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론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있지만 봄은 온 것 같다.
벌써 매화는 지고 있다.
고향에 온 지 닷새 째다.
거름 내고 밭 일구고 잡초 제거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힘이 많이 든다.
아니 힘이 부친다.
늙어서 농사짓는 거 아니라던데
그말에 수긍을 한다.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수익은 한 푼도 없는
그런 돈 안 되는 일을 왜 하냐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친구 녀석이 있다.
내가 그런다.
비싼 돈 드리 골프치러 가는 게
니 취미생활이듯이
내가 그런 취미생활 한다고
촌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거다.
심어 가꾸는 재미
싹이 돋아나는 그 모습
꽃 피고 열매 맺는 작물
수확해서 나눠주는 재미
그 무엇보다 흙 냄새
그건 고향 냄새고 할머니 할아버지 냄새다.
또 어머니 아버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식탁이 풍성하다.
풋마늘, 파, 시금치, 겨울초, 봄동, 원추리, 방풍, 쑥, 냉이...
국으로 나물로 장아찌로 김치로 식탁에 올라온다.
이런 냄새로 이런 맛으로 촌에 산다.
다소 힘에 부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손녀가 보고 싶고 모임에서 오라 하고
살짝 도회지가 그리워지면 다대포로 훌쩍 떠난다.
취미생활 하러 나가야겠다.
봄날 감기 조심하시게.
2024.3.11. 삼천포서
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