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아니, 모든 스포츠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아마도 축구를 좋아한다고, 아니, 축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국가대표급 경기만 벌어지면 열혈 서포터가 되는 대한민국의 축구팬들에게 예상치 못한 쇼크를 안겨준 21일 올림픽 대표팀 친선시합 한일전을 보면서, 나는 줄곧 환경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스포츠는 개인의 재능과 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절묘하게 결합되었을 때 빛을 발한다. 아마야구의 왕국 쿠바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엎고 세계를 휩쓸고 있다면, 축구의 제국 브라질의 아이들은 태어날 때 부터 공들에 둘러싸여 인생을 시작할 정도의 은혜스러운 환경에서 자란다.
상하이신콰, 다이렌등으로 유명한 중국 역시 축구의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고 국가적 차원과 사회적 환경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차이나 리그를 제패한 상하이신콰의 경우, 자기들의 훈련장에 오면 우승의 이유를 알수 있다고 스스럼없이 밝힌다.
연습용 잔디그라운드가 무려 11개, 체형별 나이별로 구성된 각종 트레이닝장, 실내풀장은 물론이요, 1급 영양사들이 공급하는 급식들. AC 밀란, 레알마드리드 보다 좋은 시설을 자랑하는 상하이신콰구단. 이 구단은 영재교육에 목숨을 건 것으로도 유명하다.
6살때부터 일년에 약 300만원의 수업료를 들여 상하이신콰 초등학교에 들어간 학생420명은 제대로된 정규교육을 수행하면서 짬나는 시간은 무조건 축구로 인생을 보낸다. 도중 탈락하는 학생들은 물론 학교를 그만둔다. 그리고, 점점 성장하면서 자신이 다른 동급생들보다 실력이 안된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스스로 진로를 바꾼다.
유럽축구를 동경하면서, 실제로 일본의 클럽시스템을 본따면서 자신들의 국가주의적 환경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일본같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할수 없는 정규교육시스템마저 갖춘 나라. 중국이다. 솔직히 부럽다. 그리고, 두렵기도 하다. 빡빡한 입시 교육은 물론이요, 그렇다고 엘리트 체육교육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한국의 축구환경을 떠올릴 때마다, 짱깨들에게 언젠가 추월당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일본의 축구를 보면서 부러운 것은 <방송국>이다. 넘쳐나는 엔화를 감당하지 못해서 낭비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들때가 있긴 하지만, 정말 방송국의 자세가 틀리다. 30분짜리 심야 축구방송에 빅시나 리토르바시키, 스코이치콥, 로베카로등등이 출연하여 프리킥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올리버 칸이 골키퍼의 자세에 대하여 실제로 보여주는 부분에 이르면 솔직히 너무나 부럽다.
겟스포츠에서는 타카키(전 일본국가대표 포워드)가 해설자로 나와 히라야마의 플레이를 분석하고, 3달에 한번씩 아사마데나마테레비에서는 축구만 가지고 5시간 동안 토론한다. 방송국과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주간 축구잡지들의 힘. 일본축구는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재방송으로 국가대표의 경기를 떼우는 대한민국의 방송국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쓰리다 못해 이지러진다.)
애정이라곤 전혀 없는 선정적인 찌라시들과 재방송 전문인 방송국들. 분석과 통찰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신력 해이만을 강조하는 스포츠 기자들은 오늘도 머 씹을 거리 없나 하면서 인터넷을 뒤져 보고 있지 않을까?
이번 올림픽 대표의 경기는 어떻게 보면 질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야마모토 감독은 60명을 소집하여 그안에서 20명을 추리는 36일 훈련계획을 짰었다. 얼마전 있었던 일본국대의 월컵 1차전 오만전에서는 다나까 타츠야나 이시카와등 충분히 국대 후보급 실력을 가진 선수들도 선발되지 않았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2원적인 소집이 가능할 정도로 일본의 선수층이 두텁다는 것이다. 36일의 훈련과 단 이틀의 훈련. 게다가 주전 4명은 3일전의 레바논전에 투입된 선수들이다. 아무리 개인개인이 천부적인 재능을 소유했다고 할 지라도 이런 무계획적인 선수소집 스케쥴에서 적응할 수는 없다.
차라리 나는 진 게 잘된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스쿼드가 아무리 최강이라도 지휘자가 그 스쿼드만을 믿고 손놔버리면 아무것도 안되는 게 아닌가 하는 예를 이번에 보여 주었으니, 김호곤 감독이 다음부터는 계획성 있게 임했으면 좋겠다는 자극을 선사했기 때문에.(설마 저렇게 완패 당하고도 아무 생각없으면 말이 안되겠지?)
오늘, 가와부치 사부로라는 축구인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일본축구협회가 그간 공들여 기획한 "초등학교 운동장을 잔디구장으로 만들기 계획"에 따라 제 1호 잔디구장이 초등학교에 들어섰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잔디구장이 생김으로 인해, 많은 어린이들이 보다더 스포츠를 사랑하게 되겠지요. 다칠 염려없이 스포츠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서 스포츠가 좋아진다면, 어린이들이 더욱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축협의 고생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길게 내다 보고 환경을 만들 수 있는 플랜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글구, 우리도 이젠 선수층 두텁게 해서 따로따로 한번 공 차보자. 솔직히 몇몇 어린 선수들은 넘 불쌍치 않냐?
야마모토나 쿠엘류 감독이 이야기한 경쟁시스템도 한번 도입해보고.(이번에 일본 올대에 오오쿠보 빠진 것 봤지?) 서로서로에게 자극도 주고 좋을 것 같은데. 이번 올대의 축구가 웬지 매너리즘에 빠진듯한 느낌을 받은 사람은 나뿐일까?
어차피 올림픽 끝나고 결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여전히 김호곤 감독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있음. 지금을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없고... 만약 무리한 일정 때문이라면, 그런 것을 축협과 조정할 정도의 능력을 감독들에게 기대해서는 안되는 것인지...
천안문 사태(?) 이후 모든 실외 집회가 금지된 나라에서, 축구라는 큰 볼거리(?)와 도박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소재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봅니다...아울러 우리보다 더 철저한 자본 논리가 지배되는 중국인들에게, 육체의 노력(?)을 통해서 최고의 부를 얻을 수 있는 축구는 엄청난 로또라고 할 수 있죠...
일본의 경우는 선진시스템 도입한지 한 십년되지 않았나. 그렇지만 아직 우리를 완전히 넘어서진 못한거 같고..왠지 정체되어있다는 느낌이 들기도하고.. 90년대중후반만 하더라도 한국은 간단히 넘어설거처럼 보였는데..우리축구가 그렇게 강한건가? 아니면 알게모르게 축협이나 프로팀들이 대책을 세우고 있는건가?
첫댓글 머.. 축구나 스포츠 뿐만 아니라.. 우리나란 거의 모든 분야가 그러하져 ㅎㅎ 키워주는 분위기 절대 없고, 싹필때 안밟히면 다행이고.. 좀 하면 닳도록 써먹고 쓸모없어지면 퇴출... 다 알아서 커라 이런 분위기니.. 쩝
한번 지면 늘 나오는 원론적인 얘기에도 지쳤음. 이번 패배는 그냥 일본 감독의 전술과 우리 팀에 대한 치밀한 연구 결과라 사료됨. 물론 그것에 호응한 일본 선수들도 훌륭했고...
태빠/ 어...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원론적인거를 한번씩 이야기해서 자극을 주어야만....^^
어차피 올림픽 끝나고 결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여전히 김호곤 감독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있음. 지금을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없고... 만약 무리한 일정 때문이라면, 그런 것을 축협과 조정할 정도의 능력을 감독들에게 기대해서는 안되는 것인지...
좀 다른 얘기지만....중국은 복권이나 도박 열풍이 상당합니다...작년 11월 중국갔을때 본 광경인데, 특이하게도 길거리에서 복권 추첨을 하더만요, 거의 여의도 집회 수준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축구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합니다....
천안문 사태(?) 이후 모든 실외 집회가 금지된 나라에서, 축구라는 큰 볼거리(?)와 도박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소재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봅니다...아울러 우리보다 더 철저한 자본 논리가 지배되는 중국인들에게, 육체의 노력(?)을 통해서 최고의 부를 얻을 수 있는 축구는 엄청난 로또라고 할 수 있죠...
선수가 되든, 관람자가 되든.....물론 제 생각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선진시스템 도입한지 한 십년되지 않았나. 그렇지만 아직 우리를 완전히 넘어서진 못한거 같고..왠지 정체되어있다는 느낌이 들기도하고.. 90년대중후반만 하더라도 한국은 간단히 넘어설거처럼 보였는데..우리축구가 그렇게 강한건가? 아니면 알게모르게 축협이나 프로팀들이 대책을 세우고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