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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현중의 꾸질 꾸질 몽타쥬
-오뎅 먹던 현중의 꾸질하고 가난한 모습.
꺾어 신은 신발. 무릎 나온 청바지.
-신문지에 싼 꽃다발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가난한 모습.
-붕어빵을 건네는 현중의 모습.
-동전을 줍는 현중의 모습.
-현중의 모습이 마치 전과 사진 찍을 때처럼. 전면 전신. 측면 전신. 전신 바스트. 측면 바스트.
전면 얼굴. 측면 얼굴....화면을 쪼갠다.
(은호) : 이 모습 어디가....
S#2. 현중의 대문 앞(낮)
위앞적인 저택의 모습(2화의 마지막 씬)
입 벌리고 쳐다보는 은호
은호 : ......여기랑 어울리냐구.
현중 : 은호씨!
S#3. 대문에서 현관까지(낮)
대문에서 현관까지 걸을 걸음 부유함이 뚝뚝 떨어지는 풍경들.
대리석길(?)
전문가의 손을 빌린 정원수들(마침 정원을 관리하는 정원사가 있으면 좋겠다)
연못, 몇 백만원을 넘는다는 잉어들(?)
조각상(혹은 바위들)
구경하다가 삐끗하는 은호.
S#4. 현관-거실(낮)
안은 더 대단하다.
전면, 상하....고가의 인테리어 소품들, 그림. 대리석 탁자 등등...
마침 40대의 기품있는 여자가 꽃꽂이 수반을 테이블에 옮기려다가 은호를 맞이한다.
은호, 들고 있던 초라한 꽃다발을 숨기지도 못하고 차암 어색해한다.
S#5. 응접실(낮)
은호, 소파 끝에 엉덩이를 댄 채 앉아있다.
졸부의 냄새가 아닌 진짜 부자의 향기를 풍기는 응접실.
은호, 감히 둘러도 못보고 힐끗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현중은 은호 잔에 홍차를 따르고 있다.
(은호) : 난 알수 있어. 여긴 위험해. 이건 초능력이 아니야. 본능이 소리친다. 어서 피해!!
은호, 벌떡 일어난다.
현중이 올려다본다.
은호 : 미안....
(현중 아버지) : 미안합니다.
은호, 돌아본다.
현중아버지 : 내가 좀 늦었습니다.
굴지의 호텔 재벌 총수의 등장이다.
기에 밀려 은호,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현중 아버지, 부드럽게 웃고 있지만, 눈만은 날카롭다.
은호, 움츠러드는 기분이다.
현중, 은호를 맞이하는 아버지를 관찰하듯 보면서 빙글 빙글 웃는다.
S#6. 식당(저녁)
랍스터 류의 음식은 아니다.
집에서 먹는 것들이지만,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현중 아버지와 마주앉은 은호, 소리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먹고 있다.
현중아버지 : 볼거라고는 지 아버지 돈 많은 것 밖에 없는 녀석인데...
은호, 농담이라고 생각해 배시시 웃는다.
현중 : 농담 아닐걸요
현중아버지 : 농담 아닙니다.
이 부자는 사이가 좋은건지 나쁜건지 파악이 안 되는 은호, 표정이 어색해진다.
현중아버지 : 꼴에 똥고집은 있어서 내 덕은 안 본다는데 괜찮겠습니까?
은호 : 이 집에 살고 있는게 덕보는 거 아닌가요?
현중아버지 : 그러니까 말입니다. 반항도 어설프게 하는 녀석이죠
현중 : 예. 예 맘대로 씹으십시오.
은호, 배시시 웃는다. 조금 안심이 되는데.
현중아버지 : 둘이 어떻게 만났어요?
은호, 움찔한다.
현중아버지가 은호를 바라본다.
현중 : (아무렇지 않게) 몇 년 전에 호텔에서 잠깐 만났었는데, 얼마 전에 아는 사람 소개로 다시 만났어요.
현중아버지 : 그래..... 아는 사람 누구?
밥 먹으려던 은호, 다시 긴장한다.
현중 : 호텔 손님이요.
은호, 자리가 불편해진다.
현중아버지 : (은호에게) 헬스 트레이너시라구...
우리 호텔에도 휘트니스 클럽이 있는데.... 고객 이용도가 영 떨어져서 말입니다.
은호, 화제가 바뀌자 내심 안도한다.
현중아버지 : 뭔가 방법이 있어야 할텐데... 은호씨는 우리 호텔에 와본 적 있습니까?
은호 : 예?
현중 : 이래서 사람이 취미생활도 있고 해야되는건데.... 우리 아버지, 일 얘기 때면 할 얘기가 없어요
현중아버지 : 미안합니다. (일상적인 질문을 한다) 은호씨.....고향이 어딥니까?
은호 : (건성으로) 춘천입니다.
현중아버지 : 아버님은 고향에 계신가요?
은호 : (결심한다. 수저를 내려놓는다)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현중 : 은호씨....
은호 : (현중의 말을 무시하고) 아마 현중씨가 말 안했을텐데요. 저. 이혼한 경험 있습니다. (고개를 숙인다)
짧은 침묵.
현중아버지 :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습니다.
은호 : (뜻밖의 대답에 놀란다) 예?
현중 : 말했어요.
은호, 바보된 느낌이다.
현중아버지 :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었다구요?
은호 : (어벙벙해졌다) 예....
S#7. 탄천 조깅로(밤)
멀리 고층빌딩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축하하는 조명장식들.
동진이 달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조깅하는 사람은 동진뿐이다.
동진 앞에 떠오르는 영상.... 서점에 찾아왔던 은호의 모습. 웃고 있는 모습. 크게 더욱 크게....
동진. 이를 악물고 달린다.
자꾸 떠오르는 은호의 영상을 헤치고 달려가듯, 은호의 영상이 따라오지 못하게 기를 쓰고 달린다.
S#8. 탄천 조깅로 끝(밤)
쓰러지기 직전의 동진, 마침내 멈춘다.
무릎을 집고 숨을 고른다.
잠시 후 고개를 드는 동진의 얼굴은 편안해졌다.
은은한 미소까지 띄우며 돌아서는 순간.
이 곳은?
불빛도 없고, 오가는 사람도 없고, 음침한 이 곳은 어딜까?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동진을 쓸고 지나간다.
S#9. 숲(밤)
커플들로 미어터지는 분위기 좋은 술집.
준표, 지호 테이블만 러브모드가 아니다.
준표 : (조바심친다) 은호씨한테 전화 좀 해봐
지호 : 때되면 오겠죠
준표 : 그 때가 지금이라니까...
지호 : 마음이 바쁜 자에게 시간은 더디 가나니.
준표 : 너 꼬치 좋아하잖어. 시켜줄게.
지호 : 오기 전에 라면 먹었어요.
준표 : 그러지말고 전화 좀 해봐라 응.
지호 : (준표를 곧바로 본다) 나 닥터공을 모델로 책하나 쓸까봐요. ‘닥터 k의 오지랖 인생’ 이런 제목으로....
아무리 분만공포증이 거기서 시작됐다지만, 언니랑 형부일에 너무 끼어드는거 아닌가?
준표 : 네 눈엔 안 보이냐? 둘은 잠시 떨어져 있는거야. 헤어진게 아니구. 다시 재결합할거야. 아니 해야 돼
지호 : 그러니까 그 믿음의 근거가 뭐냐구? 닥터공만 아는 뭔가 있어요?
준표 : (뭔가 말하려다가 흠칫한다)
눈치 빠른 지호, 뭔가 말하려는 순간.
준표의 핸드폰이 울린다.
준표 : (잽싸게 받는다) 동진이냐? 어디냐? (듣다가) 택시비?
(듣다가) 에라이. 똥물에 튀길 녀석아. 니가 편도 인생이냐? 이것도 친구라고 애태우는 내가 한심하다.
S#10. 현중네 외제차(밤)
엄청 좋은 차.
은호와 현중이 뒷자리에 앉아있다.
은호, 짧은 한숨을 쉬었다가 픽 웃었다가 심난해 보인다.
현중이 앞좌석과의 사이에 칸막이를 올린다.
그 와중에도 신기해 쳐다보다가 표정 챙기는 은호
현중 : 화났어요?
은호 : 내가 왜요? 호텔급 한정식도 먹고 뭐라나 영국산 홍차도 먹었는데....
삐딱하게 대꾸하는 은호를 현중, 미소지으며 쳐다본다.
은호 : (욱해서) 집이 부자면 부자라고 말을 해야죠. (말해놓고 보니) 아니야. 그게 아니구요.
나에 대해 어디까지 얘길 했는지 미리 얘길 해줘야 장단을 맞추죠.
현중 : 그것 때문에 화났어요?
은호 : 꼭 그런 건 아니구...
은호, 자기가 뭣땜에 화났는지 생각나지 않아 짜증난다.
S#11. 숲 앞(밤)
차가 멎는다.
기사가 차 문을 열어주려고 나오는 것도 모르고, 은호가 먼저 내린다.
기사, 뻘줌해서 다시 차에 탄다.
차, 출발한다.
현중이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든다.
은호, 멀어지는 차를 보는데,
은호 앞에 멈추는 택시.
츄리닝 차림의 동진이 내린다.
동진, 은호를 발견하고 주춤한다.
잘 차려 입은 은호와 츄리닝 차림의 동진. 왠지 어색하고 무안하다.
은호 : (퉁명스럽게) 체육하다 왔어?
동진 : 남의사.....볼 일 보셔.
은호, 홱 돌아서 들어간다.
(동진) : 어이!
은호 돌아본다.
동진 : (쭈삣대면서).....5천원만 꿔 줘... (중얼댄다) 준표 이 자식은 나와있으래니깐....
S#12. 숲(밤)
경악한 세 사람.
지호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준표는 눈만 껌뻑이며, 동진은 침을 꿀꺽 삼킨다.
동진 : 호텔?
준표 : 사장 아들?
지호 : 것두 외아들?
은호......그들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준표 : 근데 왜 그렇고 다녔대?
지호 : 소탈한 거지.
준표 : 가난한 사람이 비싼 옷 입으면 욕하면서 부자가 꾸질하게 입으면 소탈한거냐?
지호 : 언니..... 그 동안 내가 언니한테 말 못 한 게 있는데..... 이 부끄럼쟁이.. 가슴속에 묻어둔 말.
이젠 할 때가 된 것 같어.
은호 : (뭔 소린가 쳐다본다)
지호 : (진지하게) 언니....사랑해!! 혼수 속에 나 끼워가야 돼.
준표 : (동진에게) 넌 마. 골라도...... 그 실력으로 복권을 사라, 자식아.
동진, 표정을 숨기기 위해 술을 들이킨다.
지호 : 집사도 있어?
은호 : 글쎄. 어디 있을지도 몰라. 집이 워낙 넓어서.....
지호 : 하녀는? 유니폼 입었어?
은호 : 가사도우미는 두 명이나 있더라. 유니폼은 안 입었는데 (동진을 가리키며) 여기보단 차려입었어.
동진 : (은호의 손가락을 탁 친다) 신나셨구만.
은호 : 요리사는 분명히 있어. 음식이 한정식이야.
준표 : 부모님은 어때?
지호 : (걱정스럽게) 맞다. 보통 그런 집에선 엄마가 그러잖어. 돈봉투 내놓으면서 ‘우리 아들 포기해요’
은호 : 어머님은 돌아가셨대.
지호 : 앗싸!
동진 : (작은 소리로 빈정댄다) 어머님?
은호 : (못 들었다) 아버님도 그런건 신경 안 쓰시는 눈치구.
동진 : 부자라니까 어머님 아버님 소리가 절로 나오는구나.
은호 : 아저씨. 아줌마라고 할 순 없잖아.
준표 : (상황이 나빠진걸 눈치챈다) 자. 자 그만 합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러면 예수님이 섭하지.
지호 : (동조한다)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
동진 : (흉내내듯) ‘요리사도 있고, 한정식도 나왔어. 어머.....하녀가 명품을 입었대 어머’ 촌놈 서울 구경했냐?
준표 : (동진을 툭 친다) 그만해, 왜 그래?
은호 : 나 엿먹으라고 남자 소개해줬는데 알고 봤더니 부잣집 아들이라 배 아픈거지.
동진 : 뭐?
은호 : 왜? 너무 정확해서 아퍼?
동진 : 부잣집에 갔다 오더니 사람이 우습게 보이냐. 인사 정도로 이런데 시집이라도 가면 엄청나겠다.
하긴 그렇게 되면 나같은 서민이랑 생까겠지. 안 그래? 잘해봐라. 응원은 못 해준다.
은호 : 예. 열심히 할게요. 걱정 마세요.
동진. 열 받아서 나가버린다.
지호, 준표, 이미 끼어들 상태가 아니다.
S#13. 숲 앞(밤)
열받은 동진.
(동진) : (분노와 자조) 나랑 살 때는 찌질이 궁상. 불행했다 이거냐.
한편으론 슬프기도 한 동진. 헛웃음이 나온다.
S#14. 숲(밤)
은호 : (화났다) 처음에 누가 시작한 일인데.....
내가 오늘 얼마나 뻘쭘하고, 망신스럽고, 창피했는지 지가 알어?
애초에 이혼하고 다시 만난다는 것부터가 문제였어. 두사람!! 반성해애!!
지호와 준표, 은호의 분노가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지호가 준표의 툭 친다.
무서운 얼굴로 동진이 걸어온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쏘아보는 은호.
흥. 은호를 무시하는 동진.
동진 : (무안해서 화난다. 준표에게) 만원만 줘.
지호, 큭 웃는다.
S#15. 현중의 방(밤)
현중의 방은 침대 이외의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이 거의 없다.
눈에 띄는 한가지. 벽에 걸린 목걸이, 펜던트가 찌그러져 있다.
현중 아버지가 목걸이를 바라본다. 착잡하다.
(현중) : 엄마 생각해요?
돌아보는 현중 아버지의 얼굴, 다시 여유를 가장한다.
현중 : 엄마가 처음 인사 왔을 때는 더했겠죠. 할아버지에 할머니에 고모들.
현중아버지 : 그래도 불안해하진 않았다.
현중 : 은호씬 불안해 보였나요?
현중아버지 : 그러니 네가 어설프다는거다. 넌 저녁 내내 내 표정만 살폈지? 내가 얼마나 열 받았나?
진짜 좋아하는 여자를 데려왔다면 그러진 않았을게다.
현중 : 별 상관없잖아요. 좋아해서 시작한 결혼도 결국엔 (목걸이를 본다) 이렇게 끝나는데....
현중아버지 : 날 비난하는게 니 결혼의 목적이라면 누가 더 손해보는지 생각해봐.
현중 : 살다보면 손해나는 짓도 하고 그러는거죠. (웃으면서 문 손잡이를 잡는다) 오늘은 그만하죠.
현중아버지가 밖으로 나간다.
S#16. 헬스룸(낮)
은호가 부티나는 40대 여자에게 헬스룸을 소개하고 있다.
여자는 은호의 설명을 듣는둥 마는둥, 은호 몰래 은호를 관찰한다.
은호 : 시간만 괜찮으시면 낮에 오시는게 여유있고 좋거든요. 원하시면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실 수도 있구요.
40대여자 : 예.....그건 생각 좀 해보고....
윤희 : 유팀장님...
은호가 윤희를 쳐다본다.
S#17. 복도-사무실 앞(낮)
은호와 윤희가 걸어온다.
윤희 : 유팀장님. 개인광고했죠?
은호 : ??
윤희 : 이상하잖아요. 오늘 벌써 세 명 짼데...
은호 : 그러게 말이다
은호, 사무실로 들어간다
S#18. 사무실(낮)
트레이팅복을 입은 남자는 2화에서 봤던 연회부 부장이다.
은호 : (자료를 보면서) 조철환씨.... 특별하게 원하시는 운동은 없구요.
연회부부장 : (은호를 관찰하다가) 예. 예...
은호 : 복부비만으로 나왔는데....잠깐만요?
은호가 연회부부장의 옆구리를 집는다.
놀라는 연회부부장.
은호 : (두께를 가늠해보면서) 유산소운동보다는 근력운동중심으로....
연회부부장 : (핸드폰이 울린다) 잠깐만요, 예. 호텔 연회부 조철환입니다.
은호. ‘호텔연회부’란 말에 부장을 쳐다본다.
연회부부장, 순간 당황한다.
S#19. 휴게실(밤)
현중 킥킥 웃는다.
은호 : 그 위에도 돈 많아 보이는 아줌마랑.
현중 : 키 좀 크고
은호 : (고개를 끄덕인다)
현중 : 그건 둘째 고모구. 조부장님은 오이사쪽 사람이구....
은호 : 그 사람들이 왜 온건데요?
현중 : 찌질이 못난이래도 후계자중 하나니까... 은호씨가 어떤 사람인가 봐둘려는거죠.
은호 : 사는 세계가 다르구나....
현중 : 사극같죠? 후계자 싸움에 정략결혼에....
은호 : 남의 얘기처럼 말해요?
현중 : (아무렇지도 않게) 내 일이다 생각하면 돌아버려요.
은호가 현중을 쳐다본다.
현중,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음료수를 마신다.
은호 : 나요. 자격지심 있는 건 아니지만, 연상에 이혼녀에 물려받을 유산도 없고. 3류 대학 나왔어요.
현중씨가 부잣집 도련님인 이상, 우리 둘이 안 어울린다는거 현중씨도 알거 아니예요?
알면서 나한테 이러면 안되죠?
현중 : 살면서 거짓말도 하겠죠. 속이기도 하구.
그래도 우리 처음 만난 날. 은호씨 덕분에 구원받은 건 사실입니다.
그 날 은호씨한테 반한 것도 사실이구요. (농담처럼) 나한테 죄가 있다면 사랑한 죄밖에는....
은호. 진지하게 들은 자기가 바보같다.
S#20. 동네 편의점(밤)
동진이 물을 사들고 오는데.
계산대에 미연이 서 있다.
S#21. 거리-빌라 앞(밤)
동진과 미연이 편의점에서 나온다.
미연 : 우연히 자주 만나는 건 인연이래는데...
(동진) : (사람 좋게 웃지만) 이게 인연이면 동네사람들이 다 운명이겠다.
미연 : 은호하곤 어떻게 만났어요?
동진이 미연을 쳐다본다.
(은호) : 그건 왜 물어요?
S#22. 스트레칭룸(밤)
은호가 현중의 스트레칭을 도와준다.
현중 : 사랑에 빠지면 궁금한게 많아지는 법이죠
은호 : 낯 간지럽지 않아요?
현중 : 조금.... 말해봐요. 동진씨랑 어떻게 만났나?
은호 : 말하기 싫어요
현중 : 내가 질투할까봐?
은호, 앞으로 숙이는 현중의 등을 힘껏 누른다.
S#23. 서점(낮-회상)
은호가 메모지를 들고 책을 찾는다. (5년 전의 모습이다.)
사다리가 보인다.
(은호) : 책 사러 갔다가 만났어요.
은호 : 위에 책 좀 뽑아주시겠어요?
(동진) : 하필 그게 나였어요. 재수도 없지.
동진이 돌아본다. (고속촬영이면 좋을 듯)
(인서트)
거리의 동진과 미연, 걷고 있다.
미연 : 첫인상이 어땠는데요?
-서점
사다리 위에서 돌아보는 동진. 눈에 필터가 낀 듯..... 은호의 모습 아사무사하게 아름답다.
은호가 책을 가리킨다. 화면과는 정반대의 퉁명스런 은호와 동진의 설명.
(동진) : 그땐 아직 선수시절이라 어깨가 장난 아니었는데.... 그 주제에 원피스를 입고 있더라구요.
하늘 하늘 꽃무늬. 거울도 없는지...
(은호) : 첫인상? 기억도 안나요.
동진이 몇 번의 오류를 거쳐 책을 건네준다.
은호, 책을 받으며 쑥스러운 듯 환하게 웃는다.
책을 건네는 동진의 손등에 책제목을 적은 낙서가 기억난다.
(은호) : 손등에 시집 제목이 적혀있었구나.
공부 못 하는 애들이 노트필기 잘 하는 것처럼 일 안하는 사람이 그러잖아요.
책을 받은 은호, 돌아선다.
동진. 끝까지 쳐다본다.
(인서트)
스트레칭룸의 현중.
현중 : (스트레칭하면서) 그러구 끝났어요?
S#24. 서점 앞 거리(낮-5년 전)
머리에서 발끝까지 5년 전 최신 유행으로 중무장한 은호가 걸어온다.
(은호) : (시큰둥하게) 필요한 책이 한 권 더 있어서 주문했는데.... 3일훈가 연락 왔더라구요.
은호, 잔뜩 기대한 모습으로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S#25. 서점(낮-5년 전)
동진,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쳐다본다.
가끔 숨을 몰라 쉬는게 무척 긴장한 듯 싶다.
수영관련 서적을 손바닥으로 쓸어본다.
(동진) : 전화하자마자 당장 오겠다고 그러더라구요. 분명 기다리고 있었을거야.
동진이 허리를 세운다.
은호가 다가온다. 기대에 찬 두 사람.
(은호) : 차렷자세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동진) : 귀걸이 목걸이. 팔찌.... 서점에 오는데 누가 그러고 와요?
(은호) : 머리에 젤을 얼마나 발랐는지....조명을 반사하더라구 그냥.
S#26. 서점 앞(낮-5년 전 회상)
은호가 나온다.
조금은 실망한 표정.
책을 후루룩 펴본다.
(미연) : 대쉬는 누가 했어요?
S#27. 서점(낮-5년 전 회상)
좀 전의 자세와는 달리 의자에 축 쳐져 있는 동진.
나름대로 만족한 표정이다.
그 앞에 디밀어지는 포스트잇.
동진, 벌떡 일어난다.
(은호) : 당연 그 쪽이죠.
은호 : 이러면 곤란해요
포스트잇에는 ‘다음에 커피 한잔 할 수 있을까요?’
동진 :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동진) : 적극적인 걸로 따지면 은호쪽이었죠.
은호 : 이름이 없잖아요.
동진 : 예? 예... (펜을 찾는다)
은호 : 혹시 모르니까 전화번호도 적으세요.
(동진) : 귀가 빨갛더라구요, 긴장했다 그거죠.
동진. 전화번호를 적다가 멈칫한다.
지켜보던 은호, 침을 삼킨다.
(은호) : 너무 긴장해서 자기 번호도 기억 못 한 건 누군데...
(동진) : 침 넘기는 소리 꿀꺽은.... 누구 목에서 났는데...
동진이 은호에게 포스트잇을 건넨다. 동진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은호도 그렇다. 어색해하면서도 배시시 웃는다.
사랑이 시작되기 직전. 가장 가슴 설레이는 때...
S#28. 스트레칭룸(밤)
은호, 그 때의 설레임이 되살아난 듯,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려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다.
은호 : (일어나면서) 옛날 일이라 기억도 잘 안 나네.
현중이 속아준다.
웃으며 스트레칭을 마무리한다.
S#29. 빌라 앞(밤)
동진. 미연 걸어온다.
동진 : 다 지난 얘기죠.
동진. 짧은 한숨을 쉬더니 미연에게 목례하고 빌라 안으로 들어간다.
미연이 동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조금 어려울지도...... 미연은 그렇게 생각한다.
S#30. 병원 복도(낮)
책을 실은 카트를 밀면서 지호와 준표가 걷는다.
준표 : 말하자면 동진이랑 은호씨랑 동시에 첫 눈에 반한거지. 그렇게 시작한 사랑은 절대 안 변해.
지호 : 만물은 유전한다. 안 배웠어요?
준표 : 진짜 사랑은 안 변하는거야. 어쩔수 없이 잠시 떨어져 있을 순 있겠지.
그래도 어느 순간 다시 만나게 돼있어. 운명처럼....
지호 : 닥터공의 첫사랑처럼요?
준표 : 그렇지
(소리) : 준표야!!
돌아본다.
만삭의 30대 여자가 준표에게 다가온다.
여자 : 준표 맞지?
준표 : (못 알아본다) 예....
여자 : 나 연이야. 우리 같은 동아리였잖아.
준표, 놀란다.
지호, 오오.....재밌겠는데...
연이 : 어머, 너 의사됐구나, 계속 유급되고 그래서 학교 관둔 줄 알았는데.....
준표 : 너.....너.....
연이 : 너 무슨 과야?
준표 : ....산부인과.
연이 : 어머 잘 됐다. 담당의사 너로 바꿔 달래야지. 너 애 잘 받지?
준표 : 어? (지호 눈치를 본다)
지호, 안 보는 척 웃는다.
연이 : 잘 해줘야 돼. 언제 우리 신랑이랑 밥 한번 먹자. 야. 너 한 달에 얼마 버니?
지호, 처음엔 재밌다가 준표의 절망하는 표정이 좀 안쓰러워진다.
S#31. 숲(밤)
술잔을 내려놓는 준표.
지호, 준표가 좀 안 돼 보이기도 한다.
준표 : 이건 꿈이야.
지호 : (조심스럽게) 꿈은 아닌데요...
준표 : (안 듣는다) 나의 연이가.... 제비꽃 같고, 코스모스 같은 나의 연이가...
한달에 얼마 버냐구? 이건 아니야. 절대 아니야.
준표. 테이블에 엎드린다.
지호 : (꿍시렁댄다) 사람에 따라 궁금할 수도 있고 그런거지 뭐.
준표 : (홱 고개 들며 울먹울먹) 난 사랑을 했는데 내 사랑은 어디 간거야?
내 청춘의 한 페이지는 어디 간거냐구? 나의 유급은 뭣 때문이었어?
지호 :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안되죠.
준표, 절망한다.
‘연이야. 연이야. 그건 연이가 아니야. 연이가 아니라구’
S#32. 헬스룸(낮)
런닝머신 중인 정우성, 목에 걸린 핸드폰이 울린다.
런닝머신에서 내려오는 정우성.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사라진다.
런닝벨트는 혼자 돌아간다.
윤희, 혼자 도는 런닝머신을 끄려는데, 그녀의 시야에 꽃미남이 포착된다.
윤희 : (꽃미남 쪽으로 달려가며) 호흡에 신경 써야죠.
스트레칭룸에서 나오는 미연,
땀 닦으며 런닝머신쪽으로 다가간다.
은호 : 미연아.
미연, 돌아본다.
은호 : 다음 주 모자 수영반 시간이....
그 순간, 기우뚱하는 미연.
꽃미남을 지도하던 윤희.
윤희의 적극적 지도에 부담스러워하던 꽃미남.
은호, 그 밖의 헬스룸 사람들의 놀라는 모습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미연. 허리를 움켜진다.
S#33. 병원 진료실(저녁)
준표는 창 밖을 보고 있다.
지호가 빼꼼히 들어온다.
힐끗 돌아볼 뿐, 다시 창 밖을 본다.
지호 : 초콜릿 줄까요?
준표 : 됐다.
지호 : 단거 먹으면 실연의 상처가 낫는다는데...
준표 : ....
지호 : 닥터공이 기운 날 소식 알려줄까요? 미연언니가 다쳤대요
준표 : (창밖을 보며) 내가 새디스트냐?
지호 : 하루 병원에 있어야 돼서 오늘밤엔 언니가 솔이 데리고 잔대요.
준표, 표정 변화 없이 창 밖을 보고 있다.
지호 : (살피듯이) 미연언니네 집이 형부 앞집이랬지 아마.
준표의 뒷모습, 끄떡없다.
지호, 재미없다.
그러나 앞모습의 준표는 씨익 웃고 있다.
S#34. 영어마을 입구(낮)
부잣집 사모님들이 잘 차려 입고 고급차 옆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츄리닝 차림의 은호, 왠지 주눅들어있다.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각자 엄마를 만난다.
은호 : 은솔아.
은솔, 뚱한 얼굴로 은호를 쳐다본다.
S#35. 미연의 집 거실(낮)
은호와 은솔이 들어온다.
은솔, 가방을 벗는다.
은호 : 걱정할거 없어. 하룻밤이니까... 내일이면 엄마 퇴원할거구. 선생님도 이것저것 잘해.
은솔 : (시큰둥하게) 네...
은호 : (팔을 걷어부치며) 자. 뭐할까? 집에 오면 뭐하니?
은호, 주방으로 가더니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낸다.
은호 : 우유 먹게?
은호가 다가가지만.
은솔, 익숙하게 컵을 꺼내 우유를 따르고 남은 우유는 다시 냉장고에 넣은 다음 우유를 마신다.
다 마신 컵을 물에 헹궈 다시 엎어놓는다.
그 사이 은호는 우물쭈물 들썩거리며 뒤만 쫓아다닐 뿐....
은솔, 양말을 벗은 뒤 뒤집어서 세탁바구니에 넣는다.
은호, 감탄한다.
은솔. 오디오를 작동시키며 은호를 흘깃 본다.
은솔 : 30분 동안 영어 들어야되요.
오디오에서 영어가 나온다.
은솔이 따라 한다.
은호, 뻘쭘히 서있다가 걷어붙인 옷소매를 주섬 주섬 내린다.
S#36. 고깃집 홀(밤)
준표가 누군가를 찾느라 방마다 문을 열고 확인한다.
S#37. 고기집 룸(밤)
이제 막 시작한 듯 불판에 올려지는 고기들.
서점 직원들의 송년회 회식자리.
진명, 미화, 정화, 재범, 동진을 비롯한 10여명이 회식 중이다.
(재범과 동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다)
동진 : 자. 빈속에 한잔해야지. (정화 잔에 술 따르며) 우리 정화씨. 올해 수고 많았어.
정화, 배시시 웃으며 술잔을 받는다.
동진 : 오늘 모두 죽는거야. 잔 채웠지? 자 다같이. (큰소리로) 2006년을 위하여
(준표) : 동진아!
‘위하여’를 외치려던 사람들, 돌아본다.
준표가 문 앞에서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한다.
저 녀석이 왜 왔지? 동진의 놀란 얼굴.
S#38. 준표의 차 안(밤)
준표가 운전하고 동진이 운전석에 앉았다.
동진 : 그럴 애가 아닌데?
준표 : (켕기는데가 있지만) 애가 놀래갖고, 먹지도 않고 울기만 하면서 실전화 아저씨 불러달라고....
(동진, 눈치를 본다)
동진 : 그럴 애가 아닌데...
준표 : 여섯 살짜리가 여섯 살짜리지.... 뭐가 그럴 애가 아니야.
동진 : 그래서 지금 혼자 있대?
준표 : (찔끔한다)....어
동진 : (혼잣말한다) 그럴 애가 아닌데....
준표, 동진의 눈치를 흘깃 본다.
(지호) : 언니, 형부, 은솔이..... 3인 가족을 체험하는거죠. 게다가 장소는 밀폐된 가정집.
준표, 자기도 모르게 ‘으흐흐흐’ 웃는다.
동진이 움찔하며 쳐다본다.
S#39. 빌라 단지(밤)
준표의 차가 멈춘다.
동진이 내리다가
동진 : 근데 너....
준표 : 응?
동진 : 그거 알려줄려고 직접 왔냐..... 너 언제부터 이렇게 착했냐?
준표 : 내가....마....내가.....출산장려회 회원이잖아. 아이에 대한 무한책임....
동진 : (그런가....) 잘 가라.
준표 : 파이팅!!
동진은 안으로 들어가고
준표는 차를 출발시킨다.
S#40. 미연네 집 주방-현관(밤)
은호가 돈까스를 가위로 잘게 자른다.
은호 : (유아언어로) 꼭꼭 냠냠 씹어먹어야지. 안 그럼 배가 아야아야하지.
(포크로 찍어 은솔의 입에 갖다대면서) 자 아~
은솔 : (은호를 스윽 쳐다보더니) 잘 먹겠습니다.
젓가락으로 집어먹는다.
은호, 무안하다. 은솔이 주려던 걸 자기가 먹는다.
초인종소리....
은호 : 누구세요.
은호, 문구멍으로 내다본다.
S#41. 문 앞(밤)
문이 열리고,
은호의 시큰둥한 얼굴을 보자마자
동진 : 준표 이 자식....
S#42.미연의 집 거실(밤)
한글 비디오를 보는 은솔.
동진과 은호는 자석 블록을 갖고 놀고 있다.
멀리서 봤을 때. 행복한 3인 가족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진 : (대놓고 하진 못하고 툴툴댄다) 그게 거기 맞다고 생각하나 봐?
은호 : (역시 딴데 보면서) 자기거나 신경썼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 나는.
동진 : 눈앞에서 이러니 못 본 척 할 수도 없고....
은호 : 자기 앞가림도 못 하는 사람이 원래 말이 많지....
동진, 은호가 만드는 것을 힐끗 보더니 픽 웃는다.
은호, 감정 상한다.
은호 : 왜?
동진 : 그게 뭐냐?
은호 : 자동차!!
동진 : (대놓고 웃다가) 은솔아. 저게 자동차랜다.
은호 : (은솔에게) 자동차 같지?
은솔 :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tv를 본다)......
동진, 일부러 크게 웃는다.
은호 : 당신 건 뭔데?
동진 : 은솔아. 이건 뭐 같애?
은솔 : .....교회?
동진 : (득의 양양하게) 그렇지!!
은호 : 집에 안가? 꾸역 꾸역 눌러앉네?
동진 : 은솔이땜에 안가는 거야. 얘가 지금 얼마나 불안하겠냐? 엄마 없이 낯선 아줌마랑.
은호, 은솔을 본다.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tv에 열중한 은솔, 마침 배시시 웃는다
동진 : 얘가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은호, 픽픽 웃으며 장난감 상자 쪽으로 간다.
동진 : (만들면서 은솔이에게) 실전화 왜 안 해?
은솔 : (은호 눈치를 슬쩍 보면서 퉁명스럽게) 할 얘기가 없으니까.
동진 : 어렵게 만든 건데 아깝잖아.
은호는 장난감 이것저것을 구경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빌을 발견한다. 나무로 만든 고가품이다.
은호가 버튼을 누르자 음악이 흘러 나온다.
동진이 바라본다.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
은호도 그 음악을 기억해낸다. 꺼보려고 하지만 끌 수 없다.
등 돌리고 선 은호.
S#43. 아기방(낮-2년 전)
앞 씬에 이어 계속되는 음악.
벽지. 장난감. 아기 침대 등 아기용품으로 채워진 아기방.
모빌이 돌아간다.
만삭의 은호가 동진에게 눕듯이 기대어 모빌에서 새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다.
은호도 동진도 행복에 겨운 얼굴이다.
S#44. 은솔의 침실(밤)
은솔, 책을 보다가 가물 가물 잠들려고 한다.
은솔이 잡고 있는 책을 은호가 조심스럽게 뺀다.
S#45. 미연의 집 거실(밤)
동진. 장난감을 치우다가 스웨터 상자를 발견한다.
남자 스웨터.
거의 완성된 스웨터의 팔길이를 대본다. 맞는다.
은호 나오는 소리에 후다닥 밀어넣는다
동진 : 자?
은호 : 어.
잠깐의 침묵을 부담스러운 두 사람
동진 : (일부러 하품한다) 아우 졸려..... 가야겠다.
은호 : (안심된다) 그래.
동진이 나가자마자 은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S#46. 문 앞(밤)
문을 닫자마다 동진의 얼굴도 변한다.
문에 등을 기댄 채 한참이나 그렇게 서 있는다.
S#47. 베란다(밤)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빌라단지.
미연의 빌라에서 나온 동진이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걸 은호가 내려다보고 있다.
미연의 베란다에서 동진의 침실로 연결된 가느다란 실
은호가 종이컵을 집어든다.
입에 대본다. 뭐라고 말하는데 입모양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동진의 집에 불이 켜진다.
은호가 몸을 숨기듯 거실로 들어온다.
S#48. 스튜디오(밤)
‘목사님. 목사님. 우리목사님’ 상담코너가 진행 중이다.
유기영과 진행자가 상담 중이다.
스튜디오 밖에선 피디가 전화를 받고 있다.
S#49. 미연의 집 거실(밤)
무선 전화기로 통화 중인 은호.
(피디) : 앞에 한 분 있으니까 10분쯤 기다리셔야 되거든요.
은호 : 네.
은호, 모빌의 버튼을 누른다.
S#50. 아기방(2년 전. 낮)
은호가 벽에 기대있다.
문 앞에 서 있는 유기영.
은호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
유기영 : 은호야...
은호 : 기도하자고 하지 마요.
유기영 : 은호야!
은호 : 하나님의 뜻이라고도 하지 마요.
유기영 : 지금 당장은 이해 못 하더라도....
은호 : 운명이라고도 하지 마요. 죽을려고 태어나는 운명이 어딨어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도 용서 못 해요. 그런 뜻은 난 몰라요.
유기영 : 지금 네가 슬프고 화나는게 아이 때문이냐? 아이를 잃은 너 때문이냐?
은호 : .....
유기영 : 지금은 아이를 위해서만 슬퍼해라. 널 위해 우는 건 나중에....
은호 : (소리친다) 그래서 아버지는 엄마가 죽었을 때 안 울었어요? 엄마를 위해선 슬프지 않아서?...
아버지를 위해선 얼마나 울었는데요. 엄마를 잃은 아버지는 얼마나 슬펐냐구요.
유기영, 패악을 부리는 은호를 바라본다.
(은호) : 그것이 아버지와 딸로 나눈 마지막 대화.
S#51. 미연의 집 거실(밤)
은호, 전화기를 든 채 생각 중이다.
(은호) : 화를 냈지만, 아버지 말에 위로를 받은 것도 사실이었다.
(피디) : 2번 전화거신 분. 잠시 뒤에 상담 들어갑니다.
옛날 생각에서 깨어나는 은호, 전화를 끊는다.
(은호) : 지금은 무엇을 위로 받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6화-되풀이되는 시행착오
S#52. 스튜디오(밤)
진행자 : 다음은 2번 전화 받겠습니다. 광주 사는.... (피디의 아니라는 제스쳐 보고)
아 3번전화가 연결 되어 있다는군요.
유기영이 피디를 슬쩍 본다.
S#53. 서점(낮)
동진이 서가 사이를 지나고 있다.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던 동진의 시선이 서가 건너편의 남학생과 마주친다.
책을 훔치던 남학생.
서가 사이로 숨는다.
동진이 빠릿해진다. 남학생 쪽으로 건너간다. 남학생, 빠른 걸음으로 도망친다.
동진이 다른 손님들을 피해가며 남학생을 쫓는다.
소란을 피울수는 없다. 손님을 상대하던 재범과 눈이 마주친다.
동진이 남학생 쪽을 손짓한다. 재범도 움직인다.
출입구를 향해 뛰는 남학생
S#54. 서점 입구(낮)
남학생이 뛰쳐나온다. 입구가 보이자 전력 질주하는 체격 좋은 남학생.
동진도 뛰기 시작한다. 재범도 뛴다.
재범이 앞을 막아서는데 남학생이 밀어버린다. 넘어지는 재범.
동진이 남학생의 뒷덜미를 움켜쥐려는 순간. 몇 미리 차이로 남학생, 입구를 빠져나간다.
S#55. 서점 앞(낮)
서점에서 나오는 남학생. 뒤를 슬쩍 돌아본다.
동진과 재범의 허탈한 얼굴을 보며 씨익 웃으며 뒤로 돌아서려는 순간 뭔가에 부딪쳐 쓰러진다.
유리의 팔에 부딪친 것 (레슬링 기술 중에 있는 크로스 어택?)
쓰러진 채로 유리를 올려다보는 남학생.
S#56. 카페(낮)
남자 꼬마아이가 케익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어딘가를 본다
엄마 : (낮은 소리로) 앞에 봐!!
꼬마가 쳐다보는 창가자리.
검은 옷으로 전신을 감싼 거구의 유리와 동진이 앉아있다.
동진 : 그러고 노인들 앞에 나타나지 마라. 데릴러 온 줄 안다.
유리 : 내가 저승사자였으면 당신부터 잡아갔어
동진 : 그거 니가 말하면 농담 아니다. 듣는 사람 섬칫해.
유리 : 은호씨 남자네 집에 인사갔다며?
동진 : 언제적 얘기야.
유리 : 왜 안 말렸어?
동진 : 말린다고 들을 애냐?
유리 : 비꼬고 놀리니까 그렇지.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말해봐
동진 : ....
유리 : 은호씨가 소개해준 여자, 당신 좋다고 그런다며? 당신은 어때?
동진 : ....
유리 :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확실히 했어?
동진 : (우물쭈물) 내가 왜 너한테.... 그런 얘기를 해야는데....
유리 : 늘 그런 식이지. 나쁜 역할은 요만큼도 하기 싫은거야.
당신이 애매하게 구니까 주변 사람이 상처받는다구
동진 : (할말 없지만) 작정하고 왔구나.
유리 : 애가 잘못됐으면 다시 만들면 되잖어.
동진 : 애가 지점토냐. 뚝딱하면 만들어지게.
유리 : 노력도 안 했잖아? 얼굴보고 살 용기도 없고. 헤어질 용기도 없는 거잖어. 비겁하게....
동진 : (울컥한다) 남의 일에 너무 지나친 거 아냐? 우리한텐 우리 사정이란게 있다구.
유리 : .....
동진 : (유리가 조용하자 필 받아서) 그렇잖아. 우리 일에 참견할 이유 같은 거 유리씨한테 없잖아.
유리 : 미안해. 아무것도 아닌게 참견해서... (나간다)
동진 : (유리가 그렇게 나오자 미안하다. 쫓아나가며) 아니....야.....그렇게 말하면 내가 또 미안해지지.
동진 계산하느라 유리를 놓친다.
S#57. 호텔 앞(저녁)
동진이 호텔로 들어간다.
S#58. 레스토랑(저녁)
동진이 웨이터의 안내를 받는데 기다리던 미연이 활짝 웃으며 손을 든다.
미연은 공들여 꾸미고 나왔다.
동진이 자리에 앉는다
동진 : 좀 늦었습니다.
미연 : (들떴다) 아니예요. 내가 일찍 나온걸요. 동진씨 전화 받고 너무 놀랐어요. 뭐예요? 할 얘기란게?
동진. 미연을 바라본다. 결심을 굳힌다.
(동진) : 미연씨가 날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제 의사를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미안합니다. 난 미연씨 마음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동진 : (숨을 들이킨 뒤) 미연씨가....
미연 : (동시에) 동진씨가....
동진 : (먼저 얘기하라고)
미연 : 동진씨가 솔이 빼고 우리 둘이 만나자고 그랬을 때... (수줍다) 너무 기뻤어요. 못된 엄마죠.
동진 : ....
미연 : 하실 말씀 하세요
동진 : (어색하게 웃는다)....밥 먹고 천천히 하죠.
(점프)
식사가 거의 끝나간다.
동진. 계속 미연의 눈치를 본다. 갈수록 고백하기가 어려워진다.
미연 : 여기 어때요? 전에 몇 번 와 봤는데 좋더라구요.
동진 : 좋네요.....조용하고.
(동진) : 비싸고...
미연 행복하게 웃는다.
(동진) : 맨 정신엔 안 되겠다
동진 : 간단하게 술 한잔...
미연 :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여기 바 괜찮은데...
S#59. 엘리베이터 앞(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미연과 동진.
동진. 미연을 곁눈질한다.
미연이 동진의 시선을 느끼고 활짝 웃는다.
동진 : 잠깐 화장실 좀....
S#60. 남자화장실(밤)
동진이 거울을 보며 마인드 컨트롤 중이다.
(동진) : 도망가지 마라. 이동진. 언제 거절해도 거절할거면 빠른게 좋아.
동진. 자기 뺨을 찰싹 찰싹 때린다.
S#61. 로비(밤)
화장실에서 나오는 동진.
미연을 찾는다.
좀 떨어진 곳 어떤 남자와 이야기중인 미연은 겁에 질려있다.
언젠가 책 표지에서 봤던 그 남자는 조재문이다.
조재문은 빙글 빙글 웃고 있지만
미연은 고양이앞에 쥐처럼 눈도 못 마주치고 얼어있다.
동진이 그 쪽으로 다가간다.
조재문 : 잠잠하다 했더니 또 시작했나 봐. 남자는 어디 가셨나?
미연 : (간신히) 상관 없잖아요
조재문 : (빙글거리며) 상관 있지. 애 혼자 두고 남자랑 놀러다니는 거, 그게 엄마가 할 짓이야.
미연 : 당신두 여자랑 놀러다니잖아요
조재문 : (빙글 웃으면서 한발 다가선다) 말대답까지....
미연. 주춤한다.
동진이 뒤에서 미연을 잡아준다.
조재문이 동진을 바라본다.
미연 : (동진의 팔을 움켜쥔다) 동진씨....
조재문 : 아.....안녕하세요? 난 이 여자 전 남편되는 사람입니다. (깔보는 시선으로 동진을 힐끗 바라본다)
동진 : (괜히 욱해서) 나는 이 여자 현재 애인되는 사람입니다.
미연이 동진을 바라본다.
조재문 : (움찔하지만 곧 미연에게) 여기 방 잡았어? 내가 준 카드로....
미연이 굴욕감으로 고개를 숙인다.
조재문 : (동진에게) 내가 애 양육비로 카드를 줬는데. 카드 내역서 보면 가끔 호텔이 찍혀있더라고......
참 대단한 여자죠. (미연에게) 당신은 아무리 좋은 남자가 생겨도 재혼 못 해.
내가 주는 돈이 아까워서.... 안 그래? (마지막엔 동진을 보며 말한다)
동진. 주먹을 움켜쥔다. 한대 쳐줄까?
그러나 동진이 돌아선다. 미연이 멀어지는 동진을 야속하게 쳐다본다.
조재문, 킥킥 웃는다. 조재문의 뒤에서 여자가 조재문을 부른다. ‘그만 가요...’
조재문, 그 여자에게 가려는데.
동진이 프론트에서 키를 받아들고 다시 돌아온다.
동진 : (조재문을 쓰윽 쳐다보며) 미연씨. 가요.
동진이 미연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조재문이 똥씹은 얼굴로 바라본다.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동진이 미연을 이끌고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S#62. 호텔 복도(밤)
미연이 흐느낀다.
동진은 여전히 미연의 손을 잡고 있다.
미연 : (울먹인다) 내가 바보예요. 카드 내역서에 호텔이 있으면 열 받겠지.
날 때린 거에 대해 복수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바보예요.
동진이 미연의 어깨를 잡아준다.
(동진) :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직후 5대 5 미팅.
구석에 주눅 든 여자애가 있었다. 목 근처에 파란 반점이 눈에 띄는 여자애였다.
S#63. 호텔 객실(밤)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침대 끝에 앉아있는 동진
(동진) : 내가 지명했을때 그 여자애가 제일 놀랐다. 그렇게 시작된 연애를 3개월이 안 돼 끝났다.
어쩌면 그때 모르는 척 하는게 그 여자애에게 덜 상처였을지도 모른다.
미연이 나온다.
눈이 빨갛다. 세수를 해서 화장이 지워진 얼굴로 미연이 웃어보인다.
미연 : 고마워요.
S#64. 택시(밤)
동진과 미연이 앉아있다.
(동진) : 똑같은 잘못을 하고 있는지 몰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S#65. 빌라 앞(밤)
택시에서 내리는 두 사람.
미연과 동진이 가볍게 인사하고 각자의 집으로 들어간다.
(동진) : 어설픈 친절이 더 큰 상처를 줄지도 몰라. 그런 생각도 했다.
S#66. 은솔의 침실(밤)
열린 문틈으로 새들어오는 불빛.
은솔이 잠들어있다.
미연이 침대에 엎드린 채 은솔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미연 : (혼잣말한다) 너한테 좋은 아빠를 만들어 줄려고 시작했는데....
어떡하니? 솔아. 엄마가 더 좋아하게 돼버렸어....
S#67. 동진의 침실(밤)
동진이 캔맥주를 들고 들어오는데 종이컵이 움직인다.
창문을 연다.
잠옷차림의 은솔이가 베란다에 서 있다.
동진이 종이컵을 귀에 댄다.
은솔 : 제 아빠가 돼주시면 안돼요? 만약 아빠가 돼주시면..... 열심히 해서 착한 딸이 될게요.
동진이 은솔을 바라본다.
늘 뚱한 얼굴로 동진의 시선을 피하던 은솔이 동진을 바라본다.
(동진) : 실수에서 배운다는데.... 나는 그러지를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