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애인이 바뀌었다.
배용준에서 안정환으로
왜 내 경쟁상대는 하나같이 그렇게 강적들인지.
아마도 내 팔자가 꽤나 센가보다.
뿐만 아니라 바뀐 것은 그 대상 말고도 열정의 강도 또한 상당수준 상향 조정된 것임이 분명했다.
아줌마형 파마머리가 어울리는 남자가 대한민국에 안정환이 말고 또 있겠느냐며 ‘안정환 짱’을 강변한다.
사실 월드컵 기간 내내 같이 축구 보기 정말 힘들었다.
안정환이가 골든골을 넣었을 때 아내와 난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했는데,
아내는 오직 “안정환!! 안정환!! 안정환!!”만을 외칠 뿐이었다.
난 결심을 해야만 했다.
오직 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3·4위전이 있던 토요일.
난 안정환에게서 아내를 되찾아오는 조건으로
엄청난 손실을 감내해야만 했던 것이다.
한달 용돈 5만원 삭감.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서 토스트 직접 하기.
한달에 두 번 이상 자동차에 주유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사흘 이상은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기.
매주 토요일은 머슴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하지만 아내는 그 정도의 파격적인 조건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아끼고 아꼈던 히든카드를 제시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환을 떠나겠노라는 답을 얻어냈다.
나는
이나영을 잊겠노라고
맹세하고야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