 감독실 C&E 군무를 뒤로하고
백령도 전출명령 받고서 미공군기 탑승 대기하고 있는데 운명이 바뀌어
용문산 K-312 레이더 싸이트에서 긴급 차출 호출이 왔단다.
용문산 전자부대는 군기가 쎄다고 겁주던 선임고참들이 있었다.
240기 왕문상 안창근 과 관제특기 동기들과도 헤어짐을...
5월에도 잔설이 하얗게 남아있던 용문산 1100고지
여름에도 누비이불을 덮고서 살던 용문산
같이 근무하던 미공군 아저씨들이 먹어대던 짠 비스킷 과
처음 본 캔코카콜라에 대한민국의 초라함을 숨길 수 없었다.
아! 여기서 다시 고교 동창 257기 이근택 일병을 맞이한다.
병장월급 600원이지만 들러 먹어보던 아신역 옥천면 500원 냉면 초가집도...
용문산 1100 고지 아침속의 안개바다는 정말 장관이었고
발 밑에 깔려 발에 걸리는 안개속의 나는 신선 이었다.
눈덮인 능선의 침묵은 한폭 수묵화 이었고
겨울내내 향기를 내고 있었다.
매 2주마다의 외출 신작로자갈길, 양수리두물머리, 철길 과 버스 검문검색,
울타리를 탈출 넘나들며 맡던 용문사근방 머루다래 내음,
익기도전에 3일만에 마셔대던 다래주 머루주 목련주 철죽주 와 산미나리 무침
거리재기 FPS-100 Range, 방위고도재기 FPS-89 Azimuth 와 도파관 Wave Guide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미군 살해 도끼만행사건에 데프콘3 발령 후
손.발톱 머리털 다시 잘라 남기던 남북대치..
1973년 11월 26일부터 1976년 11월 30일 까지 3년4일간의 청춘의 시간 .....
무리속에서도 낭만과 젊음과 기개 가 있던 행복한 날들이었다.
돌아보니 40여년 속에 흘러간 한 길목들의 행복한 이야기였다.
작은 인연들은
때로는 우리를 슬프게도 하지만
우리를 아름답게 한다.
허나, 구릉(丘陵)은 넘어야 내일을 볼 수 있기에
때로는 앉아서 천년을 이야기하자!
2013년 09월 09일 월요일
멀리 구 쏘련 아제르바이잔에서 김 나그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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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카.....
생생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 합니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기억할 수 있으시다는건...축복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