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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지맥 3구간
2009.03.08 (일)
산길 : 칠송고개~풍취산~전재
거리 : 17.9km
(구간거리)
칠송고개~3.4~고들고개~1.4~덕고산~4.7~봉화산~7.4~풍취산~1.0~전재........17.9km
Cartographic Length = 20.1km / Total Time: 06:00
횡성군에서 놀았다.
둔내면에서 시작을 해서 덕고산에 올라 안흥면을 만나고 마치는 전재까지 안흥면이다. 우측으로는 내도록 우천면계를 밟는다. 덕고산, 봉화산, 풍취산등 나지막한 산이긴 해도 이름을 가진 산이 세 곳이다만 정상석은 한군데도 없고 조망 역시 기대에 못미치는 봉우리였다. 봉화산을 지나 풍취산으로 가면서 본 풍취산의 그림은 어마어마한 매화산의 그늘에 잠겨 마치 엄마의 품속에 노는 아이같은 모습이었다.
영동고속도로를 한번 건너고 다시 넘어왔다 도로 건너가는데, 호남정맥 88고속도로에서도 그랬지만 한번 건너간 다음 이쪽편의 얼마 안되는 산줄기는 생략을 했다. 산줄기 타고 처음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두발로 걸어서 들어가 보게 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상을 편것도 처음이다.
칠송고개에서 고들고개까지 3.4km를 한시간이 채 안걸린 만큼 경쾌한 출발이었고, 700 가까이 되는 봉우리긴 하나 바닥 고도가 500이 넘는지라 허풍 좀 보태서 땀 한방울 안 흘릴 구간이다. 능선을 넘는 바람은 ‘산들산들 봄바람’ 이었고 땅바닥에는 새파란 싹들이 막 터지며 봄맞이에 분주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산행하기에 딱맞는 날씨였다.
(시간표)
10:25 칠송고개
11:03 황재
11:19 고들고개
11:50 덕고산
12:37 횡성휴게소
13:25 봉화산
14:42 △688.0
15:14 △651.4
15:35 새터마을
15:57 풍취산
16:25 전재
10:25 칠송고개 (567m)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 칠송배기 마을이다. 현천리는 검을玄에 내川. 일명 ‘가무내’로 불리며 조금만 가물어도 강물이 마른다는 뜻이란다. ‘칠송배기’는 이 마을에 큰 가지가 일곱 개로 뻗쳐있는 소나무가 있었다고 그렇다는데, 칠송배기 마을은 축산연구센타가 들어오면서 통채로 이주 당했다. 6번국도에서 축산기술연구센타로 가는 길을 따라 들어가면 왼편으로 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횡성한우의 종자개량, 육질 등을 연구하는 곳이다. 유명한 횡성한우의 핵심기술은 이곳에서 다 나오는 모양이다.
횡성한우 소개 글에도 “해발 600m에서 자라는...”에서 알 수 있듯이 눈으로 보기에는 평지 같지만 칠송고개 해발이 600 가까이 된다. 축산기술연구센타 북쪽영역이 영월지맥 마루금이다. 고개를 살짝 넘으면 작은 마을이 보이고, 왼쪽(서)으로 들어가는 수렛길이 있다.
수렛길 따라 들어가서 바로 능선에 붙으면 축산기술연구센타 영역이면서 둔내와 우천의 면계가 된다. 둔덕을 살짝 넘어 내려서면 자연스레 연구센타 부지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고 구내도로에 내려서게 된다.
목장초지의 가장자리를 따라 도는 길을 따른다. 왼편으로는 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아직은 철이 아니라 누른 황금빛 초지에 소는 보이지 않는다. 도로가 왼쪽으로 굽어돌고 마루금은 우측 능선이나 굳이 올라설 생각을 않는다. 지척에 나란히 가는 조은길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멀리 아래로 보이는 축사에는 수 십마리 소떼가 보인다. 파란풀이 돋아나면 아주 이국적인 풍경이 되겠다. 백두대간 대관령 구간은 일부러 풀이 돋아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나간 추억이 있다.
구내도로가 왼쪽으로 휘어져 내릴 무렵, 더 이상 요령 피우다가는 마루금과 아주 작별할 판이라 우측 능선으로 스며든다. 칠송고개 출발 23분이다. 우측 아래 함수동이 보이는 안부에서 다시 마루금에 복귀를 하고, 역시 연구센타의 서쪽 경계다. ×566봉을 지난 짤록한 안부에서는 왼쪽 수렛길을 따라가도 황재정상으로 연결이 되지만 앞 봉우리를 마저 넘었다.
(축산기술연구센타)
11:03 황재 (538m)
2차선 아스팔트인 6번국도다. [우천면 둔내면 경계, 황재정상입니다] 큰 도로 이정표가 서있다. 유래를 찾아보면 고갯길이 다른 곳보다 진한 황토색을 띠어 황고개라 했다고 한다. 칠송고개에서 2.8km를 40분만에 왔으니 그만큼 길이 좋았다는 얘기다.
도로를 따라 고개넘어 건너편 산길로 들어간다. 지도를 보면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가도 고들고개로 연결이 되겠지만 산길이 훨씬 폭신하다. [횡성리조트사업부지] 프랭카드가 걸린걸 보니 이곳에도 건물이 들어설 모양이다. 곧바로 뻗는 능선을 두고 왼쪽 아래로 보이는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선다. 영동고속도로가 바로 앞에 보이고 그 너머로 덕고산이 솟아있다.
지형도상 고들고개라 표기된 곳이나 고개는 아직 멀었다. 도로 좌우는 논인데 어디가 마루금인지 분간이 어렵다. 도로를 따라 고개로 올라간다.
11:24 고들고개 (521m)
지형도상 고들고개와 차이는 있으나 근처에 고개라고는 이곳밖에 없으니 여기가 고들고개 아니겠나. 옛지도에는 高禿峴(고독현)으로 기재되어 있다. [현천4리] 버스정류장 부스가 있고 맞은편에는 노송 한그루와 덕고청풍 표석이 있다. 德高淸風은 둔내11경을 읊은 한시인데 지은 연대가 1937년이니 일제시대 때다. 내용은 글자 그대로 덕고산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고돌고개라고도 한다는데 고갯길이 곧게 뻗어있어 고들고개가 되었단다. 먼데서도 한눈에 띄는 노송이 당산나무 역할을 한다. 당산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역할도 하지만 지나가는 길손에게는 더 확실한 이정표 구실을 한다.
고속도로가 마루금을 가로지르고 있어 어디든 돌아가야 하는데, 고개를 넘어 찻길을 따라 돌면 조금 멀고, 더 빠른 길은 고갯마루 정상 100m 못 미쳐 왼편 비닐하우스 뒤로 보면 고속도로 아래로 뚫린 굴다리(수로)가 있다. 고속도로상 과속카메라 설치된 곳 바로 아래이다. 수로 형태이지만 높이가 2m 정도 되고 시멘트 바닥이라 지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첫 번째 고속도로를 마루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수월케 통과하고 다시 산길로 오른다. 첫봉을 넘은 안부에는 굴삭기 한대와 여러사람들이 묘를 만들고 있는데 장례를 치른 것 같지는 않고 이장해 온 모양이다.
덕고산을 향한 오름이 시작된다. 산행출발 한 시간이 지나 처음으로 맞는 비탈길 오름이다. 미끌리는 비탈이지만 15분이면 덕고산 분기봉이다. 즉, 덕고산은 마루금에서 60m쯤 벗어나 있다. 올랐다가 도로 내려와야 되므로 배낭을 벗어놓고 가도된다.
(고들고개)
(민족사관고등학교)
11:50 덕고산 (德高山 702.8m △안흥420)
정상에 올라서면 억새만 무성하고 잡목이 주변을 가려 조망은 신통찮다. 동쪽으로 조금 열려있어 백덕산 능선이 보일 뿐이다. 덕고산은 둔내와 안흥의 면계에 있다. 이제 내려서는 길은 왼편으로 안흥면계를 접한다.
한강기맥 삼계봉 아래에 있는 1,125봉을 덕고산이라고도 하는데, 지형도상 명칭은 아니고 산기슭에 있는 봉복사에 ‘덕고산봉복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어 덕고산이라 부르고 있다.
분기봉으로 되돌아 오니 5분도 안걸렸다. 북서쪽 내리막으로 가다가 남서쪽으로 급하게 틀어 내리고, 안부 하나 지나 올랐다 내려가면 2차선 아스팔트 도로다. 왼쪽으로는 [찐빵의 고장 안흥입니다] 간판이 보이는데 민족사관고등학교 앞으로 가는 도로다.
마루금은 여기서 북서로 고속도로를 건너가야 하는데 건널 곳이 마땅찮고 얼마안가 다시 이쪽으로 건너오게 되므로 고속도로 건너편 마루금은 생략하기로 하고, 고속도로와 나란히 이어지는 도로를 따르기로 한다. 내려선 곳에서 우측(북)으로 모퉁이를 돌면 고속도로에 바짝붙어 함께 가는 임도 수준의 길이 나온다.
고속도로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횡성휴게소 직전까지 1.6km가량 거의 직선으로 나있다. 비포장 이지만 차도 얼마든지 다닐 길이다. 도중에 한 채 만나는 민가를 왼쪽으로 돌아가면 고속도로상에 [횡성휴게소 500m] 입간판이 있다. 횡성휴게소에는 LPG충전소도 있는 모양이다. 가스차 가진 사람의 눈에 제일 먼저 띄는 그림이다. 왼쪽 능선 뒤로는 민족사관고등학교와 기숙사 건물도 보인다.
민족사관고등학교 (민사고)
96년 설립하여 올해로 10회 졸업생이 나왔다. 파스퇴르유업의 최명재회장이 영재들을 뽑아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적 지도자 양성"이라는 모토로, 정부 지원없이 전액 재단출연금으로 설립하고 초기에는 전원 무상교육,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식이었는데 요즘의 과학고나 특목고의 모델이 된 셈이다.
멀리서 보이는 큰 간판의 학교 이름이 적힌 호텔같은 신식 건물이 기숙사이고, 한옥형태의 건물이 교실이다. 언뜻 멀리서 보기엔 교실과 기숙사가 뒤바뀌어 보인다. 민사고의 교가 첫머리가 ‘덕고산 정기뻗어~’ 이다. 좌우튼간에 민사고든 내가 나온 학교든, 초등학교나 대학의 구분도 없이 우리나라 학교의 교가란 교가는 오로지 산의 정기부터 받아야 된다. 덕고산보다 더 높은산 정기를 받았는데도, 나는 여지껏 요모냥인건 무슨 조화인가.
고속도로를 따라가던 일직선의 도로는 좌우로 갈라진다. 왼쪽은 소사리 마을로 향하고 우측은 고속도로 굴다리다. 굴다리를 통과해 고속도로 건너편으로 가면 길은 계속 이어지고 [횡성휴게소] 대형 입간판이 바로 앞에 있다. 여기서 마루금은 우측 야산으로 오르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휴게소에 관심이 더 끌리는건 당연하다.
12:37 횡성(소사)휴게소
고속도로 휴게소 진입로 갓길로 내려서고, 자동차들이 휴게소로 진입하듯이 나는 두발로 걸어서 휴게소에 들어간다. 낯선 행색의 무리가 휴게소로 들어와 테이블에 도시락을 펼치니 모두들 황당하다는 듯 눈길을 준다만 내가 게의할 바는 아니다. 오뎅 한사발 사놓고 뜨뜻한 국물로 점심을 먹었다. (~13:05 점심식사)
휴게소 뒷문으로 빠져나와 뒷길따라 올라가면 [자성사] 팻말이 있다. 산자락 소나무 그늘에 휴게소를 외면하고 마루금을 고수한 대원들이 식사중이다. 복잡한 인파에 휩쓸리기 싫은 탓도 있을 것이다만, 마루금 타면서 휴게소에서 점심 먹는것도 하나의 추억이다.
지맥은 자성사를 왼편에 두고 봉화산 올랐다가 다시 자성사 우측으로 떨어져 내리는 ∩자 모양이다. 다리아픈 사람은 자성사 앞으로 질러가면 2분이면 되겠다. 이름없는 봉우리라면 은근히 빼묵을 요량도 부리겠다만, 앞선 희중씨는 그런 생각이 도무지 없어 보이는 걸음으로 비탈로 올라간다.
13:25 봉화산 (烽火山 667.8m △안흥304)
제법 빡쎈 오름에 각오를 새롭게 했다만 채 10분도 안 걸려 능선에 올라서고, 왼쪽으로 평탄하게 간다. 봉화산 정상부 역시 이름만 있을 뿐, 시원스런 조망은 보여주질 않는다. 물 한잔 마시고 내려간다. 능선은 정면으로 계속 뻗는다만 지맥은 급한 왼쪽 비탈이다.
13:32 木川尙氏 묘
특이한 성씨의 비석이 보인다. 목천상씨는 처음보는 성씨인데, 지맥은 목천상씨 묘 내려서기 직전 우측으로 가야한다만, 역시 정면의 고속도로를 건너야 하므로 마루금을 고집할 수가 없다. 더 내려서면 아까 봉화산 오르기 전에 왼쪽에 보이던 자성사가 역시 그만한 거리로 왼편에 있다. 자성사를 왼편에 끼고 봉화산 올랐다 내려온 것이다. 불과 2분 거리를 20분 걸려 돌았으니 참으로 비경제적인 마루금 밟기다.
시멘트 도로에 내려서고 그대로 가면 정면에 민사고 기숙사 건물이 보이고 자연스레 고속도로 아래로 지나가는 굴다리로 이어진다. 횡성휴게소 진출로 아래쪽이다. 굴다리를 빠져나오니 [횡성콩마당] 간판이 있다. 고속도로를 건너온 마루금은 우측능선이지만 [횡성콩마당]이 있는 마을길을 따른다.
13:40 횡성콩마당
메뉴가 된장 고추장 청국장이다. 마당에 정렬된 장독단지가 수백은 될듯하다. 마을길 끝까지 들어가면 산길안부이고, 다시 마루금에 복귀한 셈이다. 다시 지도를 보니 마을길 따라 왼편 건너쪽으로 질러가면 수월하겠다마는, 요령 피울려면 한정이 있나. 묵묵히 산길로 올라간다.
×642에 올라서면 우측으로 뱀그물인지 검은비닐 그물이 낮게 쳐져있다. 우측 멀리로 매화산과 풍취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풍취산은 매화산의 그늘에 들어가 있고, 매화산 우측 뒤로 빼꼼히 머리를 내민 치악산 비로봉도 보인다. 왼쪽으로 휘돌아 내리면 굵은 노송이 풍광을 돋군다.
(태오지 마을)
14:00 아래태오지 안부 (570m)
마을길에 시멘트 포장 공사중이고, 인부 둘이 앉아 있다 뭐하는 사람들이냐 묻는다. ‘맥을 탄다’ 하니 아무관심이 없어 보인다. 큰 저수조 시설이 있는 오름길 비탈에 앉아 쉼을 한다. 고속도로와 마을, 그리고 노송이 어우러진 풍경이 근사한 동양화다. 마을 뒷배경은 봉화산이다. ‘태오지’는 마을에 다섯 곳의 좋은 명당이 있어 태오지(台五地)란다.
다시 오름길 10분에 약 685봉은 우측 사면으로 난 묵은 임도 흔적따라 돌아간다. 봉우리로는 잡풀무성하고 올라간 흔적도 없다. 2시방향으로 매화산이 넓고 크게 보인다. 685봉을 다 돌아나간 안부는 바닥에 시멘포장 흔적이 남아있다.
그 다음 내려선 안부에는 아스팔트 포장길이 넘어간다. 삼성포에서 우측 성진목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다. 왼쪽으로 지척에 비닐하우스와 집이 있다. 건너편 산길로 들면 잡목이 아주 거추장스럽다.
14:42 △688 (416재설)
철쭉 가지들이 양 어깨를 할퀴지만 10여분 올라가면 삼각점봉이 나온다. 688봉 역시 잡목과 억새가 뒤덮은 볼품없는 봉우리다. 이 봉에서 내려서면 다소 길은 헐렁해 지면서 안부를 지나고는 아주 운치있는 넓은 길이 나온다. 왼편으로는 낙엽송 조림지이고 바닥에는 짧은 마디의 낙엽송 갈비가 푹신하게 밟힌다.
지름 20cm 가량되는 낙엽송이 빽빽한데, 얘기를 들어보면 이 나무를 베어내고 운송하는 비용보다, 말레이시아산 원목을 수입하는 비용이 더 싸게 먹힌다 하니 애써 조림한 나무지만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다. 쓸데없이 벌목해 놓은 잣나무 조림지를 올라서면 두 번째 삼각점봉이다.
15:14 △651.4 (안흥418)
삼각점 위에 꽂았던 깃대가 넘어져 있다. 그래도 이곳은 동쪽으로 조망이 훤히 트여 백덕지맥 라인과 성우리조트 스키장이 있는 술이봉도 보인다. 굴곡없는 산길은 우측으로 휘더니 ×670봉에서는 급격히 우측으로 꺾어 내리며 방향은 북서가 된다. 면계는 정서쪽으로 내려가고 지맥은 북서쪽으로 잠시 면계와 갈라진다.
15:35 새터마을 안부
남쪽 신배골에서 새터로 넘어가는 안부인데 신배골 골짜기 맨 안쪽에 자리잡은 아늑한 마을이다. 고갯마루에는 당산나무와 팬션형의 황토집이 있고 아래쪽에는 농촌체험학교가 있다. 운동장에 뛰노는 아이들 소리가 요란스럽다. 그 골짜기 뒷능선을 감아돈다.
서쪽 능선길은 경운기가 지나갈만한 임도수준의 길이다.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마을을 감싼 기운이 능선에서도 느껴진다. 능선너머 서쪽으로는 새말IC로 가는 고속도로와 오원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 왼편으로는 코레스코 치악산콘도 건물도 보인다.
15:57 풍취산 (風吹山 △697.2m)
바람風에 불吹. 바람부는 산이다. 작은 헬기 한대정도는 내릴만한 터에 바닥에는 묵은 보도블럭이 깔려있다. 삼각점 비슷하게 생긴 No.048이라 새겨진 시멘트 블록이 있다만 암만봐도 삼각점은 아니다.
이제 전재는 1km도 채 안남은거 같다. 한 두어번 구르면 전재로 떨어지겠다. 배낭 내리고 남은 음식을 떨이한다. 풍취산 내림길은 마치 일반등산로처럼 빤질빤질하다. 신배골 안부로 떨어지면서 조은길따라 내려서다보니 작은 물길을 건넌다마는 몇발 안되는 지척에 조은길 두고 마루금 고집할 일 있을까. 640봉은 우측사면으로 질러간다.
(풍취산)
(전재)
16:25 전재 (523m)
땅의 표면만 살짝 녹은 상태라 보기엔 단단한 바닥 같지만 잘못 디디면 땅 표면이 그대로 미끌린다. 내림길 경사도 급해 조심스럽다. 우측으로 꺾이며 계속 내려가니 전재 정상이다. 42번국도로 안흥면 우천면 경계 ‘여기는 전재정상입니다’ 큰 간판이 있다.
1917년 발행된 지형도를 보면 橧峙(증치)로 기재되어 있다. 橧(집 증)은 섶나무를 쌓아 만든 집이란 뜻인데 예전에 이 고개에 그런 집들이 있었던 것인지, 증치가 전재로 변한 것인지, 다만 추측할 뿐이다.
옛날에는 그 고개가 워낙 높고 험하여 지나가는 소장수를 노리는 산적들이 더러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고개는 깊고 외진 곳이었던 모양이라. 돈께나 날린 고개라 돈錢字 전재인가.
왼쪽으로 내려가면 ‘찐빵의 고장 안흥면’ 간판과 전재쉼터가 있다. 전재쉼터에서 안흥찐빵 한상자씩 샀다 30개들이 한상자에 1만원이다.
안흥찐빵은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서울-강릉간의 중간지점이던 이곳에서 먹거리가 흔치 않았던 지난날 여행으로 지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던 그 맛에 이끌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맥을 이어 다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달콤한 맛과 감각적인 모양을 무기로 무장한 요즘의 찐빵과는 다르게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맛의 비밀은 다름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를 쓰지 않고 손을 사용하는 전통 제조방식 바로 여기에 있다. 사라져서는 안 될 우리 고향의 맛을 느끼며 출출한 배도 채운다.
첫댓글 진도 잘 나가네요. 같이 갔으모 나는 분명히 덕고산 하고 봉화산은 빼묵고 도로 따라 횡허니 횡성에서 놀았을낀데... 다음은 안흥 인교 찐빵 유명한데????? 수고 했심다...
살아있는 생생 정보 감사합니다. 덕분에 눈으로만 즐깁니다*_+ 먼길마다 않으시고 산찾아 물찾아 맥을 이어가시는 집념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